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정신없이 포스팅을 날리는 가운데, 간혹 '불편한 불질'의 고통을 토로한 적이 몇 번 있다. "코피를 흘리며~"라는 문구를 던져가면서 말이다. 진짜 코피까지 흘려가며 블로깅을 할까?란 의문을 품는 분도 있을지 모르고, 아니 자랑삼아 인증 사진을 찍어놨다.
지난 수요일인가 느직이 퇴근해 노곤한 몸을 따뜻한 물로 풀어내기 위해 샤워를 하다, 아침보다 더 심하게 코피가 터져나왔고, 샤워하는 내내 코 주위를 붉게 물들인 선홍색 피는 화장실 바닥에 떨어져 깊은 터널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알몸인 채로 코피의 낙하와 흐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샤워 중이라 그 멋진? 장면을 촬영하지는 못했다. 대신 몸의 물기를 조심스레 닦아내고 코를 휴지로 틀어막고 방으로 돌아와 불질을 위해 컴퓨터를 켠 뒤 그 앞에서 셀카를 찍었다.
이제 나이를 먹어 푸석푸석한 얼굴(피부)하며, 매일같이 돋아나는 턱.콧수염 그리고 머리를 깍지 않아 덥수룩한 머리털, 모니터의 불빛에 늘 충열된 눈동자와 하얀 휴지를 붉게 물들이며 피가 멎기 시작한 상기된 코까지 오랜만에 자신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너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사냐?' '왜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않냐?'라고 사진속의 나는 키보드를 바삐 두들기기 시작한 나를 책망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종일 쉴새없이 움직인 팔이 저려왔다.
손가락과 손목 마디마디의 저림과 뻐근함에 '정말 왜 이렇게까지 미친듯이, 자신의 몸도 챙기지 않고 '불편한 불질'이란 것을 해야하지?' '머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돈 되는 일도 아니고?' '에~휴~그래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는데, 더 열심히 해야지?'라는 만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남다르게 블로거 한 개인으로서 세상과 사회에 독침을 날리는 '불편한 불질'(무자게 욕먹고 사람관계도 껄그러워지는~)을 선택하고, 왜 하려했는지 잊지 않았기에 이런 넋두리는 금새 잊고 다시 키보드 위의 손가락과 잠을 요하는 둔탁한 머리를 움직였다.
'행복한 블로깅' 보다 '불편한 불질'
모순과 거짓으로 점철된 세상을 향해 욕을 퍼붓는 나의 '불편한 불질'과 달리 어떤 블로거가 '행복한 블로깅'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지난 대한민국 블로거컨퍼런스(비판적 사고와 비판의식에 대한~)와 관련해서 말이다. 그가 말하는 '행복한 블로깅'이란 한마디로 말하면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싸우지 말고 고기나 구워먹으며 행복한 블로깅이나 하라!'며 또 다른 의미의 싸움을 걸어왔다.
또한 '행복한 불질'을 말한 그는 객관적인 입장이나 태도, 시각에서 포스팅을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 자신도 '싸움'을 하고 있었다. 부당한 처사나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 싸움이 아닌 다른 싸움(남을 애꿎게 짓밟거나 맹목적으로 비난, 음해하기 위한~)을 하지 말라는 소리인 줄은 알겠지만, 그런 싸움의 가치나 의미를 너무 쉽게 제단해버리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무엇보다 자유롭게 블로깅을 하고자하는 블로거의 표현의 자유가, 그가 말한 '행복한 블로깅'으로 인해 울타리에 갇히게 되고 알게 모르게 자기검열(작은 의문과 문제제기 자체를 막아버린다~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도 괜한 말싸움으로 비춰지겠지만, 암튼 블로그를 이용해 돈을 벌든 사기를 치든 사람을 구하든 정책과 사회를 변화시키든 사회를 고발하든 그리고 그것에 대해 욕하고 칭찬하고 동조하고 견제하고 연대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그 속에서 불편하고 낯설고 기분나쁜 이야기들도 보기 듣기 좋은 것들과 어울려 서로 소통하게 되고 그 안에서 또다른 집단적인 지혜가 발휘되는 모습들, 그것이 소위 좌우도 이념도 없는 '블로고스피어'가 아닌가 싶다.
그 안에서 자신은 '행복한 블로깅' 대신에 '불편한 불질'을 택한 것이고 말이다.
그런 내가 만약 '행복한 블로깅'을 하려면 코피 흘려가며 미친듯이 블로깅하는 것을 바로 접고, 18개의 블로그와 서너개의 UCC 사이트.채널도 폐쇄하고 돈?되는 일들을 찾아 하는게 훨씬 득이 될 것이다. 세상과 사회, 사람과 싸우지 않고 가식적인 평화와 삶 속에서 안주하면 그만인 것이다.
한미FTA 국회비준이 되든,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가 수입되든, 한반도대운하가 건설되든, 부동산투기로 땅값이 오르든, 영어몰입교육과 우열반 등으로 공교육이 말살되든, 대학등록금이 천만원을 넘든, 한국기업들이 외국에서 노동탄압을 하든, 기업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차별하든, 아이들이 살해당하고 성추행당하든, 기름값과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든, 삼성중공업기름유출사고로 바다가 십창이 되든,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사회를 말아먹든, 삼성이 불법과 편법을 자행하든, 미국이 이라크 민중을 핍박하든, 중국이 티벳을 학살하든, 관타나모 포로들이 고문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든, 전자여권과 CCTV가 도입되든, 시민단체가 편법으로 돈을 챙기든, 새만금 갯벌과 어민들의 삶을 끝장내든, 옥션이 해킹당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되든, 블로거들이 자본에 이용당하든~ 말든 미심쩍은 모든 문제(정도와 이해관계의 차이만 있을 뿐~)와 그것에 저항하는 몸부림과 싸움을 회피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런 싸움들을 언제까지 피하며 살 수 없을 뿐더러, 듣기 싫고 불편한 이야기들이 공존하는 블로고스피어에서 마냥 '행복한 블로깅'만을 쫓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 블로깅(그)은 바깥 세상을 두려워해 제대로 교감하지 못하고 자기 안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불편한 불질'이란게 꽤 괴롭고 힘들지만, 그 나름 내게 의미가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욕을 퍼붓고 독침을 날리고 괜한 비난과 음해라고 욕을 먹으면서도, 새벽까지 잠들지 않고 코피 흘려가며 손가락이 저려오는 가운데도 할 수 있는 힘(고통을 즐길 줄 아는~)을 주는 이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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