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드립니다.”
“무엇이냐?”
“작은 것입니다.”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게 되니, 당혹스럽다. 아이들의 선물은 기쁘게 받았었다. 딸 셋이 돈을 모아서 운동화를 사왔다. 발에 꽉 끼어서 좀 더 큰 것으로 바꿔오기로 하였다. 그런데 오후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녀석이 불쑥 내미는 선물을 받고 보니, 기분이 묘하였다. 선물은 와이셔츠였다.
둘째의 남자 친구였다. 둘째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웃고 있다. 속내를 보니, 선물도 둘이서 함께 고른 모양이었다. 아빠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기쁨을 두 배로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였다는 것이다. 얼떨떨하다. 둘째의 남자 친구에게서 생일 선물을 받게 되니, 기분이 정말 이상하였다. 기쁜 마음과 함께 어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언제 그렇게 커버렸는지, 실감이 가지 않는다. 아직도 내 눈에는 어린 아이로만 보이는데, 남자 친구가 생길 정도로 커버렸다. 실감할 수가 없어서 더욱 더 낯선 느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자란 것은 세월의 힘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냥 그렇게 성장해주었으니, 그렇게 고맙고 감사할 수가 없다.
딸아이들이 아카시 꽃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오월의 하늘을 고운 향으로 그득 채우는 아카시 꽃처럼 풋풋하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훈훈해진다. 아이들이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아이들은 삶의 힘이고 근원이다. 온 누리에 아카시 향이 넘쳐나게 되면 그 안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사람이 너무 편안하면 자극적인 쾌락을 추구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행복과는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시련을 통해서 성숙해질 수 있고 성숙해진다는 것은 알아차리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개어 있음으로 해서 자유를 느낄 수 있고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서 감사하게 되고 본래의 나는 무아라는 진리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받고 나를 들여다본다. 본디 나라는 것이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체득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환하게 웃고 있는 둘째를 바라보면서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선물을 받으니, 좋다. 생일 선물에 욕심을 앞세우는 나가 현실의 나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닫는다.
선물을 통해서 감사하며 고마워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카시 향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처럼 나도 미미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무아의 경지에는 아직 멀었지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라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春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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