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전면개방의 핵심 조건인 미정부의 '강화된 사료조치'에 대해 정부가 거짓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지난 8일 새벽 진행된 MBC <100분 토론>에 출현한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의 이같은 의문 제기에 대해 정부측 핵심 관계자인 이상길 농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 주장의 신뢰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정부의 '강화된 사료조치'란 소에서 추출된 사료를 제한하는 것으로, 그동안 이같은 동물성 사료가 광우병 발병 요인으로 나타나면서 광우병 통제의 가장 핵심적인 장치로 간주되고 있다. 한 때 광우병이 창궐했던 유럽 및 일본의 경우도 강력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를 통해 광우병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미 사료조치 강화' 제대로 이해한 것 맞나?
미국의 경우 2003년 광우병 발병 이후에도 여전히 소의 뇌·두개골·척수·등뼈·편도·안구·소장끝부분 등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을 원료로 만든 동물성사료를 여전히 소 이외 가축에게 먹여왔다. 이는 여전히 이 사료로 사육된 가축이 다시 소의 사료로 사용되어 광우병이 발생할 수 있는 '교차 감염'의 위험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이같은 사료조치 강화를 '공포'하는 조건으로 상대적으로 광우병 발병 위험이 높은 30개월 이상 연령의 쇠고기도 수입하는 전면 개방을 허용했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최근 미 식의약품안전청(FDA)에서 강화된 사료조치를 공포하자 이로서 광우병 위험은 제거 되었다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송기호 변호사는 <100분 토론>에서 이러한 정부의 주장이 미국 식의약품안전청의 실제 발표내용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료조치가 공포된 미 식약청 관보의 원문에는 이와 관련해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와 "뇌와 척수가 효과적으로 제거되지 않았거나, 효과적으로 사료에서 제거되지 않은 30개월 이상의, 검사되지 않고 식용으로 통과되지 못한 소의 사체 전부"가 동물 사료 금지 대상으로 적시되어 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검사되지 않고 식용으로 통과되지 못한 소라도 30개월 미만인 경우는 뇌와 척수 등 광우병특정위험물질을 포함한 전체가, 30개월 이상의 경우는 뇌와 척수만 제거된 5개의 위험물질이 모두 사료로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는 의미가 된다.
'사료정책', 이미 국내 여러 언론에 보도돼
'검사되지 않고 식용으로 통과되지 못한 소'란 도축 검사를 받기도 전에 폐사하거나 광우병 의심 증세가 있어 아예 도축장에 데려가지 않은 소까지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모든 연령 소에서 광우병위험물질은 사료용으로 완전 금지된 일본과 유럽의 기준에 턱없이 못미치고 있는 것은 물론 교차 감염의 가능성이 여전히 방지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가 청문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모든 광우병 감염 소, 30개월 이상 된 소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이 있을 수 있는 뇌나 척수를 제거하도록 하였고,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사실관계를 전혀 다르게 오역한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그간 정부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어 정부가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마저 왜곡하고 있거나 아니면 아예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의문이 제기된 <100분 토론>에서 정부측 토론자였던 이상길 단장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후자의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 같은 관보의 내용은 이미 지난 4월 23일 미국 식의약품안전청의 보도자료에도 똑같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그 당시 이 같은 내용으로 <연합뉴스>를 비롯한 국내 여러 언론에 올바로 번역되어 보도된 바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시민단체 "협상 끝난 지금도 미국 사료정책 몰라"
한편 보건의료단체연합, 수의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제시한 '광우병괴담' 10문 10답에 대한 반론을 제기 하면서 해당 내용에 대해 "한국정부는 협상이 끝난 지금까지, 그리고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는 지금까지 아직도 미국의 사료정책을 모른다"고 일갈했다.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괴담'으로 일축해왔던 정부의 반론이 오히려 기본 영문자료도 오역한 '괴담'으로 드러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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