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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장수중 교사들이 학부모가 살고 있는 마을회관을 찾아 교육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개정리 하평회관 모습. 시계가 밤 9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다.
전북 장수중 교사들이 학부모가 살고 있는 마을회관을 찾아 교육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개정리 하평회관 모습. 시계가 밤 9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다. ⓒ 윤근혁

"쫘아악~."

전북 장수중학교 서경원 학생부장이 청테이프를 뜯었다. 그러더니 김인봉 교장(55)에게 건네줬다. 김 교장은 마을회관 벽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가로 세로 각각 2미터 크기의 플래카드를 '턱턱' 붙이기 시작했다.

'더불어 사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는 마을별 학부모 좌담회.'

전국 최초 마을좌담회 열었네

지난 15일 저녁 7시 30분, 전북 장수읍 개정리에 있는 하평마을회관 1층 할머니노인정.

올해 3월 1일 전교조 출신인 공모제 교장으로 일을 시작한 김 교장 등 5명의 교원들이 바삐 움직였다. 공모제는 정부가 임명하는 기존의 교장임명제와 달리, 학부모와 교직원이 모인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교장을 뽑는 제도다.

교사들이 교자상을 펴는가 싶더니 미리 준비해온 과자와 토마토, 귤 등을 그릇에 담았다. 김동수 연구부장은 컵에 음료수를 따라 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 같은 마을 좌담회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여섯 번째다. 전체 학생 212명의 학부모가 있는 시골 마을을 교원들이 직접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마을 좌담회가 펼쳐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올 3월 초 김 교장 등 교직원 17명이 교무회의를 열어 '마을을 찾아가는 교육설명회를 열자'고 의결한 뒤 생긴 일이다.

좌담회가 시작된 시간은 저녁 8시 10분께. 이 마을 15명의 학부모 가운데 9명이 상 앞에 앉았다. 학부모 한 명은 집과 거리가 멀어 김 연구부장이 차를 몰아 모셔왔다.

"교장선생님, 저희 집에 고추 좀 심으러 오씨오잉."

햇빛에 그을려 얼굴이 검게 탄 장운수 학생(중학교 3) 어머니가 농을 건넸다.

"일을 시켜도 그런 걸 시키시나…. 헛헛."

김 교장의 대꾸에 마을회관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제 부모님도 학교 한 번 못 가보셨습니다. 그래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저와 교사들이 뜻을 모았습니다."

김 교장이 인사말을 시작했다. 시간은 5분, 짤막했다.

이어 부장교사들이 학교예산과 교육과정운영계획, 학생생활지도계획을 번갈아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중간 중간 "농삿일하느라고 저녁도 못 먹었다"고 말하면서도 교사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학부모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든 것은 학생 하나하나에 대한 상담. 50여 분에 걸쳐 교사들과 학부모 사이에 학생 '맞춤형' 이야기가 오갔다.

김재영 학생(중학교 3년) 어머니는 "재영이가 뭐 잘하는 게 있어야지요. 중간은 한다고 하더만요"라고 말을 꺼냈다.

조국현 교무부장이 답했다.

"어머니 재영이 친구가 누군지 알아요. 예찬이에요."

백선화 교사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재영이는 (예찬이하고) 도서반 일을 같이 하는데 아침편지 방송을 하는 멤버에요. 말을 얼마나 잘 하는지 몰라요."

햇볕에 그을린 검은 얼굴에 웃음이 스미고...

이런 얘기를 듣는 재영이 어머니의 검은 얼굴에 슬며시 웃음기가 배어들었다. "아이가 집에 와서는 도통 말을 안 해요. 시험지도 주덜 안 해요. 두들겨 패야 할랑가."

다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미경 학생(2년) 어머니는 교사들이 새겨들어야 할 얘기도 했다.

"선생님들이 학생한테 약속한 걸 지키지 않으면 애들이 스트레스 많이 받더라고요."

교사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15일 장수중 학부모 좌담회 모습.
15일 장수중 학부모 좌담회 모습. ⓒ 윤근혁

시간은 밤 10시, 백 교사가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전라북도 의회에서 '맞춤형 방과후학교'를 결정했는데 문제가 많다. 우리 지역 초중고생 60여 명만 뽑아 장수군만 해도 2억6천만원을 쓰도록 했다"면서 "이것은 기초가 약한 대부분의 학생들에 갈 돈을 빼앗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교장은 "2억6천만원은 장수군 고교생 800명을 무상으로 교육할 수 있는 큰돈"이라고 거들었다.

마무리 발언에 나선 김 교장은 "자식농사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 학부모 의견을 듣고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뜻과 힘과 지혜를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밤 10시 15분, 박수소리와 함께 좌담회가 끝났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에 쓴 내용을 깁고 더한 것입니다.



#장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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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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