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6일자 경향신문은 <'거리의 정치'가 시작됐다>는 헤드라인을 썼다. 자칫 '거리의 정치'라고 하니 5.18의거와 6월 항쟁의 거리시위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전혀 다른 개념의 '거리의 문화제'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때 모였던 '촛불시위'와는 또 다른 개념의 '문화제'라는 이름이 붙은 '반대의견 표시'라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이를 두고 경찰은 문화제를 빙자한 '정치집회'로 몰아가는 듯 한데 이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잘못 읽은 것이어서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젊은이들은 그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조목조목 정부의 입장변화에 대해 비판했고, 학자들의 우려를 듣고 나자 단체급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초·중·고·대학생들은 불안해졌을 것이다. 가뜩이나 학교급식에 대한 불신을 품고 있던 차에 싼 값으로 제공되는 음식에 분명히 수입산 쇠고기가 들어갈 것이 뻔한 상황이라는 인식에 이르자 그들은 분노하기 시작한 것이다. 말을 할 수 없는 처지이긴 해도 군인, 경찰 등 주는 대로 먹는 처지인 당사자들의 염려도 엄청날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모바일과 인터넷 상황에 젖어 사는 그들에게 괴문자 발송자를 의법조치하겠다는 발표와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사법처리 방침임을 밝히자 급기야 오늘(5월 6일) 대규모 집회를 열게 된 것이다. 더욱 초중고 학생들은 일제고사와 영어 몰입교육, 우열반 실시 등 차별화되고 경제논리에 얽힌 교육정책에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대학생들은 그들대로 치솟는 등록금 문제로 벌써 대규모 집회와 학교별 등록금 인상 반대운동을 벌여온 터여서 이들이 쇠고기 수입 반대운동이라는 정점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정부가 특별회견을 대규모로 열어 해명한다는 대책이 오히려 광우병 위험, 미국의 검역실태, 월령해제 등의 입장만 바꾼 어정쩡한 것이어서 손으로 하늘을 가렸다는 혹평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OIE(국제수역사무국)의 규정이 미국에만 유리한 규정이었음이 밝혀져 미국정부도 해명에 나서는 등 일이 더욱 불거진 데도 큰 이유가 있다고 보여 진다.
또한 일본과 대만 등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나라들도 꼼꼼하게 사태를 재고 있는 판국에 이명박 대통령이 화끈하게 캠프 데이비드 목장에서 비싼 방값을 치렀다는 보도도 악재였다. 더구나 우리의 쇠고기 음식조리는 뼈를 고아 먹거나 설렁탕, 육개장 등의 국물이 주된 것임을 생각할 때 젊은 학생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0대와 20대들의 단체행동을 '정치적 집회'로 몰아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임을 즐기고 그것을 통하여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의사표명하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단체급식, 인터넷 상황의 몰이해, 일방적 교육정책에 화가 난 젊은이들을 더 분노하게 해서는 안된다. 진정 그들에게 단체급식이 안전하다는 것과 인터넷 문화의 이해와 비인간 적인 교육 정책에 대하여 적극적이고 거시적인 정책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면 이 단순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봇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정부와 위정자들은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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