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안경을 맞출까 하고 서울 신촌 부근의 안과를 찾았다. 대개 5시 이후에 수업이 마치기 때문에 미리 전화로 진료 마감시간을 확인해 놓고 느긋하게 병원으로 향했다. 접수한 시간은 오후 5시 30분. 시력검사를 받고 진료비를 물어보니 9800원이라고 했다.
단순한 시력 검사인데 진료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 청구서를 확인했다. 청구서에는 6000원 정도의 진찰비와 3000원이 넘는 '야간가산료'가 청구돼 있었다. 병원 간호사는 저녁 6시 이후의 진찰은 야간수당을 받는다면서 병원 접수대 위에 작게 붙여진 '야간진찰비 안내문'을 가리켰다.
진료 접수를 한 시간은 5시 30분, 진료를 끝낸 시간은 6시 5분. 덤탱이를 쓴 것 같아 찜찜했지만 안 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야간 가산료 기준은 접수 시점? 진료 시점?야간가산료는 평일 오후 6시 이후, 토요일 오후 1시 이후 병의원 및 약국에서 진찰이나 조제를 받을 경우 30%를 추가로 내는 제도를 말한다. 복지부는 2002년 원래 오후 6시부터 적용되던 야간가산료 시점을 저녁 8시 이후로 늦췄다.
그런데 지난 2006년 2월 1일부터 다시 2시간 앞당긴 평일 오후 6시 이후, 토요일 1시 이후로 적용 범위를 늘렸다. 이에 따라 이 시간 이후에는 병원 진찰비는 2388원∼4569원, 약국은 684원∼2340원의 가산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단 의원급 병원에서의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일 경우에 본인 부담액은 3000원으로 같다.
하지만 야간가산료가 오후 6시로 다시 적용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혼란스럽다. 무엇보다 야간가산료 적용 시점이다. 접수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진찰 시작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진찰 완료 시점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2007년 복지부는 "6시 이전에 접수를 했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져서 6시 이후에 진료를 받게 된 경우에 야간진료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진찰 개시 시간이 아닌 병원 도착 시간을 기준으로 하겠단 말.
복지부가 이런 방침을 내렸지만 아직도 병원과 약국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내가 이용했던 병원도 진찰 시간을 기준으로 야간가산료를 적용한 것. 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이런 유권해석을 알리는 공문은 발송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복지부 방침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병의원마다 제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의 확실하지 못한 조치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이다. 병원의 잘못된 해석 때문에 진찰비를 더 많이 낸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복지부의 한 상담원은 "의료기관에 재문의 후 의료기관에서 야간정산에 대한 부분을 수정해주지 않을 경우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 확인요청을 하시거나 의료기관의 지도 감독을 하고 있는 해당 보건소에 상담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5천원을 돌려받기 위해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야간가산료 실시, 병의원에 맡겨라?기준 시점 해석만이 문제가 아니다. 야간가산료 확대적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매우 낮은 게 사실이다. 설령 제도를 안다고 해도 왜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맞벌이 가족 증가 등으로 야간진료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야간에 문을 연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어 야간 진료 공급도 늘리겠다는 것이 2006년 복지부의 입장이었다. 의료기관이 없어 야간에 종합병원 응급실에 가는 사태를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야간가산료제도는 홍보부터 부실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그 어디에서도 야간가산료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홈페이지 상담원이 알려준 그대로 검색을 해도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다시 상담원에게 전화해서 왜 정책내용이 나오지 않냐고 하니 온라인 민원신청을 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고 할 뿐이었다.
2006년 당시 복지부는 의료기관이 방문환자에게 안내문을 통해 공지하겠거니 하고 맡겨뒀다. 또 야간가산료 확대 시행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수준에 대한 조사는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싼 응급실비를 내기 않게 하기 위해 실시했다는 야간가산료제도, 그 취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