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에 불을 지른 채씨에게 10년의 판결이 내려졌다.
채씨가 지금 70인 것을 생각해 보면 감옥에서 죽으라는 의미를 지닐 수도 있는 판결이다. 이번 판결에 많은 네티즌들은 형량이 가볍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을 본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이것은 이성을 상실한 네티즌들의 흥분 외에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
① 채씨에게 사형을 언도하면 어떨까?사람들은 이런 판결에는 대부분 반대할 것이다. 물론 그가 국보를 훼손시켰지만 그것 때문에 사형까지 간다면 너무 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사형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았다. 불지른 사람이 우리나라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국보를 훼손시켰다는 생각에서다. 그 사람이 당신의 친한 사람이나,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도 그렇게 주장했을지 의심스럽지만 말이다.
② 채씨에게 30년형을 언도하면 어떨까?나이를 감안해 보면 30년은 무기징역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10년이라는 판결은 그를 사회로 격리시키기를 원하는 최대한의 판결이라고 보여진다. 나이 100살까지 살 사람은 별로 없는 것을 생각해보면 재판부는 그래도 채씨에게 10년형을 선고함으로서 일말의 동정심을 보여준 듯이 보인다.
③ 누구의 책임인가?"재판부는 "사전에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충분한 대책이 있었더라면 숭례문이 전소되지는 않았을 것이라 숭례문 소실의 책임을 모두 피고인에게 돌리기는 어렵다"면서 문화재 보호 관계기관에도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연합뉴스- 백나리 기자)재판부는 관리자들의 책임도 이번 판결에서 명시하였다. 어떤 사람은 채씨를 그렇게 몰아간 사회의 여러가지 분위기와 환경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채씨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부분이 뒤섞여 있고 혼합되어서 나타난 것으로 보여진다.
④ 국보가 무엇인가?사람들은 숭례문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을까? 그리고 그 가치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방치되어서 관리되거나 돌보지 않았던 것들이 문제가 되거나 사회적 이슈가 되면 마치 대단한 관심과 중요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보도되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⑤ 국보가 불에 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눈물 짓는 것을 보았다내가 볼 때에는 그 심정이 참담함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사람의 생명과 직결될 때에는 우리는 좀 가치평가를 달리 해야 한다고 본다. 국보보다 못한 사람의 생명이 있는가 하는 측면에서 죄의 형량이 다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⑥ 재판부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는가?사법부가 내리는 판단은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내리는 것으로 안다. 이번 채씨의 판결은 국민의 충격과 아픔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 채씨가 이미 그 전에 그와 비슷한 짓을 저질렀던 점에 대한 고려, 관계기관들의 관리 등등을 고려한 판단으로 생각된다.
⑦ 우리의 판단 근거들이 너무 미약하지 않는가?얼마 전에 내렸던 특검의 삼성에 대한 판단들, 성폭행 가해자들에 대한 판단들, 문화재를 파괴한 행위에 대한 판단들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사람들마다 조금씩 기준이 다르겠지만 최소한의 공통적인 기준을 우리는 찾아야 한다고 본다.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어떤 것이 더 클까? 거대 기업의 운영방식이 우리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을 죽이거나 상하게 하는 일일까? 사람들에게 분풀이 못한 것을 건물들에 쏟아붓는 것일까?
나는 채씨를 변호하고픈 마음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사회적 판단의 잣대들이 너무나 엉성하고 작위적이고 심지어 유전무죄의 논리에 서 있는 듯이 보이는 현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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