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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밍아웃한 정치인 최현숙(진보신당)과 탤런트 홍석천.
커밍아웃한 정치인 최현숙(진보신당)과 탤런트 홍석천. ⓒ 유성호

▲ "대통령님 소망교회에도 동성애자가 있다구요"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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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배우 홍석천, 레즈비언 정치인 최현숙. 두 사람은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로 살면서 인식의 구습과 싸우고 있다.

게이 배우 홍석천이 커밍아웃한 지 8년. '같이 밥 먹으면 병 걸리는 거 아니야?'라는 잘못된 편견과 싸워온 세월들이다. 서울 광화문 열린 광장으로, 신촌 인권영화제로, 성소수자 담론이 제기되는 현장마다 다니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그는 CATV 토크쇼도 진행하고, MBC·SBS에서 새로 드라마도 시작한다. 8년 만에 다시 원래 있었던 '배우의 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레즈비언 정치인 최현숙은 지난 4·9 총선에서 '소수자인권'을 주창하며 '정치1번지' 종로에 뛰어들었다. '그들만의 장엄한 정치'를 '사회적 소수자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신나는 판'으로 만들겠다며 나선 몸부림이었다. 나이 마흔일곱에 성정체성을 밝히고 이혼과 더불어 새롭게 인생을 출발한 최현숙. 그 역시 '선거빚'을 청산하고, 또 다른 진보정치를 펴기 위한 모색기에 접어들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3일 저녁 서울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용산구 '예비후보' 홍석천, 종로구 '낙선후보' 최현숙

매번 밝고 경쾌한 낯빛인 홍석천은 "다음 총선엔 용산구에 도전하겠다"며 "소수자정치는 당해본 놈이 잘 알기 때문에 꼭 정치를 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민노당 같은 진보정당에 대한 실망감도 감추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게이를 갈챠주마'며 청와대 초청도 당부했다.

최현숙은 "우리를 '비정상'이라 칭한 이명박정부에 성소수자 인권의식이 있을 리 없다"며 "낙태는 반대하지만 장애인은 낙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분께 바랄 정책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최현숙씨와 홍석천씨가 나눈 대담을 자연스럽게 정리한 것이다. 대화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장윤선 기자가 사회를 봤다.

 커밍아웃한 최현숙 진보신당 국회의원 출마자.
커밍아웃한 최현숙 진보신당 국회의원 출마자. ⓒ 유성호
- 최근 어떻게 지내나.
최현숙 "재밌게 선거운동을 했다. 선거 끝나고는 선거 뒷마무리, 언론인터뷰 등을 계속 하면서 여성영화를 만끽했다. 요즘은 조금 개인적인 부분들을 정리해 가고 있다."

- 선거 빚을 청산하느라 바쁘지 않나?(웃음)
최현숙 "선거 때 여러 사람들이 해준 지지선언, 격려 등이 다 빚이다. 그 책임감은 아직도 남아있다."

- 홍석천씨도 오랜만에 만난다. 어떻게 지내나.
홍석천 "새 마음으로 드라마 등의 일을 시작하고 있다. 그 동안 정치인들하고 어울리며 피도 토해보고 그랬는데 지난 대선부터 이번 총선까지는 한 발짝 뒤에서 물러서 봤다. 개인적으로는 연기자로 돌아가는 시기라 여유가 없었다. SBS 새 일일극 <애자 언니 민자> 등 두 개의 드라마에 출연할 예정이고, 화제가 되었던 <커밍아웃 쇼> MC를 하게되었다. 겹치기 출연 안하는 배우로 유명한데 3개를 겹치다 보니 바쁘다.(웃음)"

- 선거때 대부분 언론이 이색후보라는 평이었다. 정책을 가지고 얘기한 게 아니라 대부분 별종 보듯이 얘기했고, 그것이외에는 얘기가 없었다.
최현숙 "'이색'이란 것엔 동의한다. 기존의 정치랑은 다른 색깔로 했다. 이색후보로 다뤄진 것은 좋았는데 언론들이 얼마만큼 구체적으로 보도 했는가. 이것은 많이 부족했다. <오마이뉴스> <한겨레> 일부 언론들이 담아내려 노력했으나 간단한 이색후보 정도로만 소개돼서 아쉽다. 아쉬웠지만 군소정당 후보로서, 성 정치를 처음으로 이슈화시킨 후보로서 이런 보도만으로도 반가웠다."

