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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교육청이 각 학교에 홍보교육할 것을 지시한 만화. 광우병에 대해 의심을 품은 엄마를 두 자녀가 훈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광우병 의심 엄마 혼내주기? 시도 교육청이 각 학교에 홍보교육할 것을 지시한 만화. 광우병에 대해 의심을 품은 엄마를 두 자녀가 훈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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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소' 문제를 놓고 교육청과 학교가 정신이 '헤까닥' 한 모양새다.

'교사들은 학생 휴대폰 문자를 살펴보고 보고하라.'(인천시 교육청)
'가정통신문 대신 써놨으니 교장들은 이름만 바꿔 학부모에게 나눠줘라.'(서울시 교육청)
'교원단체도 가만있을 수 없으니 정부 자료를 홍보한다.'(한국 교총)

홍위병의 돌격대식 교육을 위해 삼박자를 척척 맞추는 것일까. 지난 7일 김도연 교과부장관이 소집한 시도교육감대책회의를 신호탄으로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교육계

정부는 9일, 16개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미 쇠고기 수입' 홍보활동에 나서도록 했다. 이 지침에 따라 교육청은 일제히 전국 1만여 개 학교에 '홍보교육' 지침을 내렸거나 내릴 태세다. 70년대 유신 홍보교육이 '미친 소 홍보교육'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통이 학교 안팎에서 터지고 있다. 전교조가 홍보교육 거부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여 학교는 일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인천시 교육청은 8일 이 지역 중·고교에 공문을 보내 "휴대폰 문자수신 내용과 학생지도 대책을 양식에 따라 교육청에 팩스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첨부한 양식에는 문자수신 학생수와 지도대책은 물론 문자 내용까지 적는 난이 있다.

교사들이 학생 휴대폰을 빼앗아 메시지를 직접 확인해야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정권의 안전을 위해서는 '학생 인권'은 거추장스런 장식물일 뿐인가.

서울시교육청의 행동은 반도덕적이기까지 하다. 이 교육청은 8일 각 학교에 보낸 공문에서 이른바 '짝퉁 가정통신문'을 배후조종했다.

자신들이 쓴 예시문의 끝 부분에 '○○학교장'이라고 적어놓고 학교별로 교장이름만 바꾼 채 학부모에게 나눠주라는 것이다. 똑같은 답안지를 나눠주고 이름만 바꿔내는 부도덕한 행동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예시문 또한 속이 들여야 보인다.

"학생 안전의 문제가 가장 우려되고 있다.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도심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일찍 귀가하도록 가정에서 확인하고 지도하여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

학생들이 '미친 소'에 대한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섰는데 '안전'을 들먹이며 막아보려 한 것이다. 자녀 안전을 걱정하는 학부모 마음을 악용해 집회 참가를 금지시키려는 눈물겨운 전략인 셈이다.

교육청은 '짝퉁 가정통신문'까지 배후조종

교육청의 이런 해괴한 행동은 이미 지난 7일 공정택 교육감의 발언에서 이미 예상됐다. 공 교육감은 이날 "어제 여의도 촛불시위에 7000~8000명이 모였는데 그 쪽이 전교조가 심한 지역"이라면서 "뒤에서 종용하는 세력이 많기 때문에 학생들이 (그 곳에) 뛰쳐나갔다"고 시위 배후로 전교조를 지목했다.

이 또한 금방 논리적 허점이 드러나는 망언에 가까운 말이다. 여의도가 아닌 청계천에 모인 더 많은 학생들은 그럼 누가 배후조종한 것일까. 우리나라 지하철과 인터넷 시스템을 모르는 근거없는 억측인 셈이다. 

실제로 서울시 교육청의 한 중견관리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여의도에 모인 학생들이 어디 출신인지 조사를 하지는 않은 채 공교육감님이 발언하셨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친 정부 성향인 한국교총의 행동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단체는 9일 자신의 공식 사이트에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에서 학생들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고자 한다"면서도 정부에서 만든 '제대로 알면 다시 보입니다-광우병 10문10답'이란 글을 연결해놨다.

과거 어둠의 시대를 꿈꾸는가

'지금이 박정희 시대인가, 아니면 전두환 시대인가?'

70~80년대식 광기의 시대가 학교에 다시 스며드는 것일까. 지금 교사들과 학생들은 헷갈려하고 있다. 지금 이명박 정부와 교육당국, 그리고 일부 교원단체는 유신과 광주학살 찬양에 교사들을 내몰았던 그 어둠의 시대를 꿈꾸는가.

'학생 안전'과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교육행위를 놓고 더 이상 장난치지 마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촛불시위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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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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