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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청소년탈학교배움터 다목적실에 있는 장구와 꽹과리. 풍물수업에 쓰인다.
울산청소년탈학교배움터 다목적실에 있는 장구와 꽹과리. 풍물수업에 쓰인다. ⓒ 박석철
정부가 학교자율화 정책을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지역 교육계에서는 학교 부적응으로 인한 중도 탈락자 증가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 울산시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난 통계에 따르면, 울산지역전문계 고교(옛 실업계고)의 최근 3년 동안 중도 탈락자는 모두 872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 우려감을 더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이 울산교육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 전문계고생 자퇴자는 2005년 286명, 2006년 297명, 2007년 290명 등 3년간 모두 872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부적응 학생 늘듯

 

현실에서 전문계고교생은 자신의 특기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경우보다, 고교진학 성적 미달 등 부적응으로 입학한 경우가 월등히 많다.

 

이 때문에 학교자율화 조치에 따른 학교수업 경쟁 강화가 성적을 잘 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더 심한 자멸감을 줄 것이란 교육계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때문에 앞으로는 중학생 중도 탈락자 수도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학교생활에 적응 못한 이들 중도 탈락자들은 어떻게 지낼까. 야학과 청소년지도자울산연맹 등에 따르면 상당수 중도 탈락 학생들은 PC방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며 장래에 대한 목표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를 위한다며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한 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겉도는 학생들이 상당수라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아이들이 하교한 교실이 조용하다.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이곳에서는 신난다
아이들이 하교한 교실이 조용하다.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이곳에서는 신난다 ⓒ 박석철

 

벌써 줄세우기 조짐도

 

전교조 울산지부에 따르면 벌써부터 각 학교에서 국영수 중심의 수업강화와 성적올리기, 성적대로 줄세우기 하려는 경향이 감지되고 있어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의 설문조사 결과 고교생 85% 가량이 앞으로 입시경쟁교육이 심해지고(84.9%) 건강도 더 나빠질 것(73.2%)으로 스스로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학생들이 '4.15 학교자율화' 발표 후 불안감을 더 느끼는 있고, 야학 등은 중도 탈락자 증가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수업경쟁 과열 등에 따라 학교에서 중도 탈락할 위기에 처한 학생들에게 자신의 취미와 특성을 제대로 살리도록 해 주는 곳이 있다. 대안학교다. 자칫 중도 탈락할 위기의 학생들을 구제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대안교육위탁교육기관인 '울산청소년탈학교배움터(교장 배재상)' 에는 현재 울산관내 중·고교에서 위탁한 중학생 18명 고교생 7명 등 모두 25명이 중도 탈락의 위기를 넘기고 자신이 선택하는 수업을 하면서 자신감을 길러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적학교 학교장의 위탁추천으로 수탁된 학생들은 대안학교에서 규정된 수업을 이수하면 다시 해당학교(원적학교)에서 졸업장을 받는다. 적응 못하는 학교틀을 벗어나 다른 틀에서 수업하는 것이다.

 

지난해 위탁생은 모두 28명, 그중 중3학년생 6명이 모두 무사히 졸업해 울산의 일반 고교에 진학했고 고3생 1명이 원적학교의 졸업장을 받고 취업을 했다고 한다.

 

 두레교실이 눈에 띈다
두레교실이 눈에 띈다 ⓒ 박석철

 

내가 받을 수업 내가 고른다

 

울산 중구 반구동에 있는 울산청소년탈학교배움터. 일요일인 20일 저녁 방문한 이 학교에는 텅빈 교실에 의자들만이 잘 정돈돼 있었다.

 

울산교육청으로부터 지정돼 지난 2004년 7월 문을 연 이 학교의 다목적실에는 장구, 꽹과리 등 국악기가 눈에 들어 왔다. 컴퓨터실에는 인터넷 전용선이 깔린 컴퓨터 14대가 눈에 띈다. 모두 학생들을 위한 것이란다. 수업에도 쓰이고 방과 후 컴퓨터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사람이 꼭 국어 영어 수학을 잘해야 사나요? 사람마다 자기가 잘하는 무언가가 있는데, 공부성적 좀 떨어져 자괴감 느끼고, 스스로 낙오하는 학생들이 많잖아요, 안타깝죠."

 

이곳 행정실 직원이 속에 있던 말을 했다. 이곳에 온 한 학생은 "수학이 정말 안 되더니 모든 공부가 두렵더라. 그래서 학교도 그만 다니고 싶더라"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단다.

 

이 학교는 공통교과 수업은 조금 줄이고 특성화교과를 많이 편성하고 있다. 인성교육도 하고 역사탐방도 하고 풍물놀이도 배운다. 단 수업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도를 자기가 고른다.

 

이 때문에 기존 학교의 학급 개념이 아니라 무학년 무학급제인 '과' 개념이다. 교과 선택권에 대한 학생 자율을 높였고, 학생들은 수업 수준과 주제, 시간을 자신의 처지에 맞게 선택한다.

 

학교자율화 정책의 우열반 편성과는 개념이 다르다. 학생들은 자존심도 상하지 않고, 모르는 것부터 배운다.

 

 울산청소년상담지원센터와 연계해 지난해 받은 적응을 위한 집단상담교육 교육
울산청소년상담지원센터와 연계해 지난해 받은 적응을 위한 집단상담교육 교육 ⓒ 울산청소년탈학교배움터

 

이곳의 현재 교사수는 교장 교감 포함해 12명. 모두 교사자격증을 갖췄는데, 재정 여건이 어려워 약간의 교통비를 지급하는 형편인 데도 어느 교사보다 보람찬 수업 활동을 하고 있단다.

 

분위기가 느슨해질 5월에는 영남의 알프스로 불리는 인근 신불산에 등반도 간단다. 배재상 교장은 "세상이 두려워질 수 있는 아이들에게 호연지기를 길러주기 위한 수업"이라고 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4시간 수업인 '농사짓기'도 눈에 띈다. '노작수업'도 있다. 범위를 농사에서 소외계층에 봉사하기 등으로 더 늘인 것으로, 학생은 스스로 미리 노작 신청을 하고, 학교는 때에 맞춰 일감을 주는 형식이다.

 

특성화 교과 중 '마음일기'도 이채롭다. 학생들의 진심에서 나온 마음일기를, 교사는 정밀감정해 그 학생이 갖고 있는 참된 자질을 찾아내 길러준다는 것.

 

이 학교는 울산광역시청소년지원센터, 청소년활동진흥센터, 청소년지도자연맹, 동주서예학원 미용학원, 울산제과제빵학원 등과 공동수업 협약을 맺었으며, 더욱 다양한 특기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과목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울산광역시교원총단체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울산청소년탈학교배움터 배재상 교장은 "학교자율화 정책으로 학교 생활에 적응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중도 탈락해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이 사회에서 소중한 일을 할 있다"며 "우리 사회가 정해진 틀에 맞춰 틀에 안 맞으면 탈락시키는 일을 제발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안학교#울산청소년탈학교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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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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