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박상규 송주민 기자
정리 : 최경준 기자
사진 : 유성호 기자
동영상 : 김윤상 엄수용 기자
[4신 : 10일 밤 11시 35분]
"14·17일 대규모 촛불문화제에 또 만나요"
"연휴 잘 쉬고 오는 14일과 17일 대규모 촛불문화제에서 다시 만납시다! 가시는 거리마다 조중동 조심하십시오~."
부처님오신날까지 이어지는 연휴 첫날 열린 10일 촛불문화제는 다음 행사를 약속하며 저녁 9시 40시께 마무리됐다. 이 날도 마지막을 장식한 노래는 윤도현의 <아리랑>이었다. 5천여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은 촛불은 들고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이날 촛불문화제 참석자 규모는 전날인 9일 행사에 비하면 8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연휴 첫날 열렸다는 점과 주최 측이 총력을 기울이는 집중 행사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코 작은 행사는 아니었다.
특히 이날 촛불문화제 참석자 중에는 유독 어린 자녀들과 함께 나온 가족 단위 시민들이 많았다. 이전 행사에 중고교 여학생들이 많이 참석한 것에 비하면 연령과 계층이 다양해진 것이다.
"학생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이제 우리들이 앞장서자"
박미영(40)씨는 "경찰과 교육청에서 학생들 단속이 많았던 것 같은데, 학생들이 위축되지 않게 이제 우리들이 앞장서야 할 것 같다"며 "먹는 것 앞에 어른과 아이가 구별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그 동안 뉴스에서 봤던 대로 중고교생들과 어울려 옛날 기분을 내려 했는데, 오늘 학생들 참여가 저조해 아쉽다"며 "다음 행사에도 또 참여해 꼭 학생들과 제대로 놀아보고 싶다"고 밝혔다.
연일 이어지는 촛불문화제 사회로 목이 많이 쉰 백성균 '미친소닷넷' 운영자는 "참석자가 많고 적은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우리 행사 주최 쪽은 1명이 오든 1만명이 오든 언제나 청계천 광장 이 자리에서 촛불을 켜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용진 광우병 국민대책위 상황실장도 "시민사회단체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막지 못했지만, 시민들은 촛불로 광우병 쇠고기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날 촛불문화제 참석자들도 행사가 끝난 뒤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했다.
아들 김성호(10)군과 함께 이날 행사게 참석한 조영미(38)씨는 "지저분한 상태에서 그냥 가게 되면 어린 학생들이 힘들게 마련한 이 행사를 또 보수언론들이 꼬투리잡을 것 같다”며 열심히 바닥을 긁으며 촛농을 제거했다.
아마도 윤성용(45)씨는 이날 행사에 가장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사람일 것이다. 윤씨는 모두 7명의 어린아이들과 함께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자신의 자녀 3명과 조카 1명, 그리고 옆집 아이들 3명을 데리고 돗자리에 앉아 촛불을 흔들었다.
윤씨는 "아이들에게 정부의 부도덕함과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통수권자에 맞서 시민들과 학생들이 하나 되는 체험의 현장을 보여주러 이렇게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윤씨는 "정부의 이번 결정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쇼를 한 것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며 "앞으로 커서도 사회정의에 대해 한 목소리 낼 수 있는 사람으로 커가는 데 오늘 경험이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위가 주최하는 집중 촛불문화제는 오는 14일과 17일 청계천 광장에서 다시 열릴 예정이다.
