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15일 밤 11시 15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미국산 쇠고기 파문에 대한 방송 보도에 불만을 품고 '정연주 KBS 사장의 퇴진'을 KBS 이사장에게 요구한 것으로 15일 드러났다.
방통위원장이 정치적 이해 득실 때문에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방송사 사장의 조기 퇴진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언론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5일 <PD저널>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지난 12일 오후 김금수 KBS 이사장을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만나 "최근 미국산 쇠고기 파문 확산과 이명박정부의 지지율 하락이 방송 때문이며 그 원인 중 하나가 조기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KBS 정연주 사장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튿날(13일) KBS 이사들의 간담회에서도 친여 성향의 일부 이사들이 "정 사장이 적자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 사장에 대한 사퇴 권고 결의안을 주장했는데, 이들의 이같은 움직임도 최 이사장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친여 이사들은 20일로 예정된 임시이사회에서 '정연주 사퇴 권고 결의안'을 정식으로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약 1시간 동안의 비공개 회동에서 최 위원장에게 "정 사장을 사퇴시키고자 한다면 무언가 명분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KBS 이사회로 하여금 방송법에도 없는 사퇴권고 결의안을 내게 하는 방법으로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친여 KBS 이사들, 비공개 회동 다음날 '정연주 사퇴 결의안' 주장
현행 방송법상 KBS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는 사장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가지고 있지만, 면직·해임에 대한 권한이 없는 상태. 정 사장이 자진사퇴하지 않는 한 그는 2009년 11월까지 사장직을 지킬 수 있지만, 여권 인사들은 "정 사장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 안 맞는 사람"이라며 그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이다.
반면, 이 대통령과 오래전부터 친분을 맺어온 최 이사장은 방통위원장 취임 당시부터 야당으로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없는 인물"이라는 공격을 받아온 인물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6일에는 국무회의에 참석해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언론의 문제제기가 확대되고 있는데, 방송심의위원회가 최근에야 구성돼 앞으로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방송심의 기능을 비판언론의 '입 틀어막기'에 쓰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에도 방통위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네티즌 댓글의 삭제를 포털사이트에 요청했다"는 논란을 일으켰고, 13일 국회 문광위가 방통위의 정치 편향성을 따지기 위해 최 위원장의 출석을 요구하자 그는 이에 불응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한 문광위가 최 위원장의 탄핵 소추를 추진하려고 하자 그는 문광위에 부랴부랴 출석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이 방송법을 무시하고 KBS 사장을 강제로 퇴진시키려고 했다는 정황이 사실로 굳어질 경우, 야당이 그의 탄핵 소추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마이뉴스>는 최 위원장과 김 이사장으로부터 비공개 회동의 내용을 확인하려고 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21일까지 러시아를 방문 중이고, 최 위원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 사장 퇴진 반대하는 KBS 이사에 불이익?
한편, 정 사장 퇴진에 반대하는 KBS 이사들이 무형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KBS <9시 뉴스>는 "정 사장의 퇴진에 반대하는 이사가 '정권 교체 이후 사퇴 압력을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고 15일 보도했다.
KBS 이사직을 맡고 있는 신태섭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13일 '학교 측의 승인을 받지 않고 KBS 이사를 한 것'을 문제삼는 내용의 경고문을 동의대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그가 이사직 사퇴 요구를 거부하자 학교가 15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신 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다.
신 교수는 "1년 6개월 전에 임명된 KBS 이사직을 이제 와서 갑자기 문제삼아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강창석 동의대 총장은 그에게 "대학에 감사가 실시 될 수 있다. 학교를 위해 KBS 이사직에서 물러나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신 교수는 "학교 측이 징계를 결정하면 대학을 떠나겠지만 현 상황에서 KBS 이사직을 그만 둘 수는 없다"고 말했는데, 강 총장은 "절차상의 문제를 이미 수차례 구두로 경고했지만 감사 이야기는 꺼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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