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5살 아들 녀석. 그래서 요즘은 퇴근 후에 매일 아파트 앞 놀이터에 가서 자전거 타면서 논다. 어제도 어김없이 후다닥~ 저녁 먹고 놀이터에 갔다. 녀석은 빨리 놀이터 갈 생각에 밥도 잘 먹는다.
놀이터에 가서 딸은 그네 타고 아들은 자전거 타고. 나? 나는 실실 걸어 다니면서 요것저것 운동(?) 좀 하고, 가끔씩 그네 타는 딸에게 몰래 접근해서는 그네 세게 밀고는 후다닥 도망치기도 하고.
히히~ 우리 딸 무섭다며 도망가는 아빠 뒤에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만, 뭐 난 이미 저 멀리 도망간 상태. 한 번 당한 딸은 아빠만 근처에 가면 경계를 하면서 저리 가란다. 그렇게 논다.
그 시각에 우렁각시는 뭐하냐고? 한 마디로 자유시간! 어떤 날은 나 퇴근하기도 전에 아이들 저녁 밥 미리 먹인다. 왜? 아이들 밥 먹는 시간이 줄어드니, 그만큼 일찍 놀이터로 나갈 수 있으니까. 즉, 우렁각시의 자유시간이 그만큼 길어지니까.
이렇게 거의 매일 매일 놀이터 가서 놀던 어느 날. 휴대폰으로 자전거 타는 아들 녀석을 찍었는데, 사진이 좀 밋밋해서 휴대폰에 저장된 기능을 이용해 사진을 약간 꾸며봤다.
원본 사진은 원래 이렇다.
꾸민 사진은?
사진 꾸미고 나서 녀석을 불러 사진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자기 사진 보며 좋은 듯 웃더니, 한 5분 정도 자전거 탔나? 갑자기 나에게 오더니 이러는 거다.
“아빠! 아빠가 내 비눗방울 다 썼지?”
“???????”
“아빠가 다 썼잖아. 물어내!”
“아덜!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 아빠가 무슨 비눗방울을 썼다고 그래?”
“(씩씩)지난번에 산 내 비눗방울 아빠가 다 썼잖아~~”
“아빠가 언제 네 비눗방울 썼다고 그래?”
“(휴대폰을 가리키며) 아까 나 다 봤어. 아빠가 내 비눗방울 쓰고 사진 찍었잖아~!”
큭큭! 그때서야 녀석의 말을 알아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놀다가 사진을 본 후 갑자기 며칠 전에 사 준 비눗방울이 생각났나 보다. 그런데, 비눗방울 자기가 다 써놓고는 이제 와서 아빠가 다 썼다고 우기는 것이다.
“아덜~ 그건 휴대폰에 있는 배경을 이용한 거야. 네 비눗방울 아빠는 안 썼거든. 네가 지난번에 비눗방울 날리면서 다 썼잖아!”
“아니야~~ 아빠가 썼잖아. 그러니까 아빠가 물어내!”
무조건 아빠가 자기 비눗방울 다 썼다며 물어내라는, 즉 새로 사 달란다. 몇 번이고 휴대폰 배경이라고, 아빠가 안 썼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이궁~ 괜히 사진 한 방 찍고 억울한 누명만 썼네.
아침에 출근하는데, 잠자고 일어나서도 어제 일을 안 잊어버린 녀석. 그런 건 잊어버리지도 않아요. 퇴근할 때 아빠가 다 썼으니까 꼭 비눗방울 사 오란다. 이궁, 출근할 때 우렁각시에게 천원 받아왔다.
녀석의 엉뚱한 떼쓰기에, 웃음이 나온다. 아이들 키우다 보면 이렇게 아이들의 엉뚱함에 큰 행복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행복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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