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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산에가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보내는 노래 선물 25일 오후 홍대 앞에 있는 가수 강산에씨의 연습실에서....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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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서교동 연습실에서 만난 가수 강산에씨.
 25일 오후 서울 서교동 연습실에서 만난 가수 강산에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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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같은 내 엄마를 힘껏 꼭 껴안아봤다
엄마가 웃는다 기뻐서 웃는다
동그란 눈, 내 여자도 힘껏 꼭 껴안아봤다
여자가 웃는다 좋아서 웃는다
엄마도 내 여자도 좋아라 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흐뭇해진다"

6년 만에 8집 앨범을 새로 낸 뮤지션 강산에(45).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교동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막 세수를 하고 나온 듯한 깨끗한 얼굴, 보라색 배기팬츠에 암회색 가디건을 걸쳐 입고 노랑빛이 도는 챙이 있는 모직 모자를 눌러쓴 그는 대낮에 불쑥 노래를 청했는데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주 편안하고도 자연스러운 '작은 음악회'를 열어주었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는 동안 하마터면 왈칵 눈물을 쏟을 뻔했다. 그가 부르는 노래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 수많은 엄마들이 떠올라서. 눈을 살짝 감았다 떴다 운율 있게 움직이는 그의 턱선에서 나오는 넉넉한 웃음은 평화 그 자체였다.

한 시간 남짓 그와 편안하게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어김없이 새벽 4시가 돼야 잠이 들고, 공연 중에는 수면유도제를 먹지 않으면 좀체 잠에서 깨지 않는 그의 몸 이야기도 들었다. 뉴스를 보면 되려 무력감이 들어 채널을 돌린다는 감수성 예민한 아티스트와의 만남은 세상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깨끗한 수정 같은 느낌이었다.

"뉴스는 정보잖아요. 뭔가 유익함을 얻을 수 있는 정보. 그런데 맘이 따뜻해지거나 하지 않아요. 법이 있긴 한데 왜 있는 거지? 무력감이 들게 만들어요. 거대 권력형 부패비리사건들을 볼 때마다 정말 기운 빼는 뉴스가 많다는 생각이에요. 20대엔 이웃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많이 봤는데, 요즘 그것도 못 보겠어요. 심장이 뛰고, 아파요. 보고나면 기분이 너무 안 좋아요."

요즘은 자꾸 사소한 것이라고 예쁜 걸 보려고 애쓰고, 고마움을 느끼고 살려고 노력한단다. 오후의 홍차처럼, 아파트 베란다 앞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냄새 맡으며, 하루에 성큼 자라난 화초를 보고, 그러면 그 자체로 행복이라고 했다. 관념과 상상에서 자꾸 땅으로 내려오는 느낌이라고 했다. 아직은 더 땅으로 내려와야 하지만.

가수 강산에씨.
 가수 강산에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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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를 의식하지 않고 노래한 지는 꽤 됐어요. '라구요' '할아버지와 수박' 등 2집 때는 내가 무슨 의식을 갖고 노래하지 않았아요. 그냥 노래 만들고 싶고, 남들에게 들려주기 쑥쓰러운 노래를 '나만의 습작'으로 했던 거죠. 그런데 내 앞의 선배 뮤지션을 보면, 인류와 그 사회에 대한 부분을 적극 노래하고 문제제기했어요. 대중음악의 역사가 그렇잖아요. 그러면서 저도 영향을 받았어요. 3집, '더 이상 더는' 같은 전쟁에 관한 노래, 3집 '태극기' '삐딱이' 그땐 정말 메시지를 의식하고 노래했었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부러지고,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 터지고…. 곪아터진 시스템의 끝이 터져나오는 걸 보고 메시지를 담고 노래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밖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연어를 발표할 때, 내 고민과 맞닿아있었던 게 많이 풀렸어요.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에서 왔나, 앞으로는 어디로 갈 건가 등등. 연어의 일생을 보면서 마치 내가 궁금해 하던 모든 궁금증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끊임없이 뭘 찾던 중이었지만. 그런데 한 가지 낸 결론이 있다면, 내가 회의하고, 그래서 튕겨나온 뒤로 여러 방황을 하고 그 뒤에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 뒤에야 바로 그곳이 혼돈의 끝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강산에는 철학적이었다. 마초기질이 없는 아주 유하고 부드럽게 삶을 연주하는 철학자 같았다. 천천히 아주 느린 속도로 자기 고민을 가슴부터 끌어올려 목구멍으로 자연스럽게 토해내는 그의 얼굴에는 여러 표정이 교차했다.

