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먹다가 죽을 확률이, 그리고 담배 피우다 죽을 확률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보다 훨씬 높다. 광우병에 관련해서는 많은 것이 과장됐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는 사회적인 논란만 일으킨다." - 정인교 교수
"그런 차원에서 접근하면 말이 안 된다. 광우병은 한 명만 걸려도 사회적인 패닉 상태가 온다. 위험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다. 피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찾아가야 하지 않나." - 진중권 교수
'미국산 쇠고기 과연 안전한가'라는 화두를 놓고 8일 밤 11시에 열린 MBC <100분토론>에서 두 교수가 공방을 벌인 대목이다. 총 8명의 패널이 나온 이날 <100분토론>은 3시간 넘게 '끝장 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 이태호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팀장이 나왔다. 반대쪽에서는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 박상표 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출연했다.
"광우병, 떡 먹다가 죽을 확률보다 위험성 낮아"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찬성하는 쪽 토론자들은 인간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면, 반대쪽은 정부의 안일한 협상과 과학적이지 못한 태도를 질타했다. 대체로 이날 토론회는 반대쪽 인사들이 공세적으로 질문하고 따져 물었다면, 찬성 쪽에서는 특별한 공세 없이 해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양쪽이 벌인 공방이 아니었다. 자신을 미국 애틀랜타에서 거주한다고 밝힌 이선영씨가 전화 연결로 방송에 출연하던 순간이었다.
이씨는 차분한 말투로 "일부 한인단체가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말해 미국 한인 사회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었다"며 "그들이 250만 한인 교민을 대표하지도 않고, 그들의 회견 내용은 교민 대다수 의견과 동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그 기자회견 이후 미국의 평범한 한인 주부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성명서를 발표했다"며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안전하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다는 정부 쪽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씨의 발언이 나오자 이상길 농림부 축산정책단장을 비롯해 미국산 쇠고기 찬성쪽 인사들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긴장감이 퍼졌다. 전화로 연결된 이씨는 발언을 이어 나갔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95%는 24개월 미만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논리가 맞지 않다. 미국의 한인들은 24개월 소조차도 안전하지 않다고 해서 풀 뜯어 먹고 자란 소만 구입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30개월 이상 된 소를 전면 수입하면서, 미국과 똑같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정부 쪽 주장은 당혹스럽다."
이에 이태호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이 "미국 한인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전혀 안 먹느냐"고 따져 물었다.
"미국 교포들도 30개월 이상된 소 거의 안 먹어"
이씨는 "먹는다"고 전제한 뒤 "우리가 프리온 검사를 할 수 있는 전문가는 아니다, 그래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풀을 먹고 자란 쇠고기를 구입하려 노력한다"고 답했다.
이 발언에 대해 이태호 다자통상국장은 "일부 한인단체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별 문제 없다고 기자회견을 한 건 일반적인 (안전성을) 이야기한 것이다"며 이씨의 발언이 일반적이지 못한 것이라 반박했다.
하지만 이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씨는 "한국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전면적으로 수입한다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를 거의 소비하지 않고 있다"며 "24개월 이하의 쇠고기에 대해서도 불안해 하는데,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를 두고 (소비자) 선택의 문제라고 하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찬성 쪽 인사들이 계속 이씨에게 질문을 던지려 했지만, 진행자 손석희 교수는 "이선영씨가 전문가도 아닌데, 자꾸 묻지 말라"고 제지했다.
예상치 못한 미국 교포의 발언으로 고무된 반대 쪽의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미국에서도 안 먹는 쇠고기를, 한국 정부는 국민에게 먹이려고 하고 있다는 걸 주부가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진중권 교수도 "미국은 안전하다고 해도, 우리 정부는 그래로 계속 의심하는 게 정상 아닌가"라며 "그런데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광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토론회에서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은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서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뭐냐"는 시민 논객의 질문에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다, 다만 국제 기준에 맞췄을 뿐"이라고 밝혔다.
역시 찬성 쪽 인사인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광우병 걸린 소 먹을 확률은 로또에 1등 당첨된 사람이 집에 가다가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며 확률적 근거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옹호했다.
이에 한 시민논객은 "한 명의 생명도 중요하다, 근원적인 문제점을 차단해야지 확률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사람들은 대개 위험하고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조심하라'고 하지, '안심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 국민들의 공포를 알아달라"고 반박했다.
송기호 "먹는 것 앞에서 좌우가 구별되나"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는 "한미FTA 자체를 반대하는지, 쇠고기 문제점만 지적하는 것인지 밝혀 달라"는 시민 논객의 질문에 "먹는 것 앞에서 좌우가 구별되나,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FTA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며 "미국 쇠고기는 아예 들어오지 말라는 게 아니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100분 토론> 홈페이지에는 네티즌들의 방문이 줄을 이어 총 3만 개가 넘는 의견 게시물이 등록됐다. 의견 대부분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쪽이었다.
네티즌 '최영남'은 "외교가 사랑이냐?"며 "미국을 믿고 따르며 목숨까지 바칠 셈인가"라고 따졌다. 또 '구슬'도 "'미국을 믿어요' 한 마디로 모든 질의에 돌려막는 게 경이로울 정도"라며 "토론이 무슨 신용카드냐"고 적었다.
이날 <100분 토론>은 시청률도 높았다. TNS미디어코리아 조사결과 8일 방송된 <100분 토론>의 시청률은 6.5%였다. 이는 평소 3~4%였던 시청률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높게 나온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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