홍석천 "사실 이번 총선은 정책이 실종된 선거였고, 이러한 정치를 오래 하다 보니 최 후보가 도대체 무슨 정책을 가지고 나왔는지 국민들은 모를 거다. 최 후보의 정체성만 이슈화됐다. 굉장히 말초적인 걸로 규정짓게 되는, 예를 들어 '연예계 동성애자 폭탄발언' 이런 제목의 기사들만 소개된다. 이런 언론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것이 참 많다.

동성애자한테도 욕을 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커밍아웃쇼> 사회자도 고심 끝에 한 것인데 항상 이런 걸로 돈 버냐. 이거밖에 할 게 없냐. 이래 버리니까 속상하다. 사실 언론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짜증이 많이 난다."

홍석천이 최현숙에게 미안한 까닭은

- 해외는 동성애자들의 사회 진출 자체가 그리 까다롭지 않은데 유독 우리는 심한 것 같다. 선거 과정에서 어땠나?
최현숙 "굉장히 염려 많았다. 테러까지 예상했다. 그러나 진행 과정에서 의외로 심한 거부반응이나 폭력반응들은 없었다. 물론 그런 경우도 많았다. 전화해서 '미친년' 등의 욕설을 한다든지, 유세할 때 거부적인 반응, 명함 나눠줄 때 안 좋은 표정 등등."

- 주로 노인들이 그런가?
최현숙 "노인들보다 40~50대 중년 남성들이 그렇다. 다양성에 꽉 막힌 분들이 주로 그렇다. 노인분들 입장에서는 '사회적 약자'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독려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다양성'이라는 용어를 알 만한 중년 남성들은 의외로 이런 반응이었다. 정식으로 앞에서 얘기하지 못하고 뒤에 숨어서 얘기하는 존재의 불안이나 불만이 드러난 것 같다. 안쓰럽다."

- 성 소수자는 인권의 문제다. 이번 선거에서의 성 정치 시도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홍석천 "최 후보한테 개인적으로 미안하다. 후원금도 못 냈고, 지지도 못했다. 진보신당 쪽에 미안함 반 서운함 반이다. 최 후보를 종로에 내세웠으면 저는 중구에 내서워서 전략적으로 배치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웃음).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전략적으로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웃음)"

- 제일 애기하고 싶은 담론은 무엇이었나. 소수자 인권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인권까지 다 포함해서.
최현숙 "잠깐 선거의 의미로 되돌아가서, 이번 선거의 의미는 한국정치가, 물론 민주주의는 확장해왔고 진보정치도 세력을 확장했지만 여전히 근대정치에서 못 벗어난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이번의 성 정치는 탈근대를 표방한 시도였다. 질문으로 돌아가서 종로에서는 단 한번도 서민들을 위한 정치 1번지가 된 적이 없다. 존재하지만 무시되었던 존재, 서민들과 약자들에게 해당하는 정치 1번지 만들겠다는 것이 이번 선거의 핵심이었다. 즉 기득권자들이 하는 1번지가 아니라 서민정치로서의 1번지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탤런트 홍석천
탤런트 홍석천 ⓒ 유성호
- 8년 전만 하더라도 동성애자 하면 아주 생소한 분위기였다. 8년 동안 굉장히 많이 변했다. 변하는 지점에서 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정치는 또 얼마나 변한 건지.
홍석천 "지금까지도 커밍아웃 맞냐는 분들이 많다. 이성애자들도 그렇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질투인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지. 아직까지 인정 안하는 분들 많다. 더 이상 (연예인으로) 단물 신물 빼먹을 거 없으니 커밍아웃으로 우려먹는 거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지난 8년간 외로웠지만 잘 싸웠다고 자평하고 싶다. 진심은 언젠가는 누구라도 읽어준다고 생각하니까. 또 많이 읽혀왔고. 예전에는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별종이 나온다 이거였지만 이제는 옆에 같이 있어도 '친구할 수도, 옆집 총각이 될 수도 있겠는데'라는 인식 정도는 되는 분위기다."

