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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오전에 찾은 서울 사당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모습.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지난 7일 오전에 찾은 서울 사당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모습.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서울시는 절대 뉴타운 추가 지정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당선자 상당수가 지난 총선에서 자기 지역의 '뉴타운 지정'을 공약으로 내건 상황에서 오 시장의 이같은 발언은 당선자들의 공약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뉴타운의 추가 지정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이는 "국회의원들이 당선 목적으로 유권자들을 기만했다"는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과의 인터뷰에서 "(뉴타운은) 검토한다는 얘기가 밖에 나가기만 해도 집값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며 ▲ 부동산 가격에 자극을 끼치는 시점이라면 어느 순간에라도 뉴타운 사업은 하지 않겠다 ▲ 1~3차 뉴타운 사업이 상당히 가시화 되는 정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4차 뉴타운 지정을 고려하겠다는 시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오 시장은 "선거기간 동안에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그것은 선거 때 흔히 나올 수 있는 정도의 얘기에 불과하다"며 "서울시는 절대 뉴타운의 추가·확대 지정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오 시장의 발언은 18대 총선 후보들의 뉴타운 유치 공약이 처음부터 불가능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특히 "오 시장으로부터 뉴타운을 약속받았다"고 공언한 일부 당선자들의 경우 법적·도덕적 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시장에게 약속받았다"고 말한 한나라당 당선자들, 선거법 위반 소지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뉴타운' 공약이 나온 서울지역 선거구는 48곳 중 29곳이었는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통틀어 20여명의 당선자가 뉴타운 공약을 내걸었다.

특히 사당동과 상도2~4동, 창2~3동, 면목동, 화곡동 등 4차 뉴타운 추가지정 예정지로 거론된 지역은 당선자들의 공약 발표 이후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데, 뉴타운 지정이 '물거품'이 된 만큼 공약을 남발한 후보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와 신지호 후보는 뉴타운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이미 오세훈 서울시장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후보들 홈페이지에 실린 동작 뉴타운(위)과 도봉 뉴타운(아래) 공약 내용.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와 신지호 후보는 뉴타운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이미 오세훈 서울시장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후보들 홈페이지에 실린 동작 뉴타운(위)과 도봉 뉴타운(아래) 공약 내용. ⓒ 후보 홈페이지

4차 뉴타운 추가지정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마치 오 시장과 약속이 있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한나라당의 일부 당선자들은 이미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렸다.

동작을에서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꺾고 당선된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대표적인 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사당동에 뉴타운을 건설하겠다"며 "지난 주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자세히 설명하고 확실한 동의를 받아냈다, 오 시장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3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를 한 상태이다. 

도봉갑의 신지호 당선자는 5일 유세에서 "창동 뉴타운 사업은 도봉의 염원"이라며 "오세훈 서울 시장을 직접 만나 창동지역을 (뉴타운으로) 지정해 줄 것을 약속받았다"고 말했고, 도봉을의 김선동 당선자도 '뉴타운 지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같은 당 안형환 당선자(금천)도 7일 유세에서 "며칠 전 오세훈 시장이 조용히 (금천구를) 왔다갔다. 오 시장은 자신이 왔다갔다는 얘기를 주민들에게 마음껏 얘기하라고 했다. 오 시장과 총선이 끝나면 뉴타운 문제를 본격 협의하기로 했다"고 발언한 혐의로 이목희 민주당 후보에 의해 8일 검찰에 고발됐다.

같은 당 현경병 당선자(노원갑)도 선거사무실에 차려진 전화홍보센터에서 여러대의 전화를 통해 지역구 유권자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월계 1·4동이 4차 뉴타운에 선정되었습니다"라는 음성녹음을 유포한 혐의로 민주당 정봉주 후보에 의해 14일 검찰에 고발됐다.

강서갑의 구상찬 당선자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오세훈과 구상찬은 오랜 친구"라고 강조하며 "관련 법규를 개정해 화곡동 지역을 뉴타운지구로 지정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세훈 시장의 말바꾸기... "추가 지정하겠다"→"고려하지 않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자료사진).
오세훈 서울시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뉴타운과 관련해 선거 전후에 전혀 '딴 소리'를 한 오 시장의 처신도 비판을 받을 만 하다.

오 시장은 지난달 27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이후 경제 상황이 허락하는 시점에 뉴타운을 10개 이하로 최소화해 추가 지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시정의 최고책임자가 선거 전에는 '10개 이하 추가 지정'이라는 말로 한나라당 후보들의 공약을 뒷받침했다가 선거가 끝난 후에야 공약의 비현실성을 인정하며 발을 뺀 셈이다.

오 시장의 인터뷰 발언을 근거로 "시장이 서울시에 10개의 뉴타운을 새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을 찾아가 면목동의 열악한 상황을 얘기하며 울면서 (뉴타운을) 지정해 줄 것을 호소했다"고 말하고 다닌 한나라당 당선자(유정현, 중랑갑)도 있었다.

오 시장을 노골적으로 팔지는 않았지만 '4차 뉴타운 추가 지정'을 공약으로 내건 한나라당 당선자들이 수두룩하다.

길음동과 성북동·미아동·장위동 등 뉴타운 4곳이 지정된 성북구에서는 정태근 당선자(성북갑)와 김효재(성북을) 당선자가 선거구 내에 뉴타운을 추가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각각 내걸었고, 동대문갑(장광근)과 동대문을(홍준표)의 한나라당 당선자들도 각각 제기동과 장안동까지 뉴타운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민주당 후보들도 '따라하기'... 뒤늦은 후회

민주당의 일부 당선자들도 한나라당의 공세에 당당히 맞서지 못하고 '뉴타운' 공약을 남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강북 벨트'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6일 유세에서 "강북 발전은 당이 아니라 인물이 중요하다"며 미아뉴타운 추가 지정 등을 약속했다. 전병헌(동작갑), 김성순(송파병) 당선자도 각각 상도뉴타운, 거여·마천뉴타운 지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허위 공약을 남발한 일부 당선자들의 책임을 물어 재선거를 치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이들에게 패한 후보자들 상당수도 뉴타운 유치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헛소동'의 공동 책임을 나눠져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오세훈 마케팅'을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김근태·유인태·신기남 의원과 정동영 전 의장 등 민주당의 중량급 정치인들이 한나라당 후보에 뉴타운 공약으로 맞선 것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도 뒤늦게 "부끄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후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에서 할 일이 크게 줄어든 상황인데도 총선 후보들이 당선 목적으로 유권자들을 속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국회의원들이 동네 몇 개를 챙길 정도로 선거구가 세분화되어 있는데 광역시의 경우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상찬 한나라당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있는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재해 화곡동 뉴타운 공약을 강조했다.
구상찬 한나라당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있는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재해 화곡동 뉴타운 공약을 강조했다. ⓒ 구상찬 홈페이지


#오세훈#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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