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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9일 치러진 17대 대통령 선거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진행됐다. 당시 정부와 여당이 무슨 선심성 공약을 내걸어도 심판론이 월등했다. 이번 4월 9일에 치른 18대 총선이 초반전엔 거침없이 나가는 대통령 인수위와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론이 힘을 얻는가 싶었다. 하지만 후반전으로 갈수록 뉴타운에 눈낄이 쏠리는 이상한 기류를 보였다. 선거는 그래서 드라마틱하다.

 

서중석의〈대한민국 선거이야기〉는  1948년 제헌 선거에서부터 2007년까지 우리나라 선거 역사를 풀어내고 있다. 지난 선거 역사 속에서 부정선거와 관권선거, 웃기지도 않는 체육관 선거, 관광버스나 돈 보따리를 풀어 제치는 금권선거가 횡횡했다. 물론 이 책은 그런 부정적인 견해보다는 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강의에서도 부정적인 선거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강의에서는 민의가 어떻게 선거를 통해 표출되며, 선거가 한국 사회를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화시켰느냐에 초점을 맞추었다.”(머리말)

 

사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켜본 선거의 모습은 부정적이다. 농촌에서 자란 나는 선거철만 돌아오면 동네 어르신들이 버스 몇 대에 올라 관광을 갔다 오거나, 동네 이장이 어수룩한 밤에 돈 봉투를 들고 집집마다 돌아다닌 모습도 곧잘 봤다. 그런 인상들 때문에 선거를 별로 좋게 여겨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 그것이다. 선거야 말로 민주주의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요, 선거를 통해 백성들이 역사를 주도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강 너머 불구경하던 꼴에서, 그 불이 어떻게 번져왔고, 또 어떻게 그것을 꺼야 하는지를 주의 깊게 들여다 본 셈이었다.

 

이 책은 우선 남한 사회가 북한과 달리 이마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보통선거를 실시한 점이었음을 피력한다. 물론 우리나라 최초의 선거인 1948년 5․10선거가 미국과 유엔의 관리 하에 진행된 선거라지만, 그것은 1919년 4월의 상해임시정부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지금 얘기한 보통선거와 똑같으냐에 대해서는 약간의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 취지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해 9월 통합임시정부가 출범했을 때도 이 조항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독립운동가들은 보통선거 실시를 너무나 당연시했다, 그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33쪽)

 

이번 18대 총선에서 공천 문제로 한나라당이 시끌벅적했다. 이명박 계와 박근혜 계의 세력 다툼 때문이었다. 물론 그 주도권은 이명박 계가 쥐었다. 이는 공천제가 처음 실시된 1954년 5․20 총선을 들여다보면 그 결과도 쉽게 예측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때는 자유당 총재인 이승만에게 절대 복종할 것과, 당선이 되면 개헌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는 서약서를 쓰고서야 공천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니 절대 권력자의 눈치를 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흐름이었던 것이다.

 

어찌됐든 선거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이끌어가는 핵폭풍이었다. 이승만도 1960년 3․15부정 선거를 통해 영구집권 하려고 계획했지만 터무니없는 부정 선거로 인해 정권 자체가 붕괴되었고, 박정희의 유신독재 정권도 1978년 12․12국회의원 선거로 인해 이미 그 운명이 기울었고, 서슬 퍼런 전두환 정권도 1985년에 치른 2․12총선에서 그 생명이 다했다.

 

그마만큼 선거는 한국 사회를 발전시켜 온 지렛대 역할을 한 셈이었다. 권력의 횡포를 뒤집어엎을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고, 형식상의 민주주의를 절차상 그리고 내용상의 민주주의로 일구어내는 디딤돌 역할을 해 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었던 버팀목은 민의, 곧 백성들의 의지였다.

 

그런데도 이번 18대 총선이 뉴타운 총선으로 변질이 돼서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다음 총선을 내다보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선거 역사 속에서 어떻게 민의가 흘러왔는지 보여주는 이 책을 살피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 선거이야기 - 1948 제헌선거에서 2007 대선까지

서중석 지음, 역사비평사(2008)


태그:#대한민국 선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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