- 득표율은 얼마나 됐나?
최현숙 "1.61%"

- 분포가 어떻게 되나?
최현숙 "성소수자 이슈가 오히려 여성들에게는 잘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사실 우리가 공략하는 사람들은 서민층·장애인·비정규직이다. 실제 득표는 그 분포와 관계없이 나온다. 전혀 다르다. 왜냐하면 투표할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이 많다. 비정규직 등 말이다. 대체로 양심적인 지식인. 30대 여성들에게 오히려 지지기반이 높다."

"진보진영 의제 서열... 통일·노동, 그리고 저 끝에 '핫바리' 성소수자"

- '성소수자는 민노당 내부에서도 소수자다' 이런 비판을 한 바 있다. 진보신당이나 진보진영 안에서 성소수자 인권문제는 어떤 취급을 받나.
최현숙 "이번 선거는 진보진영의 한계를 뚜렷히 보여줬다. 대안세력으로서의 사회적 전망을 제시하지 못했고, 진보적인 대안이 없었다. 성소수자 의제는 진보진영조차도 맨 뒷전이었다. 다양한 의제를 담아내지 못하고 서열화했던 측면이 많다. 통일·노동, 그리고 저 끝에서 성소수자 등등. 이렇게 의제가 서열화 되고, 중요한 것 빼고 나머지는 당사자가 알아서 하는 식으로 하면 새로운 대안세력이 될 수 없다. 이런 의제들도 모두 한 인간의 일상적인 삶과 연관돼 있는 거다. 다 이슈화해서 가져가야 되는데 서열화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진보가 다원화 되야 한다. 모든 의제를 통합한 진보 말이다."

- 홍석천씨는 아직 민노당 당원인가?
홍석천 "아직까지는…."

- 정당활동 하면서 진보정당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홍석천 "솔직히 예전에는 정치에 관심 없었다. 커밍아웃 하면서 같이 활동하게 된 것이다.
민노당이 내세우는 것들과 나의 정치적 생각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많았다. 그러나 정당 내에서 성 소수자 인권을 얘기하자고 했던 정당이 바로 민노당이었고, 당 내 기구를 처음 만든 것도 민노당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입당했다.

그러나 주욱 지내오면서 이름만 있는 것이 아니냐. 성소수자 문제는 순서 중에 '핫바리' 위치에 있었다. 그냥 조금 관심 띄워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제 후배도 이런 거에 힘들어하다가, 물론 개인적인 일도 있었지만, 한강에 투신 자살한 경우도 있었다. 그 후로는 민노당 성소수자위원회에 많은 기대 안 했다. 큰 정당 사람들하고도 이후에는 얘기 많이 했다.

용의 꼬리가 되고 싶었다. 내가 그 젤 밑꼬리에서 파닥되며 용 머리가 제대로 가게끔 하자는 생각 많이 했다. 큰 정당, 힘있는 정당이 관심을 가져주면 바랄 나위가 없지만 우리 얘기를 했을 때는 '잃는 득표수가 더 많다, 교회 신도들만 해도 장난이 아니다' 이런 반응이다.

개인적으로 만나서 얘기하면 관심을 갖는 정치인도 꽤 많다. 그래서 아직은 좀 이르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이 동성애 문제 이야기해도 될 것 같다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물론 큰 벽이 있으나 계속 긁다보면 깨지는 것 아니겠나."

- 성소수자 통계는 얼마나 되나?
최현숙 "대체로 5~10% 정도가 성소수자일 것이다."
홍석천 "한 400만 정도."
최현숙 "시대가 흐르면서 다양성이 존중되고 하니까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확인할 기회조차 없었는데 이제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많이들 한다."
홍석천 "400만 동성애자들을 모두 종로에 몰아놨으면 당선 그냥 됐을 거다. 그 땐 내가 나가야지?(웃음)"

홍석천 "이명박 아저씨와 만남에 구미가 당긴다"

- 정치인들은 어떤 입장인가? 겉과 속이 다를 수 있다.
최현숙 "정치적인 기반에 이득을 따진다. 이게 정치인의 한계다. 물론 정치인들은 이래서 안 된다. 한나라당 등도 관심을 보이다가도 '여차하면 위험하다' 이렇게 접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정치권이 가지고 있는 성소수자 문제는 아직까지 위험하다는 게 중론인 것 같다. 물론 나도 정당 안에서 성소수자 활동을 해왔으나 여전히 진보진영 안에서도 꺼려하는 부분이 있다."

