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의회는 5월 7일 의정비를 연봉 5,328만원으로 인하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도봉구의원의 의정활동비 등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전국 최고치인 연봉 5,700만원이라는 과도한 액수에 대해 심적 부담이 있었고, 서울시의 감사결과 지적사항이 나오는 등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인하하기로 했다는 게 의회의 설명이다.
도봉구 주민들의 감사청구로 실시한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의 감사 결과, ‘의정비심의위원회 구성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고, ‘여론조사 방법의 신뢰성’이 의심되는 등 의정비 결정 과정의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드러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는 도봉구청에‘의정비심의위원회를 다시 구성하여 재심의하고, 조례를 개정하여 의정비를 다시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상식적 수준에서 생각한다면, 지적사항에 대한 조처로 공정한 인사로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물가상승률, 공무원임금인상률, 근로자임금상승률, 의정활동실적 등 지침을 기준으로 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의정비를 결정하는 것이 수순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봉구 의회는 의정비를 5,328만원으로 내리는 내용으로 조례를 개정한 것이다. 하지만 도봉구 의회의 이번 조례 개정에 구의회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구의회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첫째, 개정 조례가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례는 구의회에서 의결하면 구청장의 공포를 거쳐서 실효를 갖게 된다. 하지만 지금 도봉구청에서는 상급기관인 서울시의 감사 결과에 따라 의정비심의위원회를 다시 구성하여 의정비를 책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번 조례개정안을 공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의회는 "인하했다"는 명분을 얻게 되고, 구청의 재의 요구가 있을 때 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부당하게 결정된 연봉 5,700만원의 의정비는 매달 의원들에게 지급될 것이다.
둘째, 구의회는 의정비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한 책임을 회파하고 있다.
도봉구청의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 5월 6일 심의위원회 추천이 마무리 되고, 9일 심의위원회 위촉과 함께 첫 회의가 진행되었어야 한다. 지역의 시민단체에서는 이미 구의회와 구청에 한 명씩 위원들을 추천했다. 하지만 도봉구 의회는 심의위원 추천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공문을 보냈으나 추천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셋째, 도봉구 의회는 또다시 주먹 구구식으로 의정비를 결정했다.
의정비 심의위원회에서 상한액을 정한 것이기 때문에 범위 안에서 인하하는 것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의회는 설명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이번에도 도봉구 의회는 연봉 5,328만원으로 조례를 개정한 것이다. 5,328만원은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동북부 7개 자치구 의정비의 평균 액수에 맞춘 것이라고 한다. 법에서 정한 의정비 책정 기준은 고려대상이 아니고, 단지 주변 시세(?)와 맞춘 것일 뿐이다.
도봉구 의회가 잘못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의정비를 다시 심의하여 결정하게 된 사태에 대해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부당한 과정을 거쳐 지급받은 의정비 인상액을 자진 반납하는게 도리다. 또한 객관성 있고, 공정한 인사를 심의위원으로 추천하여 하루 속히 의정비를 재심의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곳간을 지키라고 열쇠를 맡겼더니 곳간만 축내려는 머슴을 그냥 보고만 있을 주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