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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도 공영버스 운전기사 백은기씨 재치넘치는 입담과 친절한 위도 공영버스 백은기씨의 관광안내는 그 어느 공영버스에서도 볼 수 없는 정말 재미 있는 모습이었다. 그가 있어서 위도는 더욱 아름다운 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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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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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는 물이 귀헌게 물 값 받을 것이라고라? 그런 말일랑 허덜덜덜 마시랑게요, 잉! 물 값은 1원도 안 받는 당께요."
"우하하하하!" 버스 승객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린다. 버스 창가로 스쳐 지나치는 어느 해수욕장을 소개하며 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박수 많이 치먼 건강에도 좋다니께 많이들, 치시시오 잉~."
버스 안이 또 한 바탕 웃음바다를 이루었다. 운전기사는 거침없는 재담으로 사람들을 웃기며 계속하여 마을과 경관을 소개하고 있었다.
지난 4월 29일 전북 부안군의 서해에 떠 있는 작은 섬 위도를 찾았을 때였다. 채석강으로 유명한 변산반도의 격포항을 출항한 배는 50여분을 통통 거리며 달려 고슴도치 섬의 파장금 포구 선착장에 도착했다. 위도[蝟島]는 그 모양이 고슴도치처럼 생겼대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행들은 섬 안에 있는 몇 개의 산을 등반하기 위해 일단 선착장 앞에 서있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위도에서 운행되는 단 한 대 뿐인 공영버스였다. 이 공영버스는 차량이 별로 없는 섬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유일한 발이기도 하며 위도 섬을 한 바퀴 도는 순환버스이기도 했다.
일행 30여명이 버스에 모두 오르자 곧 버스가 출발했다. 그런데 버스는 그냥 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버스 안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서 위도를 소개하는 말이 흘러나왔는데 그 억양이며 말씨가 아주 유별났다. 앞쪽을 바라보니 운전기사가 운전대 앞에 설치된 마이크를 통하여 관광안내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저 몇 마디하고 그치겠거니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버스가 출발하면서 시작된 안내는 달리는 동안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던 것이다. 앞에 나타나는 마을의 유래며 풍속과 거리의 풍물, 또 스치고 지나가는 바닷가의 바위와 섬, 그리고 해수욕장이나 상수도용 저수지까지 빠뜨리지 않고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오신 분들, 잠수교가 서울에만 있다고 자랑허지 말더라고요. 이 위도에도 잠수교가 있응게요. 저 오른 쪽 바다를 보시랑게요. 저 섬으로 가는 낮은 다리가 보이지요, 저게 바로 잠수교랑게요, 잠수교."
그는 섬 안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위도 섬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어느 마을의 문화까지 모르는 것이 없었다. 학교와 인구, 삶의 모습 등 그는 특유의 구성진 사투리로 어찌나 재미있게 설명을 하는지 그의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거의 시간을 잊게 하고 있었다.
그의 재담처럼 재미있는 설명이 아쉬웠지만 버스에서 내려 등산을 시작했다. 등산은 4시간이 넘게 걸렸다. 등산을 마치고 육지로 돌아가기 위해 포구로 나갔을 때 마침 공영버스가 선착장 앞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운전기사는 마침 관광객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그는 운전과 안내뿐만 아니라 섬을 찾은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도움을 주고 있었다.
"어떻게 운전하기도 바쁠 터인데 안내까지 그렇게 재미있게 하십니까?"
위도 공영버스 운전기사 백은기(57)씨를 만난 것은 버스 안에서였다. 사람들을 피해 아직 손님들이 타지 않아 텅 빈 버스 안에서 내가 질문을 하자 그는 정색을 한다.
"저라도 혀야지 누가 허겠는게라? 다 우리 위도를 위해서 허는 일인디."
그는 벌써 7대째 이 섬에서 대를 이어 살아오고 있는 토박이 위도 사람이었다.
"옛날에는 참 대단했었지라, 조기 파시가 있었을 때 말입니다. 그러나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몇 번의 고비를 넘겼지라."
그는 어려움을 넘겼던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그러나 그냥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옛날 90%가 넘던 어업인구가 지금은 어업으로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으니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섬을 관광자원으로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공영버스 운전을 하면서 관광안내를 자청하여 하고 있는 것이었다. 구불구불하고 비좁은 도로를 운전하며 손님들을 웃기고 재치 있는 안내를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손님들께서 이 위도를 여행하시는 중에 혹시 불쾌한 일을 당하셨다거나 불편한 일이 있으셨다면 모두 용서하여 주십시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정중하게 사과를 할 때는 사투리도 사용하지 않았다. 30일 아침 육지로 돌아가기 위해 선착장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그가 외래 관광객들에게 사과를 했다. 혹시 섬 여행 중에 불편이나 불쾌한 일을 당했을지도 모를 관광객들에 대한 그의 자상한 배려였다.
그러나 사실 위도 공영버스 운전기사 백은기씨는 전날인 29일 오후 짙은 안개 때문에 여객선이 출항하지 못해 하룻밤을 섬에서 묵게 된 우리들과 외지의 관광객들을 친절과 정성으로 안내해 주었었다.
나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 난생처음 위도를 찾은 우리 산악회원들, 그가 아니었으면 30여명의 우리 일행들이 저녁 식사며 하룻밤 유숙할 숙소를 찾아 상당한 혼란과 불편을 겪었을 것이다. 다행이 그의 안내로 편안한 하룻밤을 묵은 우리 일행들은 그에게 모두들 매우 고마운 마음을 갖고 위도 섬을 떠날 수 있었다.
전북 부안 변산반도를 바라보는 서해의 가난한 섬 위도는 친절하고 재미있는 공영버스 운전기사 백은기씨가 있어서 더욱 아름다운 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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