홍석천 "모든 것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옛날에 여성 정치인이 한국사회에서 목소리 높인 것 생각해보면 이제 성소수자들의 정치시대도 막 걸음마다. 이제야 여성정치인들의 활동이 결실을 맺고 있지 않나. 물론 아직도 보수적인 남성 정치인들은 여성들을 비례대표 1번 정도로 내주고, 의례적인 태도로 대하지만 말이다."

최현숙 "종로구 선거에서 손학규 대표가 보여준 태도가 대표적이다. 거긴 원래 유승희씨가 준비했던 곳이다. 계속 종로에 대해 고민하며 지역주민 만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손 대표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토론 등이 전혀 없이 유씨에게 강제되는 부분이 많았다. 당대표 권력과 싸워서 깨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아직까지는 당내에서의 여성 정치인 문제는 심각한 편이다."

- 동료 연예인 시선은 많이 변했나?
홍석천 "그렇다. 처음에는 동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연예인 생명에 대해 생각을 안 하는 애구나, 용감하다'는 말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 우리끼리 쉬쉬해도 되는 것인데' 많이들 안쓰러워 했다. 그 이후 닥칠 위기를 다들 아니까.

남자연예인 반응이 재밌었다. 여자연예인들은 별 차이 없었는데 남자들은 불편해 하더라. 사석에서 밥먹고 술먹고 할 때 혹시나 당사자도 오해할까봐 굉장히 조심하더라. 친했던 사람들과 거리감이 생긴 부분이 좀 있었다.

최근에는 더 편하게 지내려 하는 편이다. 특히 정찬씨한테 감사하다. 커밍아웃 후 집에서 한달 여동안 밖에 안나오고 있었는데 정찬씨가 먼저 나한테 '친구하자, 당신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사실 살짝 오해도 했다. '얘가 날 좋아하나. 내 스타일은 아닌데(웃음)' 지금도 너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장동건·원빈 그 친구들은 굉징히 편하게 대해줘서 함부로 이름 쓰긴 하지만, 그 분들이 장난으로 말을 많이 한다. 나를 왜 빗대냐고. 많은 연예인들도 이 쪽으로 많이 오픈되어 있다. 재밌고 밝고 멋진 친구들 많이 있다."

 최현숙 진보신당 국회의원 출마자
최현숙 진보신당 국회의원 출마자 ⓒ 유성호
- 이명박정부는 성소수자를 배려하는 정권일까?
최현숙 "그가 발언 제대로 하지 않았나. 우리는 비정상이다. 그래서 성소수자 의제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없다. 이뿐만 아니라 '낙태는 반대하지만 장애인은 낙태해야'는 등 소수자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많다." 

홍석천 "나는 그래서 더더욱 그 아저씨 뵙고 싶다. 대통령은 우리에 대해 모르지 않나. 살면서 지금까지 옆에 동성애자가 누가 있었겠나. 모르니까 비정상이라 말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대통령 만나는 게 굉장히 구미가 당긴다. 얘깃거리가 많으니까. 그동안 자기 관심거리만 집중했으나 이제 대통령이 됐으니 이제는 전 국민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아니냐. 우리쪽 의제도 한번쯤은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싶다. 우리도 국민 중 한 사람인데. 400만에 달하는 성소수자들이 이 모양 이 꼴인데, 우리도 세금 내고 군대도 가고 투표도 하는데, 한번쯤은 만나서 어떤 인간인지 대화해 봐야지 않겠나."

- 이 순간 대통령께 한 마디!
홍석천 "바라는 것은 이제 대통령에 오르셨으니 전 국민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마구 마구 표현해도 될 자리라 생각한다. 세세한 일들은 밑에 분들 시키고, 대통령은 이제 따뜻한 시선으로 소외됐던 서민들, 많은 걸 가지고 계시니 이제 조금 밑에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쪽에 손을 먼저 내미는 멋진 대통령 되길 바란다.

