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7일 오전 휴대전화기로 쪽지가 들어왔다. 내용인즉 빌뉴스 에스페란토 동아리 회원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함께 조문을 가자는 것이었다.
평소 우리 부부와 잘 아는 사람이라 같이 가려고 했으나, 아내는 학교 일 때문에 함께 가지 못했다. 오후 6시, 시신이 안치된 성당 앞에 회원들이 하나 둘 모여 6명이 되었다.
조화는 한 친구가 퇴근하는 길에 사왔다. 국화로 장식된 꽃바구니를 30리타스(약 13500원)에 샀고, 각자 5리타스를 내어 값을 치렀다. "한국 같으면 내가 살께~"라고 할 법 하지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개 참가 인원수로 공동 부담한다.
일반적으로 조문객들은 각자 꽃이나 화관을 가져온다. 하지만 화관 대신 조의금을 내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친구들이 말한다.
이날 온 친구들은 공동 꽃바구니 외에 각자 성의껏 조의금을 냈다. 각자 봉투를 준비한 것이 아니라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한 친구가 그 돈을 모아서 봉투 하나에 다 넣었다.
한국에서 각자 하얀 봉투 앞면엔 부의(賻儀)라고 적고, 봉투 뒷면엔 자신의 이름을 적는 것과는 무척 대조적이었다.
이렇게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은 다 같이 한 봉투에 넣어 준다고 한다. 누가 얼마를 내었는지 상주는 알 수가 없다. 나중에 상주가 이에 상응하게 보답할 수가 없게 되어서 좀 아쉽지만, 내가 낸 부의금 액수 때문에 쑥스러워하거나 상주의 나중 대응에 섭섭해 할 필요가 없다.
이날 이름 없이 다 함께 모은 조의금 봉투에서 부조의 미를 읽을 수 있었다.
한편 조문객을 위한 접대는 없었다. 조문하는 한시간 동안 눈물을 훔치는 사람은 있어도, 소리 내어 곡하는 사람은 없었다. 조용한 가운데 사망자를 추모하고 안식을 기원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거 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최대석 기자는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