그런 강산에를 찾는 대개 팬은 남성들이다. 공연시장의 대다수를 20~30대 여성들이 독차지하는 것과 달리 강산에의 무대를 찾는 건 남자들이 많다.

"꼭 그렇지 않아요. 연령층이 다양해요. 남녀비율을 따지자면, 여자 55%, 남자 45%. 커플이 많고, 가족단위로 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또, 남자끼리 오는 경우도 있고."

그의 8번째 앨범의 타이틀은 '물수건'이다. 식당에 가면 가장 먼저 손님을 대하는 물수건처럼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은 뜻을 담았다고 했다. 그가 이번에 낸 뮤직비디오 또한 아주 독특하고 재밌다. '답'을 노래한 뮤직비디오에는 화려한 볼거리가 있다.

"뮤직비디오 찍는 과정이 더 재밌었어요. 여배우 중심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간 건대, 밴드는 상상속의 인물에 불과해요. 여배우가 음악을 들을 때만 나타나는. 댄서커플은 장면을 넘기는 일종의 '컷' 개념이고. 의상컨셉도 재밌고. 시장아줌마들이 어느 나라 옷이냐, 나도 사고 싶다 해서 재밌었던 에피소드도 있었고."

가수 강산에씨.
 가수 강산에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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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에에게 노래를 잃어버린 사회가 행복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여고생 시절에는 깨알같이 대중가요 가사를 손바닥에 적어 영어단어 외우듯 외우고 다녔지만, 서른이 넘고 마흔이 다가오면서 노래를 잃게 된다는 내 사연을 빗댔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을 열지 않으면 늘 여유 없고 갑갑한 일상을 살게 될 것 같아요. 맑은 하늘만 봐도 좋고, 푸른 바다만 봐도 좋고,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행복한 건대 대개 그런 생활을 못하지요. 재작년 하와이에 갔다 왔어요. 허니문 아닌 허니문이었는데, 그들의 삶이 참 행복해보였어요. 빗물받아 목욕물과 식수로 쓰고, 태양열로 전력을 쓰는. 아침에 일어나 풀을 자르고, 간단한 아침을 먹고 도시락을 준비해 이 바다, 저 바다를 찾아 쏘다니는 게 너무나 좋았죠.

그때 이런 글을 봤어요. 마음은 낙하산처럼 펴져 있을 때 쓸모가 있다. 결국 낙하산은 펴져야 낙하산의 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마음도 쫙 펴져 있지 않으면 마음 구실을 못하는 거죠.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그런 시간의 여행이 나에게 행복감이 돼 돌아왔지요."

그에게 다시 물었다. 가난한 사람들도 음악을 즐길 여유가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가난한 사람들도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행복감을 누릴 수 있을지.

"그건 실타래 같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디선가 탁! 해결되는 게 아니라 뭔가 연결돼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좀더 얘기하면, 가난한 사람도 자기돈으로 문화적 삶을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디에 돈을 투자하느냐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사교육비와 아파트 평수 늘리는 것보다 음악과 미술 예술에 투자할 때 훨씬 행복이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음악을 뒷전으로 미룰 필요도 없고, 미뤄서도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태그:#8집 앨범 물수건, #강산에, #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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