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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적 밥벌이> 겉표지
<낭만적 밥벌이> 겉표지 ⓒ 마음산책

30대 노총각 '키키봉'은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다. 프리랜서라고 하니 그럴 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언제 일이 끊길지 몰라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

그런 그가 20년 지기 친구 ‘곤’과 창업을 하기로 한다. 홍대에 카페를 연 것이다. 홍대 카페라고 하니 난데없다고 여겨질 수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사람들은 때론 저질러 보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다.

키키봉과 곤. 주말에 만나면 그들은 게임방에 가곤 했다. 데이트를 할 이성친구도 없었고 그렇다고 뭔가 신나는 일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심심했다. 그러던 그들은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모든 것을 버려두고 달려드는 정도가 아닌, 또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파주 헤이리에서 편의점을 해볼까 한다. 그곳에 있는 편의점이 워낙에 대박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주로 갔건만 불가능했다. 그들은 헤이리의 다른 곳에서 카페를 열어볼까 한다. 잘 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그마저도 잘 안 된다. 잠복근무해본 결과 그곳은 주인의 말과 달리 손님이 오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잘못했으면 쫄딱 망할 뻔 했던 셈이다.

이쯤 되면 포기할 법도 한데, 그들은 저지르고 본다. 사람이 많다는 홍대에서 카페를 하기로 마음먹고 달려간 것이다. 홍대에서 카페를 하고 싶은 사람은 얼마나 될 것인가? 자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운 좋게 신축 건물에서 자리를 얻는다. 그리하여 본격적으로 카페를 열기 위한 준비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창업의 어려움이 본격적으로 덮쳐오는 것이다.

<낭만적 밥벌이>는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야기만 본다면 이와 비슷한 소재를 다룬 책이 많기에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속을 열어보면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 줄 알게 될 것이다. <낭만적 밥벌이>는 커피도 모르고, 인테리어도 모르고, 음악도 모르는, 그야말로 카페에 관해서는 ‘생초보’라고 불러주기에도 어색한 남자의 도전기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 뭐 다 알고 창업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키키봉은 그 정도가 좀 심각했다. 커피는 자판기 커피를 마신다. 카페 가서 마시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음악은 다운로드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홍대 카페에 생명 중 하나라는 인테리어는? 아는 것이 없다. 처음에는 아는 사람의 소개로 하려고 하다가 그 후에는 눈에 보이는 곳에 들어가서 업체가 하는 말 곧이곧대로 믿어 온갖 황당한 일을 겪는다.

생각해보면 이 남자가 홍대에서 카페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하고 싶어서, 웬만한 일에는 꿈쩍도 안 하고 앞으로 달려가려고 하는 그 의지가 이 남자를 이렇게 만들었다. 낭만적 인생을 위하여, 무료한 인생 타파를 위하여, 홍대에서 자리를 잡고 만 것이다.

그래서인가. <낭만적 밥벌이>는 창업을 위한 정보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해야겠지만 낭만적인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의 로망을 자극하고 있다. 나중에 하면 어렵다고, 어렵더라도 지금 하라고 부채질을 하고 있는데 그 정도가 꽤 심각하다. 몇몇은 이 책 때문에 프리랜서 선언하고 부동산으로 달려갈지 모를 만큼, 낭만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려한 문장보다 한 줌의 공감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에세이가 될 수 있다면 <낭만적 밥벌이>는 좋은 에세이라고 불려야 한다. 솔직담백하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내는 힘이 제법이니 당연한 것이다. 요즘 에세이는 말이 좋아 에세이지 사실은 자기계발서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고 그만큼 팍팍했었다. 좋은 에세이 만나기가 봄날의 가뭄 같았는데 이 책으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겠다.


낭만적 밥벌이 - 어느 소심한 카피라이터의 홍대 카페 창업기

조한웅 지음, 마음산책(2008)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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