"환경은 우리 것이 아니라 우리 후손들에게 빌려온 것이다."
1990년대 환경 운동의 대표 구호이던 이 말은 이제 상식이 됐다. 그러나 그동안 한반도 대운하 논의에서 이 상식은 배제됐다.
또한 학교는 운하 사업에 대해 청소년이 학습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경쟁과 효율로 무장한 교육 환경은 이들의 발언과 행동을 더욱 위축시켰다.
청소년들이 그러한 학교를 벗어나 이 땅의 참된 주인으로서 행동을 시작한다.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신청한 청소년들로 구성된 강강수월래단(江江水原來)이 14일부터 5월 31일까지 48일 간 경부운하 건설 예정지를 답사하기로 한 것. 한강 하류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 출발, 낙동강 을숙도에 이르는 여정이다. 그에 앞서 이들은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운하 건설 예정지 순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토론회, 교육, 강의, 작품 만들기 등 주제별 다양한 만남
답사단 이름도 의미심장하다. 강강수월래(江江水原來), 한강과 낙동강을 원래대로 보자는 취지다.
단순히 걷기만 하는 게 아니다. 자전거도 타고 진짜 강을 만나기 위해 구간별로 주제를 정해 그림 그리기, 노래나 춤 만들기도 할 예정이다. 또 강의 어류 생태 조사, 강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 카툰 만화 그리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부운하를 고민할 계획이다. 5월 31일에는 부산 을숙도에서 대장정 마무리 행사로 작품 전시회 및 음악회도 연다. 청소년 강 문화제도 준비하고 있다.
어른들도 함께한다. 간디교육연구소, 대안교육연대, 생태지평연구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 환경운동연합 등 이 행사를 주최한 단체들은 청소년들이 강을 따라 걸어가는 동안 접할 수 있도록 토론회, 교육, 강의 등 다양한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충북 조치원 마을 이장 강수돌 고려대 교수, 김구환 대구보건대 교수, 청소년 택리지 저자 신정일씨, 시인 나희덕씨, 만화가 이은홍씨, 평화노래운동가 홍순관씨 등이 이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강강수월래단은 25명의 전 구간 참가자(기본 강강수월래단)와 구간별 신청 탐사단으로 구성돼 있다. 주최 측에서는 매일 평균 50명 정도가 답사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최 측에서는 이번 행사가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칠 운하에 대해 자기 관점에서, 자기 언어로,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앞으로 미래 세대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국책사업을 결정할 때에는 반드시 청소년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행사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