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 부당한 약값에 대한 끈질긴 추적 돋보였다
지난 3월 14일,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백혈병치료제 '스프라이셀’의 가격협상을 위해 이 약의 제조사인 다국적 기업 BMS(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와 우리 정부 사이의 첫 약제급여조정위원회가 열렸다.
스프라이셀은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내성을 치료하기 위한 약으로 1정당 6만9135원, 하루 약값만 13만8270원에 이르는 말 그대로 '금보다 비싼 약'이다. 백혈병 환자들은 당연히 약값 인하를 요구했지만 BMS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스프라이셀의 보험 적용이 결정된 작년 10월 이후 BMS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에 약가협상이 진행됐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결국 보건복지부 약제급여조정위원회가 중재에 나섰고, 4차 회의까지 가는 진통 끝에 5월 7일 5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6만원대, 5만원대 후반을 요구했던 BMS 측은 결정된 약값에 여전히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5만5000원이나 되는 약값 역시 환자들에게는 크나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SBS <뉴스추적>은 첫 약제급여조정위원회가 열리기 2일 전 '환자 울리는 약값 한국은 봉이다'를 방송해 '부르는 게 값'인 우리나라의 약값 논란을 심층 추적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약값이 비싼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약값 결정 과정도 낱낱이 공개했다.
<뉴스추적>은 먼저 우리나라의 비싼 약값 실태를 충실하게 취재했다. 방송에 의하면 강직성 척추염 치료제인 엔브렐,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값은 우리와 소득수준이 비슷한 타이완보다 국내가격이 20%나 비쌌다.
희귀 의약품뿐만 아니라, 2007년 보험료 지급 1위였던 동맥경화치료제 플라빅수도 타이완보다 27%나 비쌌다. 또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른바 '블록버스터'라고 부르는 고혈압, 당뇨 치료약들의 가격도 부풀려져 있었다. <뉴스추적>은 이 같은 사실을 다른 나라 사례와의 비교분석을 통해 객관적으로 드러냈다.
<뉴스추적>은 또 2007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 지출 중 29.5%가 약값이라며 다른 나라의 2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상위 10개 품목 중 7개 품목을 다국적 제약사들이 차지하고 있고, 이들에게 지출되는 금액만 연간 3조원에 이르는 사실도 보도했다. '다국적 제약사의 비싼 약값이 보험료를 올린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이어 <뉴스추적>은 우리나라 약값이 이렇게 비싼 원인을 심층 취재하여, 약가 산정이 우리보다 소득 수준이 2배 이상인 미국, 일본 등 '선진 7개국'을 일컫는 이른바 'A7' 기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추적>은 1990년대 후반 우리 정부가 약가인하를 추진할 당시 다국적 제약사 측에서 "자기네 나라에서 100만원에 팔면 한국에서도 100만원에 팔겠다"고 반발한 탓에 고육지책 격으로 A7 국가의 평균약가를 기준으로 삼게 되었다는 점도 보도했다.
또한 <뉴스추적>은 다국적 제약사의 리베이트성 마케팅 비용도 약값을 비싸게 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병원을 상대로 벌이는 기부와 기증, 해외여행, 강연료 부풀리기, 선물공세 등을 약값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러한 부정행위를 '기믹(gimmick, 약장수 또는 요술쟁이의 속임수나 트릭)'이라고 부르며 공공연히 행하고 있었고, 이들 회사의 사내 법무감사팀에서는 법에 걸리지 않을 수준을 판단해주기도 했다.
이밖에 <뉴스추적>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약가 산정 시 원가 등을 근거로 삼지 않고 '환자나 보험재정이 어느 정도를 감당할 수 있는 지'를 계산하고 있다는 점, 우리 정부에 약가 협상에 대한 세부적 기준이 없는 점 등도 비싼 약값의 원인임을 지적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비싼 약값에 대한 시청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여론을 환기시킨 SBS <뉴스추적> '환자 울리는 약값 한국은 봉이다'를 3월의 추천방송으로 선정했다. <뉴스추적> '환자 울리는 약값 한국은 봉이다' 편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불합리한 약값책정과정을 심도 있게 취재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며, 비싼 약값에 대한 공론화를 이끌었다.
특히 비싼 약값 때문에 이중의 고통을 받는 난치병 환자들의 고충을 대변했다. 이번 방송이 환자들을 최우선에 두는 방향으로 약가 책정 과정이 변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봄, 봄봄' 등, <HDTV문학관>만의 색깔 유감없이 발휘
KBS <HDTV문학관>이 3월 ‘봄, 봄봄’과 ‘나의 피투성이 연인’ 두 편을 방영했다. 작년 3월 ‘랍스터를 먹는 시간’, ‘카스테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선보인 뒤 1년만이다. 이번에도 역시 <HDTV문학관>은 감각적인 연출과 원작에 대한 특색 있는 접근으로 시청자들이 문학을 색다르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에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KBS <HDTV문학관>을 3월의 추천방송으로 선정했다.
