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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로 오르다만 송전탑
하늘로 오르다만 송전탑 ⓒ 김학섭

 

선포산(인천 부평구 산곡동)을 오르다 보면 반쯤 하늘로 올라가다만 앙상한 송전탑이 벌써 3년째 흉한 몰골을 드러내고 서있다.

 

붉은 살점을 드러내고 있는 공사장 주변에는 버려진 철골들이 주인을 잃은 채 녹슬어 가고 있다. 쓰다만 자재들은 헌 부대에 담겨진 채 여기저기 쌓여 있다. 선포산은 해발 126.29m로 인근 주민들의 유일한 쉼터인데 이런 중병을 3년째 앓고 있다.

 

선포산 아래는 선포 약수터를 비롯해 상설 공연을 할 수 있는 야외무대와 그 아래쪽에는 부광고등학교·부평서중학교·부평서여자중학교·신촌초등학교 등 많은 교육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또 테니스장을 비롯해 아침에는 지역 주민들이 모여 단전호흡·에어로빅 등 건강 체조를 할 수 있어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유일한 휴식 공간이다.

 

선포산에는 주로 활엽수들이 숲을 이루고 있지만 나무 종류도 다양해 벚나무를 비롯해 신갈나무·떡갈나무·소나무·아가씨나무·오리나무·전나무·산수유 등 귀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또 몇 년 전에는 너구리 가족을 비롯해 두견새·꿩·다람쥐·청설모·뱀·딱따구리·박새 등 많은 동물가족들도 서식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눈에 띄게 수가 줄어들고 있다.  

 

주민들의 쉼터, 너구리의 삶터... 그러나 송전탑이

 

나는 15년 동안 비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선포산을 오르고 있다. 계양산을 비롯해 선포산·한봉산은 인천의 몇 안 되는 도시 속의 허파와 같은 중요한 산이다. 사시사철 우리에게 끊임 없이 맑은 공기를 보급하는 산이 이처럼 인간의 개발에 밀려 점점 파괴되고 죽어가는 것이 안타깝다. 산의 주인은 동물들이다. 이들의 터전을 인간들이 빼앗아서는 안 된다.  

 

공사를 하다 내팽개쳐진 송전탑도 그 중의 일부다. 주민들은 이제나 저제나 파헤쳐진 공사가 끝나기를 기다리지만 공사 현장은 버려진 채 잡풀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실정이다. 깎인 산은 장마철에 산사태가 일어날 위험까지 안고 있어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 하루 속히 공사가 끝나 원상태로 복원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여전히 공사 진행은 안 되고 있다.

 

 현장 아래는 부평 서중학교가 보이고 있다.  장마철에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현장 아래는 부평 서중학교가 보이고 있다. 장마철에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 김학섭

 

고압선 공사를 그만 둔 이유는 무엇일까. 2005년 12월 3일 고압선이 아파트 주위를 비롯해 백운초등학교 가까이 지나가게 되면서 "학부모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한전 측에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공사가 강행되자 학생들의 등교거부 사태까지 불러오게 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아직도 사건이 해결이 되지 않은 미완인 상태로 남아있는 셈이다.

 

선포산과 한봉산 주위로는 도서관을 비롯해 노인들의 요양기관과 2009년이면 완공될 부평구 문화예술회관 공사가 지금 한창 진행 중이다. 800석 규모의 공연장과 350석의 풍물 상시 공연장이 들어서면 이곳은 문화 중심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한봉산 쪽으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하늘을 찌를 듯한 뼈대만 앙상한 송전탑을 볼 수 있어 자연경관을 해치고 있다.  

 

지금은 공사 현장이 점점 주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 나면서 언제 공사가 재기될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 부평 서중학교 학부모 김모씨는 "산을 오를 때마다 버려진 공사 현장을 외돌아 산을 오르는 일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 현장을 이렇게 내버려 두었다가 여름철 우기에 산사태라도 나면 그 아래 학교는 어떻게 되겠느냐"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주민은 잠잠하던 일을 또 들추어내어 사건이 다시 복잡하게 불거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렇다고 공사 현장을 언제까지 이렇게 방치할 수만 없다. 조속히 해결책을 찾아 공사를 끝내든지 아니면 깨끗하게 철수하든지 양단간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더구나 장마철을 앞두고 학교는 물론 지역 주민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한 연립주택 주민들이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기존송전이 재건축건립에 지장을 주자 자체비용을 부담해 이전하는 것으로 한전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원과 보상 문제가 해결되면 연내에 공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몇십m만 떨어져도 인체에 해가 없는데 미관상 문제인 것 같다"며 "연내는 공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주민들은 속히 아름다운 선포산을 되살려 주기를 바라고 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공사 현장. 여기저기 공사자재가 쌓여 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공사 현장. 여기저기 공사자재가 쌓여 있다. ⓒ 김학섭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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