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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집 이색적인 표주박 제비집입니다.
제비집이색적인 표주박 제비집입니다. ⓒ 조찬현

제비와 제비집 표주박 제비집 아래 빨랫줄에 제비 한마리가  앉아있다.
제비와 제비집표주박 제비집 아래 빨랫줄에 제비 한마리가 앉아있다. ⓒ 조찬현

전남 여수 화양면 서연리의 한 농가 처마 밑에 제비가 집을 짓고 있습니다. 농가에서 제비집을 보는 건 아주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곳의 제비집은 아주 특별합니다. 소설 속에나 나옴직한 이색적인 표주박 제비집입니다. 처마의 서까래에 걸어 둔 포개진 표주박 안에다 제비가 집을 짓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고대소설 흥부전의 내용을 보면 흥부는 처마 밑에 떨어져 다친 제비다리를 치료해주고 보살펴줘 이듬해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주었다고 합니다. 흥부는 그 박씨를 정성으로 심고 가꾸어 어느 가을날 여문 박을 톱으로 켭니다. 그러자 그 박에서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와 흥부는 하루아침에 큰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처마에 바가지를 걸어둔 농부에게도 제비는 이듬해 박씨를 물어다 줄까요? 그의 가족들은 혹시? 하고 내년 봄을 기다리지는 않을까요? 김씨의 따님은 시골 아버님 집에 "박씨를 물고 와야 할 제비가 아예 박집을 짓고 사니 박씨를 물어 오기는 틀렸어요"라고 말하며 안타까워합니다.

파란대문 집은 제비들의 천국?

파란대문집 전남 여수 화양면 서연리의 한 농가
파란대문집전남 여수 화양면 서연리의 한 농가 ⓒ 조찬현

제비집 서까래와 대들보에 제비집이 있다.
제비집서까래와 대들보에 제비집이 있다. ⓒ 조찬현

제비 빨랫줄에 날아든 제비
제비빨랫줄에 날아든 제비 ⓒ 조찬현

지지배배 제비들이 창공을 날아다닙니다. 밭을 가는 경운기소리가 이따금씩 조용한 어촌마을의 정적을 깨뜨릴 뿐 마을은 평온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안개에 휩싸인 바다도 그저 고요하기만 합니다.

서연리 해안가 마을 고샅길을 돌고 돌아 산자락 언덕배기에서 위치한 파란대문 집. 김동용씨 댁입니다. 김씨는 들에 일 나가고 없습니다. 대문 앞에서 서성이는데 마을 아주머니 한분이 약통을 짊어지고 나타납니다. 밭에 영양제를 뿌리러 간다고 합니다.

마당과 지붕 위에는 제비들이 선회비행을 하며 날아다닙니다. 제비 마을입니다. 제비가 많이 찾아오면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김씨의 집을 살펴보니 처마 밑의 대들보에 3곳, 서까래에 매달아둔 표주박에 1곳, 이렇게 4군데나 제비집이 있습니다.

표주박에 제비가 집을 지어요!

제비집 제비는 주변을 살피다 조심스레 날아들곤 합니다.
제비집제비는 주변을 살피다 조심스레 날아들곤 합니다. ⓒ 조찬현

제비와 표주박 표주박에 사뿐 내려앉아 부리로 물고 온 흙으로 차곡차곡 집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제비와 표주박표주박에 사뿐 내려앉아 부리로 물고 온 흙으로 차곡차곡 집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 조찬현

제비집 후면 뒤쪽에서 본 제비집 모습
제비집 후면뒤쪽에서 본 제비집 모습 ⓒ 조찬현

신기하게도 제비는 처마의 서까래에 걸어둔 표주박을 이용하여 집을 짓고 있습니다. 표주박의 제비집에는 제비 한 쌍이 부지런히 흙을 물고 오갑니다. 한 마리가 집을 지을 때면 다른 한 마리는 빨랫줄에서 기다립니다. 제비집이 거의 완성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표주박 안을 살펴보니 마른 풀잎과 깃털로 보금자리를 아늑하게 꾸며놨습니다. 제비는 주변을 살피다 조심스레 날아들곤 합니다. 표주박에 사뿐 내려앉아 부리로 물고 온 흙으로 차곡차곡 집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파란대문집의 돌담장과 장독대, 빨랫줄에 널린 빨래가 고향집의 이미지와 많이 닮았습니다. 바닷가 마을 서연리의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빛바랜 슬레이트 지붕너머 마당에 높이 내걸린 생선은 봄바람에 꼬들꼬들 말라갑니다.

탱자나무의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탱자나무 울타리 부근 담장에는 할머니 한분이 기대어 서있습니다. 수많은 제비가 마을하늘을 날아다니며 지지배배 노래합니다. 이듬해 봄에 제비가 박씨를 물어오나 확인하기 위해 또다시 서연리를 찾아가야 할듯합니다. 아니, 그 이전에 제비새끼들을 보러 찾아가야 되겠습니다.

생선 빛바랜 슬레이트 지붕너머 마당에 높이 내걸린 생선은 봄바람에 꼬들꼬들 말라갑니다.
생선빛바랜 슬레이트 지붕너머 마당에 높이 내걸린 생선은 봄바람에 꼬들꼬들 말라갑니다. ⓒ 조찬현

탱자나무 탱자나무의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탱자나무탱자나무의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 조찬현

할머니 탱자나무 울타리 부근 담장에는 할머니 한분이 기대어 서있습니다.
할머니탱자나무 울타리 부근 담장에는 할머니 한분이 기대어 서있습니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비#박#금은보화#여수 화양면 서연리#제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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