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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석(22)씨는 지난 2004년 종교행사를 강요하던 학교에 맞서 학내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며 1인 시위와 45일 간의 단식을 단행했다. 용기 있는 행동이었지만 그 대가는 가혹했다. 그의 모교인 대광고등학교는 교칙 위반을 이유로 그를 제적시켰다.

다행히 강씨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여론이 들끓었다. 법원도 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05년 강씨는 "퇴학처분 무효확인 청구사건의 판결 확정시까지 퇴학처분 효력을 정지한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2005년 다시 학교에 나올 수 있었다.

또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은 강씨가 학교법인 대광학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광학원은 원고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대광학원 쪽은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광학원은 "종교사학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판결"이라며 1심 판결에 항소해 오는 8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 최근 발간한 <대광 60년사>에서 "강의석은 민주노동당·민주노총·전교조 등의 사주와 조종을 받았다"는 색깔론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의석 "예전부터 하던 말, 새삼스러운 일 아냐... 어른들의 핑계라 생각"

 강의석군. 대광고 정문 좌측에는 학생들을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는 글귀가 새겨 있다.
강의석군. 대광고 정문 좌측에는 학생들을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는 글귀가 새겨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탁준호 전 대광고 교장은 이 책에 실린 회고록 부분에서 '강의석군' 사건에 대해 "소영웅주의에 취한 철없고 어리석은 한 학생의 '종교의 자유 주장' 사건"이라고 폄훼했다.

탁 전 교장은 "그를 제적 처리한 이후 강의석이 제기한 제적 무효 소송은 민노당·민노총·전교조·언론노조 등을 통해 지원을 받았고 '반미·반기독교' 노선을 주장하는 좌파적 연대운동으로 확대되는 양상이었다"며 "(강씨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직 투쟁의 도구로 전락돼 있었다"고 기술했다.

이 같은 내용은 무려 7쪽에 걸쳐 기술돼 있다.

이에 대해 강씨는 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람마다 생각의 자유가 있으니깐 그렇게 착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학교 다닐 때도 학교 측이 그런 주장을 해 와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은 그 때부터 '이것은 너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남의 생각일 것이다'라며 내 행동을 자발적인 것으로 보지 않았다"며 "교내에서도 '강의석은 청와대가 뒤를 봐주고 있다'는 말까지 돌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강씨는 "몇몇 분들은 고등학교 때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하면 대학 가서 한총련 활동할지 모르니 너의 마음이 병들지 않도록 지도해주겠다고 했다"며 "그 분들이 하시는 말이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결국 나쁜 결론으로 치닫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른들은 학생이 사회문제에 발언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겠나"라며 "속마음을 그대로 밝히기는 힘드니깐 나름대로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교조 "공개 사과하라"... 대광고 "과민한 반응이다"

 대광고등학교
대광고등학교 ⓒ 박성필

탁준호 전 교장에 의해 '반미·반기독교' 좌파 단체로 매도당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즉시 대응에 나섰다.

전교조는 지난 4월 29일 대광학원에 공문을 보내 "강의석 군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노동단체·정당, 특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사실과 다른 비판과 거짓된 내용의 적시에 대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라"고 비판하고 ▲탁준호 전 교장을 비롯한 법인 이사장, 현 대광고 교장의 공개사과 ▲대광고등학교 홈페이지, 전교조본부 홈페이지에 공개사과문을 게시할 것 ▲배포된 책을 모두 수거해 폐기할 것 등을 요구했다.

조연희 전교조 사립위원장은 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전교조에 소속된 대광고 교사들로부터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일이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비록 학교라는 작은 공동체의 역사책이긴 하나 기록으로 남는 역사인 만큼 사실이 아닌 부분을 정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서면답변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답변이 없다"며 "법적인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광고등학교 측은 "너무 과민한 반응"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김광조 현 교장은 "탁 전 교장의 개인적 입장일 뿐이지 학교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니다"라며 "문제가 된 <대광 60년사>는 동문 및 학교 소장용으로 만든 것이지 외부 홍보나 명예훼손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 교장은 "<대광 60년사>를 기획하고 실무를 본 이는 대광고 전임 교감으로 현재 퇴임한 상태라 현재 남아 있는 교직원들이 아는 바가 없다"며 "탁 전 교장의 사견인 만큼 그에게 사과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현 교장을 포함해 학교 측에 공식적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장은 "영향력이 미미한 학교 책자의 내용을 일부러 들춰내 이슈화하고 공문을 받은 지 3일 만에 책임을 요구하며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전교조나 민주노동당 등 큰 단체들이 할 만한 이성적인 대응이 아니다"며 "오히려 시빗거리를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강의석#대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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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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