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조회시간, 진지하게 아이들에게 전달 사항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한 여학생이 질문이 있다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그 아이에게 집중되었다.
“선생님, 청소구역 좀 바꿔주세요.”
그런데 그 아이의 목소리는 내게 불만이 있는 듯 다소 퉁명스럽기까지 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 달 주기로 바꾸어 주겠다던 아이들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아이는 학기 초에 정해진 담당구역(교실) 청소를 한 달 이상 해왔던 것이었다. 그 아이로서는 화를 낼만도 하였다.
그동안 미루어 왔던 청소담당구역을 내친 김에 바꾸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새로 짠 청소 담당 구역표를 실장에게 전달했다.
청소시간(15:00∼15:20). 청소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교실로 올라갔다. 교실은 바뀐 청소 당번을 확인하려는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 때문에 교실은 먼지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우선 교실 환기를 위해 아이들에게 창문 모두를 열게 하였다. 그리고 담당구역을 확인한 아이들에게 청소하게 하였다.
잠시나마 아이들이 청소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청소시간이 짧아 제시간에 청소를 끝내려면 모든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했다. 대부분 아이들이 각자 맡은 일에 온 힘을 다하고 있었으나 청소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몇 명의 아이들이 열심히 비질과 걸레질을 하고 있었으나 형식적이었다. 오히려 아이들의 걸레질로 교실 바닥이 더 지저분해졌다. 참다못해 아이들에게 청소하는 방법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제야 아이들은 내 말을 이해한 듯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의 안전사고예방을 위한 차원에서 학교 청소(화장실, 창문 등)를 용역회사에 맡기는 학교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또한, 청소하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이유로 아예 청소시간을 없앤 학교도 있다고 한다.
그것이 아이들을 위한 올바른 교육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가장 생활을 많이 하는 교실 청소만큼은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깨끗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실 환경이 수업의 효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 수업시작 전,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은 교실 칠판에 기분이 상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교실 바닥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가 수업 내내 신경 쓰여 수업을 제대로 못한 적도 있었다.
아이들의 작은 관심이 교실을 쾌적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은 길들이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무작정 청소를 위탁하기 보다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사실 요즘 교실이나 교사(校舍) 주변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외모에 관심이 많은 만큼 주위 환경에도 조금만 관심을 가져 주기를 기도해 본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청소시간보다 더 정겨운 모습은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