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29일 중국에서는 현재의 중국 상황을 보여주는 2개의 장면이 펼쳐졌다. 29일 중국 최대의 포털인 '신랑'의 오른쪽 위 뉴스공간에는 3월 14일에 일어난 티베트 라싸 시위 책임자들의 재판 뉴스가 실렸다.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5시에 끝난 이 재판에서 피의자들은 3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았다. 이 기사에는 불과 10시간 만에 20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은 시위자들을 사형시켜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일부 댓글은 공개처형을 주장했다. 이 사건 관련 신랑의 총 댓글도 200만개에 육박하는데 일맥상통하는 내용들이다.
반면, 서울에서 일어난 중국인들의 시위를 보도한 기사는 10여개도 넘지 않았다. 기사내용도 한국 쪽의 성화 방해에 중국 유학생 측에서 생수병을 던졌다는 정도의 내용이었다. 이와 함께 성화가 무사히 통과했다는 것과 스타인 장나라의 봉송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댓글의 분위기가 험악하기는 이 곳도 마찬가지였다.
#장면1. "티베트 시위자들을 사형시켜라" "한국제품 불매하자"
"엄징(严惩)하라" "뭉둥이로 쳐죽여라" "공개 처형하라"
이날 오후 3시 45분, <중궈신원>의 "라싸 방화시위 사건의 첫 번째 부분 심리가 열렸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이 기사는 포털 '신랑'에 뜬 지 4시간만에 근 1100여개에 달하는 댓글로 장식됐다.
자신도 티베트인이라는 몇몇 네티즌은 "이 사건은 티베트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테러주의자의 책동이니 전 티베트인과 연결하지 말고 엄단하라"고 쓰기도 했다. 피의자에 대한 자비를 호소하는 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밤 9시 38분에는 <신화왕> 발로 "라싸 3월 14일 사건 관련자 30명이 형을 확정받았다"는 제하의 기사가 떴다. 이 기사에는 30일 오전 9시까지 2000여개에 달하는 댓글이 붙었다. 이곳의 댓글들도 대부분 "판결이 너무 가볍다" "찔러 죽이자" 등 사형을 요구하는 내용들이다.
반면 27일 서울에서 있었던 중국인들의 폭동에 관한 뉴스는 찾아보기조차 어려웠다. 런민르바오가 발행하는 <환치우스바오>에 실렸던 "기자의 중국 유학생과 항의단체의 충돌 체험기"는 삭제되어 볼 수가 없었다. 29일 오후에야 몇 매체에서 한국 측 반응을 중심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한편, 29일 2시 35분 <쓰촨신원>의 "한국 시위 중국 유학생 엄징하기로 결정했다. 외교적 조치 강구"라는 기사가 나가자 이 기사에 8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국 물건 불매해 중국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자"거나 "한국인은 확실히 악심이 있다. 중국 장사에서 중국인을 속여 많은 돈을 떼어갔다"는 등의 반한감정에 관한 내용이 봇물을 이뤘다.
# 장면2. 중국의 양심, <추악한 중국인> 저자 보양의 사망
29일 새벽, 중국의 양심이 꺼졌다. 이날, 티베트에 대한 살벌한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뉴스의 공간 끝에<추악한 중국인>을 쓴 대만 거류 작가 보양의 사망소식이 실렸다. 중국인들이 가진 문제를 심각하게 고발했던 그는 당대 중국의 양심이었다. 불행히도 중국 양심이 위기에 처한 날 그가 사망한 것이다.
보양 선생은 29일 1시 12분 타이베이에서 향년 89세로 영면했다. 허난 카이펑 출신인 보양은 1949년 국민당과 타이완으로 간 후 문필가로 활동하며 <추악한 중국인>(한국 출간), <중국인사> <보양판 자치통감> 등을 통해 중국인들의 마음 속에 있는 비양심적인 것들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대판 루쉰'으로 불린 그는 '더럽고 지저분하다' '지독한 자기 중심' '무질서하고 혼란스럽다' '독선적이다' '파벌투쟁과 내부투쟁' '인간불신' '상대방을 배려 않는다' 등 14가지의 나쁜 습성을 들어 개선을 요구하는 글을 썼다.
그의 책은 다른 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본토에도 출간되어 자아성찰을 부르는 책으로 인정받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포털 '신랑'에 천샤오밍이 쓴 "왜 보양은 중국인들을 날카롭게 비평했는가"라는 추도 기사가 실렸고, 악성 댓글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올림픽판 문화대혁명이 진행되는 듯한 양상이다. 중국인들은 1966년부터 10년간 중국을 유린하며 문화대혁명을 이끌던 홍위병의 재탄생이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의 칼럼은 한번 읽어볼 만하다. 그는 자신의 칼럼에서 "중국의 민족주의는 중국 정부에 정통성(legitimacy)을 부여할 수도, 반대로 정통성을 빼앗아 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 그는 지금 중국민들이 보이는 근성이 지금은 중국에 대한 애국주의로 나타날 수 있지만 훗날 누군가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현 정부에 칼날을 들이댈 때 그 예봉을 피해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지적했다. 중국인들이 깊게 새겨 읽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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