[3신 : 10일 밤 10시 20분]
부천·안산·전북 등 전국에서 몰려든 '가족시위단'들
연휴를 맞아 청계천 등 서울 나들이에 나섰던 가족들의 촛불문화제 참석이 계속 늘고 있다. 가족단위 참석자가 전체 참석자 중 30%를 넘어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어느 새 가족들의 '나들이 코스' 중 하나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아버지·어머지의 한 손에는 아이들의 손이, 다른 한 손에는 촛불이 들려있다. 부모와 함께 자리를 잡은 아이들도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부모님이 잘못하면 자식이 혼내고, 대통령이 잘못하면 국민이 혼내야"
신대방에서 온 박성란(38)씨는 9살·4살 난 두 아들과 함께 춧불문화제에 참석했다. 박씨는 "오늘 처음 나왔다, 인터넷만 계속 보니까 도저히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며 "아이들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박씨는 요즘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가급적 쇠고기를 먹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아들이 잘 안 믿는 것 같아서 직접 보여주고 싶었단다. 지난 2004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도 마음은 있었지 거리로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간절한 마음을 갖고 나왔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제는 아이에게 급식을 먹이지 않고 도시락을 싸줄 생각"이라며 "엄마들은 지금 다 이런 심정이다, 알고보면 이명박 정부가 우리 엄마들을 모두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채수호(40)씨와 부인 김영선(37)씨, 아들 영일(초등학교 1학년)군은 경기 부천에서 왔다. 채씨는 "쇠고기 수입도 문제지만, 총체적으로 이명박 정부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나왔다"며 "광우병 문제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평가가 엇갈리지만, 수입협상 절차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채씨가 가족을 이끌고 지하철을 이용해 청계 소라광장까지 오는 사이 영일군이 '아빠, 어디에 가는 거에요'라고 묻더란다. 채씨가 해준 대답은 이랬다. "부모도 잘못하면 아들인 네가 지적할 수 있잖아. 대통령이 잘못하면 국민들이 바로잡아줘야 하는거야."
채씨는 "아들이 앞으로로 사회 문제에 대해 자신있게 발언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며 영일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탄핵 때도 안 나오던 엄마가 이번엔 나온 까닭
경기도 안산에서 온 신동수씨 가족은 서울에 놀러왔다가 겸사겸사 해서 촛불집회까지 참여했다.
신씨는 "그동안 인터넷과 방송으로 고등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을 봤다"며 "학생들 정치의식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와서 보니 생각도 깊고 감동적"이라고 감탄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대신해 직접 참여했으면 좋겠다"며 "정책도 문제지만 이것은 먹는 문제 아닌가, 계속 끈질기게 (이명박 정부의) 책임을 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멀리 전북에서 일부러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올라온 가족도 있었다. 인복래(43)씨와 이은정(39)씨 부부, 그들 옆에는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 두 딸도 함께 했다. 인씨는 "<오마이뉴스>를 보다가 참다 못해 올라왔다"며 "내 딸은 물론 나도 쇠고기를 좋아한다, 특히 육회를 좋아하는데, 이제는 불안해서 못 먹지 않느냐"고 분개했다.
행사 사회를 맡은 '미친소닷넷' 운영자 백성준씨가 "앉아만 있으니까 춥지 않냐"며 참석자들을 일으켜세웠다. 곧 대형 스피커에서는 가수 윤도현의 '아리랑'이 흘러나왔고, 중고등학생은 물론 부모님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도 깡총깡총 신나게 뛰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편 행사장 주변 곳곳에서 한미 FTA반대 서명을 받고 있는데, 길을 가던 시민들이 줄을 서서 서명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신 : 10일 저녁 9시 10분]
소 45마리 처분하고 상경한 촌로의 눈물
"더 이상 소 기를 자신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농민들은 다 죽을 겁니다."
김종국(60)씨는 꾹 눌렀던 울분을 참지 못하고 끝내 닭똥같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말았다. 자신과 함께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딸 앞에서, 딸 또래의 학생들, 아니 그보다 더 어린 학생들 앞에서 그는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충북 청주에서 축산업을 하던 김종국씨는 이날 자신이 애지중지 기르던 젖소 25마리와 황소 20마리를 모두 처분하고 딸과 함께 서울에 올라왔다. 자유발언을 하기 위해 무대에 선 김씨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 이전에도 내 농가부채가 1억원이 넘었다"며 "그런데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난 도저히 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어 "그동안 여러분들이 촛불문화제를 한다는 말을 듣고 참 고마웠다"며 연신 눈물을 흠쳤다.
