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에서 새싹이 나옵니다. 시부모님이 사시는 집 주위를 빙 돌다 보면 여기저기 가시나무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것이 무슨 나무인지 몰랐습니다. 새싹 나오는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두릅이 돋아 있더군요. 그건 두릅나무였던 것이었습니다.
두릅은 살짝 데친 후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특이한 향과 함께 쌉싸래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봄, 입맛을 잃은 사람들의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나물입니다. 참살이 식품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긴 하지만 두릅나무에 가시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요.
두릅 새싹을 따려면 조심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가시에 찔리기 때문이지요. 어머니와 저는 단단히 준비를 하고 두릅을 따기 위해 농장으로 갑니다.
2년 전부터 두릅 수확을 하시는 어머니께서는 등산갈 때 가지고 다니는 등산용 스틱을 챙기셨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하나 주십니다. 저는 깜짝 놀라 "두릅 따러 가는데 웬 지팡이를 주시는 거예요?"라고 했더니 들고 따라오라 하십니다.
두릅나무는 크고 가시가 많기 때문에 등산용 스틱을 거꾸로 들어 손잡이 부분으로 가시나무를 잡아당겨 두릅을 딴다는 겁니다. 시범을 보여 주며 따라 해보라 하십니다. 저도 그렇게 해 보았더니 정말 가시에 찔릴 염려도 없고 손쉽게 두릅을 딸 수가 있었습니다.
도시에서 40년 넘게 생활하셨던 어머니는, 아버지가 정년퇴임을 하시자 아버지와 고향으로 내려와 살고 계십니다. 농사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농사짓는 일이라고는 모르시는 분입니다. 간단한 텃밭 생활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제는 조금씩 적응해 가시는 것 같습니다.
텃밭에 부모님이 드실 만큼만 농사를 짓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적절하게 필요한 것들을 연구하시게 되었고 환경에 적응하려 하다보면 아이디어도 생각난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어머니는 아이디어뱅크입니다.
어머니와는 멀리 떨어져 있기에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 만나는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리기에 아쉬움이 많습니다. 두릅을 함께 따면서 고부간의 정이 쌓여 갑니다. 어머니께서는 "두릅에 대한 사연이 있는데 들어볼래?"하시며 말문을 여십니다.
고향에 내려오시고 다음해 이맘때쯤 두릅이 나올 시기였답니다. 마을에 사시는 먼 친척뻘 되시는 아저씨 한분이 부모님께 두릅과 고사리를 꺾으러 가자고 하시더랍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그분과 함께 두릅과 고사리가 많이 난다는 곳으로 가셨답니다.
그곳은 아버님 댁과는 좀 멀리 떨어져 있기에 차로 이동해야 했답니다. 그분이 안내하는 대로 부모님은 산속으로 들어갔답니다. 두릅을 따려면 산속으로 들어가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한참을 들어가다가 부모님께서는 길을 잃었답니다.
지리를 잘 모르시는 두 분은 겁이 나서 같이 갔던 아저씨를 큰소리로 부르며 찾았답니다. 길을 잃은 두 분은 겁이 나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두릅을 한 아름 안고 나타났답니다.
부모님은 안도의 숨을 쉬며 그렇게 애타게 찾았는데 어디에 있었냐고 했더니 두릅 따느라 대답을 못했다고 하더랍니다. 마을에 사는 다른 분이 두릅이 많이 나는 장소를 알려주지 말라고 해서 말없이 두릅을 따가지고 나왔답니다. 아마도 그 아저씨께서는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부모님에게 마음을 열기에는 시간이 필요했었나 봅니다.
부모님께서는 너무나 황당한 일을 겪게 되었고 그런 일이 있은 후 집으로 돌아와 두릅나무를 사다가 집 주위 산과 농장에 심으셨답니다. 그리고 보니 농장 주변에는 두릅나무가 참 많았습니다. 몇 년째 시골을 내려갔지만 저는 두릅나무를 처음 봤습니다. 두릅을 따는 것도 처음이니까요. 두릅에 대한 사연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가시가 달린 두릅나무를 이렇게 많이 심으셨나요? 했더니 몇 그루씩 군데군데 심었는데 두릅나무가 스스로 옆으로 퍼져 여러 그루가 되었답니다. 이제는 두릅을 따는 것도 힘들어서 필요한 사람은 따가지고 가서 먹었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걱정 마세요. 제가 친구들 데리고 와서 따가지고 갈게요"라고 했습니다.
부모님은 처음에 받았던 상처를 이제는 다 잊고, 두릅을 따서 지인들과 나눠 드신다고 하십니다.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두릅을 따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러 두릅을 모두 수확했습니다. 수확한 두릅은 모두 싸가지고 집으로 왔습니다.
저 역시 가지고 온 두릅을 지인들과 나눠먹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이제는 힘든 일 하기 힘들다"고 하십니다. 간간히 짬을 내어 부모님을 찾아뵙고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두릅은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고 원기가 부족한 사람에게 좋다합니다. 정신적으로 긴장이 지속되는 사무직 종사자와 학생들이 먹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잠도 잘 온답니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도 좋답니다. 아삭아삭 쌉싸래한 두릅의 매력에 빠져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