소망교회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많은 분들 중에 제가 아는 동성애자만 해도 30명 넘는다. 얘기 안했기 때문에 모를 것이다. 목사님 아들·사촌·친지, 집안 뒤져보면 한둘은 동성애자가 나올 수 있다.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문제고, 주위의 문제고, 결국 자신의 문제다.

이제는 접근방법을 조금만 달리하셨으면 좋겠다. 비정상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도 말 많이  할 때는 실언할 때 있으니 그냥 그렇게 생각하겠다. 아무튼 서로 대화로 풀어가면 생산적인 것들도 많이 생기지 않겠나. 5월에 거리에 한번 나갈 건데 청와대 쪽으로 장소를 바꿔볼까 생각중이다. 우리들을 직접 보면 생각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우리 말이 유치해서 관심거리 안 되는 사회 되기를"

- 50대 여성의 커밍아웃. 이런 일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개인적으로 살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뭔지, 또 어떤 정치인으로 남고 싶으신지.
최현숙 "커밍아웃 한 것이 48세 때다. 25년 동안 결혼생활을 했고. 천주교에서 사회운동도 계속해왔다.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어려움이 없었다. 당당하게 사회의제를 던질 것이다. 성소수자들이 굉장히 왜곡된 구조에서 살고 있고 핍박받고 있기 때문이다.

커밍아웃에 개인적인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활동중에 점점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데 신자유주의 구조 속에서 양극화 현상, 인권 정치 등이 모두 경제논리로만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겉으로는 인권적으로 향상됐다고 보이지만 사실은 경제논리 속에 무너져가는 부분들이 많다."

진보 정치인으로서 책임감이 많이 든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은 3개다. 예수쟁이(천주교 신자)·여성주의자·진보 정치인. 가장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고 이들을 주체로 세우는 역할이 내가 죽는 날까지 할 일이다. 이러한 소수자 정치를 계속 확대해갈 것이다."

 탤런트 홍석천
탤런트 홍석천 ⓒ 유성호
- 홍석천씨는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가. 한국 역사에서 교과서에 나올 만한 사람 아닌가.
홍석천 "교과서에 나와야 된다. 그거라도 없으면 그동안의 고생이 위안이 안 되니까(웃음). 어쩌다 보니 운좋게 동성애자의 대표 아이콘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배우이기 때문에 배우로서의 삶을 재밌게 살고 싶은데 아직까지 이런 기회가 차단되는 경우가 많다. 아직까지 한 장 두 장 장막을 씌우고 보는 경향이 없지 않다. 연기자로서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특산품 등 모든 게 다 특화되고 있는 게 추세이지 않나. 장동건·원빈이 하는 역할 아니라 재밌고 극을 풀어주는 역할, 그게 게이든 뭐든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아직도 많은 제작자들이 보수적이시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개방적인데 말이다. 이런 역할 있으면 가릴 생각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홍석천' 그러면 뭐가 기억나냐고 물으면 '동성애자' '커밍아웃', 이게 아니라.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의 쁘아송을 능가하는 연기자로 말이다. 또한 지금 하는 사업도 나만이 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하고 싶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40대 정도에는 용산 지역구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욕망도(웃음). 내가 당해보니까 소외되어있는 사람들을 긁어줄 수 있는 사람은 그 출신이어야만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고민거리가 있다. 커밍아웃한 지 8년임에도 특히 동성애자들이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 첫째 톱스타가 아니어서, 둘째 잘생기지 않아서 그렇다. 또, '게이' '동성애자' 홍석천이 아니라 인간 홍석천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솔직히 잘 모르면 입 좀 닥쳤으면 좋겠다. 이성애자 동성애자들 다 말이다. 왜 잘 모르는 사실을 확대 재생산해서 전체 동성애자들과 인권 운동가들이 욕을 먹어야 하는지 정말 속상하다.

너무 가슴에 맺힌 것이 많아서 이젠 좀 닥치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우리들이 이런 말하는 것이 너무 유치해서 아무런 관심거리가 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게이 배우 홍석천#레즈비언 정치인 최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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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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