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면 꼭 찾아먹는 것 중의 하나가 쑥떡이다.
재래시장을 한 바퀴 휘돌다 보면 쑥떡 파는 아주머니를 만날 수가 있는데 봄엔 유독 그 쑥떡이 당겨 사먹게 된다. "제철음식이 제일"이라는 말에 견주지 않더라도 봄에는 왠지 쑥떡을 먹고 봄을 지내야 내 몸 어딘가에 다가올 여름을 대비할 면역이 생기는 듯 하다.
그런데 이 쑥떡을 충청도에서는 쑥떡에다 '개'자를 넣어 '쑥개떡'이라 부르고, 모양도 직사각형이 아닌 호떡 모양으로 둥글게 빚는 것을 보았다. 몇년 전 친정인 충청도로 나들이를 다녀온 친구의 집엘 놀러갔다가 이 쑥개떡을 먹게 되었다.
처음엔 쑥개떡을 준대도 그 중간의 글자 때문에 지래 맛없겠거니 생각하고 관심 없어했는데 자꾸 권하는 바람에 먹었다가 '띠잉, 이기 뭐꼬?' 한 입에 반했다. 쑥떡은 뭐니뭐니 해도 고소한 콩고물을 진하게 묻혀먹는 것이 제일이라 여겼다. 그런데 콩고물 없이 참기름만 살짝 발라먹어도 맛있음을 그 충청도 '쑥개떡'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되었다.
해서 '쑥개떡'을 안 그 이후부터는 봄에 그 친구를 만나게 되면 친구 어머니의 안부보다 올해는 쑥개떡을 하셨는지 어쨌는지를 더 궁금해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였다.
올해는 쑥개떡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무튼 한 봉지씩 사먹던 쑥떡을 올해는 직접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어머니께서 쑥을 보내주었는데 쑥국을 끓여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라 쑥국 두어번 끓여먹고 남는 것은 삶아서 쌀 한 되와 함께 방앗간에 가져다주니 양이 너무 적어서 못해주겠다고 하였다.
"다른 집 거랑 합해서 해주면 안돼요?"
"그건 안 돼요. 그러지 말고 오늘 가져온 것만큼 만 더 뜯어 와요. 쌀도 한 되 더 가져오고. 요새 쑥 천지잖아요."
'쑥 천지?'
아닌 게 아니라, 인근 밭둑길에 나가보니 사방이 쑥이었다. 햇볕에 노출된 쑥은 이미 훌쩍 자라 시어보였으나 그늘이나 마른잡초 덤불 속에서 자라고 있는 쑥들은 연했다. 손으로 몇 줌 뜯어보니 손에 쑥물이 배여 안 되겠기에 집에 와서 칼과 봉지를 들고 다시 나가 확실하게 뜯었다.
아주 '최대한 많이 뜯었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뜯다가 왔는데 삶으니 '홀쪽'했다. 그래도 방앗간 아저씨가 필요하단 양 만큼은 될 것 같았다. 해서 이젠 쑥떡 해먹을 일만 남았다. 삶은 쑥은 일단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내가 가고 싶은 날 방앗간에 가져가면 된다.
'냉동실' 하니까 생각나는 데 이렇게 봄에 쑥을 뜯어서 삶아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낙엽 지는 가을에 또 한 차례 해먹으면 그게 또 그렇게 별미일 수가 없다나. 아무튼, 이 봄이 가기 전에 이번에 뜯은 쑥으로 쑥떡을 해서, 늘 먹던 식으로 콩고물을 묻혀서도 먹고, 그냥 고물 없이 '쑥개떡' 식으로도 먹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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