‘봄, 봄봄’은 김유정의 소설 <봄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봄, 봄봄’은 머슴으로 들여 온 데릴사위 ‘나’와 ‘점순’, 장인의 관계를 해학적으로 표현한 원작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유쾌하게 그려나갔다.
‘봄, 봄봄’의 현대성을 부각시킨 것이 바로 여성캐릭터다. 원작에서 ‘나’를 은근슬쩍 부추기며 혼인하기를 바라던 영악한 ‘점순’은 진취적으로 삶을 꾸리는 ‘혜은’으로 다시 태어난다. ‘혜은’은 대학에 진학하고 어학연수를 떠나는 등 자아실현에 열심이고, ‘혜은’의 어머니 ‘점순’은 이런 딸을 독려한다.
혜은 모녀는 사랑과 결혼을 삶의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 생각하는 젊은 여성과 여성의 사회진출을 지지하는 어머니 세대를 각각 대변한다. ‘덕배’(‘혜은’의 부, 원작의 ‘장인’)와 ‘병수’(원작의 ‘나’)는 ‘혜은’을 두고 여전히 줄다리기하지만, 결국 선택권을 가진 것은 ‘혜은’이고 그녀를 지지하는 ‘점순’의 모습은 일과 사랑에 대한 현대 여성의 시각을 잘 드러낸다.
드라마의 재기발랄한 구성도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덕배’가 ‘병수’ 몰래 ‘혜은’을 ‘병수’와 결혼시키기로 한 계약서를 찾아내 없애지만 알고 보니 사본 중 하나였다는 설정과 계약서의 존재를 안 ‘혜은’과 ‘점순’이 나머지 인물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원작의 재미를 잘 살린 부분 중 하나다.
예상치 못한 각색이 주는 재미도 쏠쏠했다. 혜은 부모는 오이마사지를 하며 예전에 좋아하는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 닭에게 고추장을 먹였다가 죽이고는 동백꽃밭에 갔던 일을 회상했다. 즉, 혜은의 부모가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의 ‘나’와 ‘점순’인 것이다. 김유정의 대표 소설 <동백꽃>과 <봄봄>이 ‘부모-자식 세대’로, 특히 두 명의 ‘점순’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각색의 묘미를 찾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봄, 봄봄’은 김유정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그의 작품을 맛깔나게 재해석한 시도로 평가받을 만하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정미경의 단편 세 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냈다. <나릿빛 사진의 추억> 이 원작인 ‘누드사진’, <밤이여 나뉘어라>(06년 이상문학상 대상작)가 원작인 ‘러브 바이러스’, <나의 피투성이 연인>이 원작인 ‘나의 피투성이 연인’으로 구성됐다. 단편 소설을 각각 보는 것 같은 형식은 두 개 이상의 문학을 병렬형식으로 이은 2007년 작품들(‘랍스터를 먹는 시간’, ‘카스테라’)과는 다른 시도였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낭만적 사랑에 대한 믿음과 그에 대한 의문’이라는 큰 주제로 엮였다. 누드사진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다시 만나게 된 옛 연인이지만 권력 앞에 무너지는 감정의 뒤틀림(‘누드사진’), 백신을 맞으면 연인이 평생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 남편과 아내의 상처(‘러브 바이러스’), 열렬히 사랑했던 남편의 죽음과 우연히 알게 된 그의 배신(‘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소재로써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각색 또한 독특했다. 특히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원작과 달리 유쾌한 분위기로 극을 이끌었으며, 반전을 극의 후반부에 배치해 보는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연출과 각색의 힘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다만 ‘러브 바이러스’의 경우 연극에서처럼 말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다소 어색했다는 평이 있었고, ‘누드사진’은 권력 앞에서 아름다웠던 사랑의 감정이 뒤틀어지는 과정이 효과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지루한 감이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KBS <HDTV문학관>은 문자언어인 문학을 영상언어인 드라마로 변환시켜 시청자가 누리는 문화의 폭을 넓혀왔다. 이번에 방송된 ‘봄, 봄봄’과 ‘나의 피투성이 연인’ 또한 원작을 새롭게 해석하고 다양한 형식의 연출이 시도되면서 수준 높은 영상 문학으로 재탄생했다. 장편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연출방식과 주제는 시청자들에게 분명 반가운 일이다.
또 ‘봄, 봄봄’이 배경인 제주도의 시원스런 풍광을 HD화질에 뛰어난 영상미로 담아낸 것은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었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이 샤갈의 ‘도시 위에서’와 뭉크의 ‘절규’ 등 유명 화가의 그림을 소재로 사용해 시각적인 효과를 꾀하면서도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 것도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보는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덧붙이는 글 | 박진형 기자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가 5월 9일 발표한 '3월의 추천·유감 방송 보고서'를 기사화 한 것입니다.
보고서의 전문은 민언련 홈페이지(http://www.ccdm.or.kr)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