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강북 집값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 4·9 국회의원 선거를 기점으로 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이러한 강북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모두 '뉴타운'을 지목하고 있다. '뉴타운 추가지정'이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서울지역 국회의원 당선자들(한나라당)은 적극 추진을, 지정권한을 갖는 오세훈 시장은 추가지정 없음'의 입장을 밝힌 상태다.
뉴타운을 총선공약으로 낸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의 말처럼, 뉴타운 개발로 인한 집값 상승을 강남과 강북의 (집값)격차를 완화시키는 당연하고 긍정적인 현상으로 바라볼 것인지, 전세값, 집값 상승으로 서민들의 주거를 불안하게 하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봐야하는 것인지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재개발 사업의 다른 이름인 뉴타운사업…. 과연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위한 사업인지 '막연한 개발기대'는 이제 접어두고 그 실체를 냉정하게 바라보자.
뉴타운 사업은 무엇인가?쉽게 말하면 '재개발' 사업을 여러 개 붙여 놓은 사업이다. 과거 재개발 사업은 소규모로 조각조각 나뉘어 사업이 진행되었다. 일정규모 미만으로 개발하게 되면 기반시설(학교, 공원, 도로 등)과 임대주택의 설치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개발제도의 맹점 때문이었다.
사업주체는 개발비용을 최소화하고 개발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하였고, 도시환경은 아파트만 빼곡하고 기반시설은 부족한 그야말로 '누더기'가 되었다. 또한 노후한 소형단독주택이 철거되고 대형평형 위주의 아파트로 변신하면서 주민구성도 '확' 바뀌었다. 1970년대를 거쳐 90년대까지 활발하게 진행되던 재개발 사업은 이후 이와 같은 부작용이 제기되면서 개발규모(용적률)와 기준이 강화되면서 사업성이 줄자 추진실적이 다소 부진해졌다.
왜 지금 뉴타운인가?침체되었던 재개발 사업에 불을 지핀 것은 현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그는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강남북균형발전책의 일환으로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였다. 당초에는 서울시가 '공영개발' 방식으로 사업이익을 환수하여 기반시설 확충 재원으로 활용하는 '진일보된' 재개발사업으로 추진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개발이익을 공공에게 넘겨주어야 한다는 위기감으로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3개 시범지구 중 은평뉴타운만 공영개발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었다. 즉 길음과 왕십리뉴타운은 민간에게 개발이익을 허용하는 기존의 재개발사업방식으로 추진되었다. 이들 지역들은 뉴타운으로 지정되자 개발 기대로 집값이 상승하였고, 지자체가 너도 나도 뉴타운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렇듯 뉴타운이 인기를 끌자 서울시는 당초 3개 뉴타운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한 후 추가 추진을 결정하겠다던 방침을 바꿔, 구청별로 모두 1개씩 공평하게(?) 2차, 3차 뉴타운을 배분하였다. 재개발 사업의 문제를 강북 전역에 걸쳐 골고루 확대한다는 비난은 묻힌 채, 어느덧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으로, 국회의원들의 힘이라도 빌어 뉴타운으로 간택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하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뉴타운 사업, 이대로 좋은가?현 오세훈 서울시장도 시장후보 시절 뉴타운 50개 지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근 '뉴타운 추가지정 없음'의 입장을 밝히면서 그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왜 자신의 주요정책을 포기하고 급선회하였는지 알 수 있다. 후보시절에는 뉴타운 사업의 문제와 파괴력을 실감하지 못했다고 한다. 시장 취임 후 그 문제의 실상을 알게 되었는데, 그 실상이란 집값 상승과 원주민이 쫓겨나는 재개발 사업방식이다.
또한 주민들에게 계획수립비용까지 떠넘긴 재개발 사업과는 달리 뉴타운 사업은 공공의 계획수립과 지원이 필요한 데 이는 재정과 행정의 뒷받침을 의미한다. 그러나 뉴타운에 재정과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것은 균형적 도시관리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부담스러운 정책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서울시의 입장은 이제 명확해졌다. 뉴타운사업의 속도를 늦추고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뉴타운 사업, 어디로 가야하나?현행 재개발 사업은 주택개량과 일부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일 수는 있지만,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사업은 아니다. 20% 내외의 원주민 재정착률이 그것을 잘 설명해준다. 노후한 주택을 전면 철거하고 고비용의 아파트를 짓는 방식은 기존의 주민들의 경제적·사회적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업방식이다.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라는 질문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도, 지자체도 그 해답을 주지 않고 있다.
이제 이러한 사업방식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도, 지속해서도 안 된다. 이번 뉴타운 사업에 대한 논란을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는 뉴타운 사업의 수혜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 엄밀하게 가려내야 한다. 수혜자가 가져가는 이익이 무엇이고,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논의, 피해자는 누구이고, 이들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 없다면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배제된 채 개발논리에 의해 추진되는 재개발 사업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지역의 공동체를 가꾸어갈 수 있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다음경실련 블로그와 경실련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