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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15일 저녁 서울시청 앞에서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15일 저녁 서울시청 앞에서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15일 저녁 7시에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는 시청 앞 잔디광장이 아닌 보도블록 위에서 열렸다. 17일 예정된 서울환경영화제 무대 설치 때문에 촛불문화제 무대는 시청 앞 보도의 끄트머리로 밀려났다. 그러나 이날 참가한 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꿋꿋하게 아홉 번째 촛불문화제를 지켜냈다.

 

저녁 7시부터 조금씩 모여든 사람들은 밤 8시를 넘어서자 어느새 800명 가까이 불어났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대신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이 많이 늘었다.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다함께' 등이 진행 중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서명'은 서명용지가 부족할 정도였다. 시청 앞을 지나가던 시민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무대 위에서 이뤄지는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사회자는 "정부가 새로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는 연기했지만 협상이 무효화되고 고시가 철폐되기 전까지 국민들의 촛불은 전국을 뒤흔들 것"이라고 외쳤다.

 

"주객이 전도된 우리나라... 정부는 영어번역이나 똑바로 해라"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15일 저녁 서울시청 앞에서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15일 저녁 서울시청 앞에서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이날 촛불문화제는 2시간 꼬박 시민들의 자유발언으로 채워졌다. 자유발언 역시 무책임한 정부에 대한 질책이 가득했다.

 

서울대학교 의대에서 암치료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고 밝힌 박은씨는 "정부가 '현재의 광우병 안전기준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근거 없이는 재협상은 없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발악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지금 국민은 가슴이 찢겨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가 그 아픈 가슴을 차분하게 어루만질 생각은 않고 '고차원적'인 과학적 근거 운운하며 국민들의 가슴을 더 찢어발기고 있다"며 "영어번역이나 똑바로 하고 과학적 근거 운운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광우병에 대해 걱정하고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상인데 어찌된 건지 우리나라는 정부가 국민과 시민단체에게 광우병을 연구해 과학적 근거를 내놓으라고 한다"며 "주객이 전도됐다"고 비꼬기도 했다. 

 

'부천에서 온 88만원 세대'라고 밝힌 성아무개씨는 "인간광우병이 발생한 영국에 몇 개월 동안 체류하다 오면 헌혈도 못하는데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혈장 50%가 미국에서 온 것이라는 뉴스를 봤다"며 "그것도 어이가 없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고 하면 이제 내 가족이 수술 받을 때 어떤 피가 수혈될 지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5일 저녁 서울시청 앞에서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5일 저녁 서울시청 앞에서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광화문 근처의 회사에 다닌다는 35살의 직장인은 "학생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의 자랑'이고 역사에 남을 일을 했다"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그는 "저 뒤에 앉아 있는 양복 입은 이들과 저도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청춘을 바쳤던 형이고 오빠"라며 "우리가 지지하고 응원할테니 용기 잃지 말고 계속 같이 촛불을 들자"고 외쳤다.

 

여섯 번이나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고 밝힌 고2 여고생은 "전주에서 형사가 학생을 수업 중에 끌고 나가 배후를 밝히라며 취조해놓고, 그걸 합법이라고 했는데 도대체 맞는 말이냐"며 "저는 선동이나 사주를 받아 이 곳에 나온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촛불문화제에 올 때마다 사람이 줄어 슬프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직장인 황규호(37)씨는 "아무래도 매일 매일 2만명, 3만명씩 모일 수는 없지 않느냐"며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난 어제 처음으로 촛불문화제에 참가했고 오늘이 두 번째다. 확실히 어제보다 사람 수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평일이기 때문에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매일 같이 나올 수는 없다. 이번 주 토요일에 또 한 번 집중 촛불문화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그 날은 가족들이랑 같이 나올 생각이다. 사람들이 그 날 더 많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촛불 든 사람이 줄었다고? 17일에는 더 많이 올 것"

 

 15일 저녁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한 시민이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재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15일 저녁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한 시민이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재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7살 난 딸과 함께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이 아무개(35)씨는 "사실 오늘 문화제는 홍보가 잘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같은 동네에 사는 엄마들끼리 17일에 오기로 했다"며 "다들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거나 올해 입학한 아이가 있는 엄마들끼리 쇠고기 수입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중학교 2학년인 이아무개양은 "학생들이 많이 안 온 까닭은 학교에서 혼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양은 사복을 입고 있었다. 이양은 "교복을 입고 가면 사진에 찍히는 일이 많고 다음 날 재수가 없으면 학교에서 벌점을 받는다"며 "친구들이 그런 문제 때문에 처음에 나갔다고 못 나오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양은 "선생님 중에 '잘 한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다"며 "같은 생각을 가진 어른들이 많다는 게 힘이 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들의 말처럼 전국 74곳에서 촛불문화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등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의 비판여론은 식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촛불문화제에서 모금된 금액이 800만원을 훌쩍 넘겼고 동전이 가득 든 돼지저금통까지 들어 있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촛불문화제는 16일과 17일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광우병 대학생 대책위는 오는 16일 저녁 6시부터 청계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도 아직 장소는 정하지 못했지만 17일 저녁 7시에 집중 촛불문화제를 열고 신해철, 정태춘 등 가수들을 초청해 콘서트 형식의 촛불문화제를 연다고 밝혔다.


#광우병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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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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