참석자들이 울분을 토로하며 거침없이 내뱉는 표현에 대해 "자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루도 빠짐없이 행사에 참석했다는 인터넷신문 <민족신문> 발행인 김기백씨는 "그동안 지켜보니까 10대 소녀들이 참 똑똑하고 당당하다"면서도 "그런데 어린 학생들까지 무대에 올라와 대통령을 '쥐새끼'라고 하고 '쥐를 잡자'고 외치는데, 아무리 이 대통령이 미워도 대통령을 쥐에 비유하는 것은 좀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물론 이 대통령이 천박하고 경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손녀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험악한 말을 듣는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처음일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 곳은 외국인도 많이 왔다갔다 하는데, 국가 망신이 될 수도 있으니 자제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전날 자유발언을 하기 위해 3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렸지만, 자신의 순서 바로 직전에 행사가 끝나는 바람에, 이 날 다시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한편 본행사와 별도로 <동아일보> 본사 정문 앞에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조중동에 할 말 있다"는 제목의 대형 프랜카드를 펼쳐든 채, 시민들에게 '한 마디'씩 적게 하고 있다. 다음은 시민들이 '조중동에 하고 싶은 말' 중 일부다.
"난 너네 신문 무가지로 받아서 화장실에서만 쓴다. 질 좀 좋게 만들어라."
"진실을 말해주세요, 제발. 광우병 쇠고기 당신들 먼저 드세요."
"조중동 정말 친일, 친미에 이어 친광우, 친mb의 한길을 걷는구나."
"영원한 어둠의 권력, 조중동의 검은 내막을 촛불로 밝히겠다"
민언련 관계자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나왔는데, 시민들이 조중동에 갖는 분노가 큰 것 같다"며 "어제부터 수백명의 사람들이 의견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저녁 9시 현재, 청계 소라광장에는 5000여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3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1신 : 10일 저녁 7시 50분]
청계광장으로 몰리는 시민들, 연휴 나들이는 촛불
연휴 첫날 시민들이 청계광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반대' 촛불문화제가 막 시작된 10일 저녁 7시 현재, 청계천 소라광장 앞에는1000여명(경찰 추산 500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켜 들었다.
4만여 명이 참석한 전날(9일) 촛불문화제에 이어 이 날도 어김없이 10대의 어린 청소년부터 머리가 희끗한 60~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휴일 저녁인 만큼 가족 단위로 참석한 시민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이들은 어린아이들과 함께 돗자리를 깔고 앉아 무대에서 진행되는 '자유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봉천동에서 왔다는 한 부부는 "나라가 걱정돼 나왔다, 살려달라고 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왔다"며 매달려 있는 아이의 손을 꽉 잡았다.
역시 어린 자녀 2명을 데리고 나온 신창현(40)씨는 "이번에 막지 못하면 우리 아이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게 되지 않냐"며 "가족의 생존권 차원에서 왔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어 "지금 정부의 애매한 모습은 면피용에 불과하다"며 "이번 쇠고기 협상은 쉽게 말해 '이명박 스타일'로 다 내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대 젊은 대학생들도 대거 참석했다. 중앙대에 재학 중인 이승주(24)씨는 "정말 열 받아서 왔다"며 "학교 내에서도 인터넷클럽과 학생회를 중심으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국민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전예방 원칙에도 어긋난 행위를 보고 있을수 만은 없었다"며 "협상이 철회되는 날까지 계속해서 이 곳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광우병 국민대책위'에서는 전날과 달리 참석자들에게 컬러 색지와 크레파스를 나줘주고 원하는 구호와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도록 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온 닉네임 '가울향기' 누리꾼은 색지에 '올바른 대통령을 청와대로, 쥐새끼는 시궁창으로'라고 적었고, 중학교 2학년 임성미 양은 '엄마 죄송해요, 저 쥐잡으러 왔어요'라고 적었다. 고등학고 2학년인 임효연 양도 '미친 소, 2mb에게 양보합시다'라며 색지를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
국민대책위는 이날 촛불문화제를 자유발언과 자유공연으로만 진행하기로 했다. 첫번째 자유발언대 오른 고등학교 1학년 고은수 군은 "오늘로 여섯번째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며 "참석하는 학생들이 줄고 있는데, 이 자리에 학생들을 막기 위해 교사들이 왔다면 제말 막지 말아달라. 그게 훌륭한 교사로 남는 길이다"이라고 호소했다.
자유발언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소라광장으로 몰려드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오후 7시40분 현재 소라광장에는 2000여개의 촛불이 켜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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