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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시청 권유 문자메시지도 처벌한다고?

 

대검찰청이 지난 6일에 긴급 간부회의를 통해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광우병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짓고, '고의적 유포'에 대한 수사와 형사 처벌을 감토하겠다는 '결단'이었다.

 

처벌에 대한 법리검토와 수사지휘는 검찰이, 수사는 경찰이 맡는다는 방안이 논의됐고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할 수 있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나 명예훼손죄·업무방해죄 등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나로서는, 그런 검토와 함께 검찰과 경찰이 주목하고 있다는 문제메시지 내용을 지켜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주목받고 있는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MBC PD수첩 시청 권유 ▲0교시 수업 반대를 위한 5월 17일 전국 등교 거부 운동 권유 ▲촛불문화제 참여 권유 ▲독도 포기설 ▲광우병 관련 인터넷 검색 권유

 

세상에, 친구에게 'PD수첩' 한번 꼭 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다가 잘못 걸리면 5년 이하의 징역 및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촛불문화제'에 같이 가자고 권유하거나 '광우병'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라고 문자메시지로 권유하면 마찬가지로 5년 이하의 징역 및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적용하겠다니.

 

광우병에 대한 다양한 논쟁 여부를 떠나서, 저렇듯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정보 취득 과정을 권유해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니, 수사기관의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문제는,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

 

교육감이라는 사람은 "(학생들 촛불집회 참여를) 학교에서 막으려고 했는데, 뒤에서 종용하는 세력(전교조)이 많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학생들을 '빨갱이의 사주를 받아 움직여지는 존재'인 양 묘사하고 있다.

 

그뿐일까? 방송통신위원회는 '광우병 논란'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댓글을 삭제해달라고 포털사이트에 요청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의 비난댓글을 의식해 삭제 요청까지 할 정도로 그렇게 자신이 없단 말인가. 방송통신위원장이 '대통령의 멘토'로써 앞장서 충성을 표시하는 것일까?

 

물론, '동맹 휴학 문자메시지'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나 교육자의 입장으로서는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제시대나 민주화시대를 통해 학생들이 '동맹휴학'이라는 수단을 잘못된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에서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지 않나.

 

학생들의 '동맹 휴학'이 걱정되나? 그렇다면,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고 권력도 틀어쥘대로 틀어쥔 사람들부터 똑바로 정신차려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포기한 정부의 외교정책에 맞서 고군분투한 어느 훌륭한 학생의 일화를 거론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지금으로부터 약 44년 전의 이야기다.

 

이명박 대통령도 44년 전에는 '시위 주동자'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의 주인공이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한 이유는, 그 '이명박'이라는 이름이 약 44년 전에는 '굴욕적인 한일회담'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의 주동자였다는 점이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은 여러모로 당시의 한일회담과 비교할만 하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바라보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포기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담으로 인해, 청구권문제·어업문제·문화재반환문제 등에 있어 지금 이순간까지 큰 논란을 야기할 정도로 '실리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한일회담'으로 인해 일본과의 무역에 있어서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돼 1980년대에는 대일무역 누적적자가 300억 달러에 달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한일회담'에 대해 당시 이명박 고려대 총학생회장 직무대행 겸 상대 학생회장은 1964년 3월 24일에, 고려대 국제상경 학회 회의실에서 선언문을 읽고 시위를 주도했다. 그가 읽은 선언문의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종주국 없이 한번 살아보자. 이것이 우리의 피맺힌 절규다. 일제의 망령을 박멸할 때까지 우리는 영원한 투쟁의 대열에 참여할 것을 여기서 엄숙히 선언한다."

 

이로써, 이명박 학생회장은 대규모 시위의 준비와 추진에 앞장서면서 6월 3일의 시위를 주도한다. 1964년 6월 3일 정오에는, 서울 시내의 대학생 1만 2천여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비상계엄령 선포와 함께 수배령이 내려진다. 이명박 학생회장도 수배자 명단에 포함된 것은 당연한 사실.

 

그 이후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 본인의 회고를 직접 참고해보도록 하겠다.

 

"(수배령 이후에) 결국 나는 부산까지 도피하게 되었으나 더 이상 숨을 데가 없었다. 돈도 없었고, 남에게 신세를 지는 일도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억울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나는 자수가 아니라, 당당하게 시경에 '나타났다'." -<신화는 없다> 중에서

 

맞다. 당시의 이명박 학생회장은 '잘못이 없다'. 그렇기에 당당하게 시경에 '나타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해 'PD수첩 시청'을 권유하고 '인터넷 정보 검색'을 권유하는 학생들도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듯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를 당당하게 이야기했던 이명박 학생회장은, 이후 40여 년이 지나 한일협정 관련 문서가 공개돼 '재협상론'이 불거진 2005년에 "40년이 지난 일을 재협상하자고 하면 국민 정서가 완전히 운동권 정서로 가버린다"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에 있어 혼선을 빚으면서 '구걸' 논란을 빚었다. 그러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돼서는 '카트라이더' 한게임 즐긴 댓가로 우리의 면역주권을 무력화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일본 방문 당시에는 '일왕'을 '천황'으로 표현하면서 깍듯이 고개숙여 인사하는 일까지 벌인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라는 미명 아래 "일본에 사과하라, 반성하라"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으며, '뉴라이트'라는 추종세력은 근현대사의 근간을 부정하는 '대안 국사 교과서'라는 것까지 출간한다. 1964년, '선언문'을 읽던 그 '이명박 학생회장'은 어디로 갔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방일 도중 일왕을 만나 깍듯하게 절하는 장면이 포착된 뉴스, 유투브에서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방일 도중 일왕을 만나 깍듯하게 절하는 장면이 포착된 뉴스, 유투브에서 떠돌아다니고 있다. ⓒ 유투브 동영상 갈무리

 

'법 질서 확립' 속 이명박 대통령의 '자승자박'

 

'법 질서 확립'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백골단(시위체포조)'이 부활하는가 하면,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반발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지나친 수사와 법의 남용이 현실화됐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그렇듯 통째로 부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 행각들,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난 40여 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학생들의 '반발' 움직임은 생존의 몸부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하나하나를 돌아보자. 어느것 하나 학생들에게 도움될만한 것이 없다. '입시지옥'과 '의료지옥', '환경지옥'과 '식단지옥'이 기다리고 있으며, 정권의 기조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PD수첩 시청 권유 문자메시지'까지 주시하며 법적 처벌이라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남긴다.

 

결정적으로, 1964년의 '한일회담'과 2008년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짚어봐야 할 것이다. 협상의 당사자가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 '굴욕적'이라는 표현으로부터 얼마나 다른지, 조리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답변을 내렸다.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하지만 그 당사자는 44년 후 대통령이 되더니 그 정권에서는 '포털 댓글 삭제 요청'과 '괴담 유포 형사 처벌'이라는 엄포를 내리는 결정적인 위치에 서 있다.

 

마크 트웨인의 동화 <왕자의 거지>가 떠오른다. 작품 속의 '거지'가 '왕자'의 자리를 끝내 차고 앉아 '왕'이 됐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44년 전, '굴욕적인 한일회담'에 반대하며 시위에 앞장서며 옥고까지 치루었던 그 용감한 젊은이를 떠올리니 씁쓸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세상은 그래서 오래 살고 봐야 하는 것인가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광우병 쇠고기#이명박 탄핵#미국 쇠고기#조공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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