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지난 18일, 서울 인사동 국제 갤러리 앞에서는 '김홍썩 찾기 퍼포먼스'가 열렸다. 4월 18일 '창녀찾기 퍼포먼스'로 언론에 보도되며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밖으로 들어가기> 전시가 끝나기 하루 전이다. 작가는 "창녀 찾으면 120만원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넣고 섭외된 성매매 업소 여성에게는 60만원을 건넸다.
이날 오후 2시 국제 갤러리에 모인 40여명의 참가자들은 "인간 말종 찾으면 120원 드립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걸었다. 김홍석 작가를 찾는 사람에게는 120원, 김홍석 작가에게는 60원을 건넨다는 의도다.
안티퍼포먼스의 대상이 된 작품은 <post 1945>로 개막 퍼포먼스가 끝난 자리에는 텅 빈 금고만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김홍석 (작가) 찾기 퍼포먼스에도 120원과 60원을 담은 금고가 마련되어 있을까? 이에 대해 주최자는 "내 호주머니에 들어있다"고 답했다.
"내가 창녀다"며 40여명 뛰어들자 갤러리 입구 봉쇄
이날 시위에는 민주성노동자연대, 성노동네트워크, 여성주의 지향 블로거 모임,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 팀, 그 외에 인터넷 공지를 보고 온 개인 참가자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김홍석 작가는 성노동자들을 '창녀'라고 손가락질하는 사회적 낙인을 이용하여 '튀는' 기획을 했을 뿐",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려 했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또한 이들은 "이 해프닝이 주요 일간지에 보도될 정도로 회자되었음에도 제대로 된 비평 하나 내놓지 않는 미술계의 무감각에 분노한다"고도 밝혔다.
성명서 낭독을 마친 참가자들은 "내가 창녀다"를 외치며 갤러리 안으로 일제히 뛰어들었다.
국제 갤러리 측에서는 입장을 중지시켰으며 시위를 위해 모인 여성들은 굳게 닫힌 문 밖에서 30여분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은 "이런 게 어디 있냐, 김홍석은 들여보내고 우리 퍼포먼스는 왜 들여보내지 않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성노동 여성으로 분장한 또다른 참가자는 "목소리가 있지만 소리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수까지 되면서 그렇게 정신 안 차려도 되겠니"라며 분개했다.
"이제 와 배우를 쓴 가짜 '창녀찾기' 퍼포먼스였다니"
시위자들이 입구를 점거한 사이 관객들이 갤러리에 들어섰다. 막힌 입구 앞에 선 관객 커플 한 쌍을 시위자들이 에워쌌다. "이 전시의 내용을 알고 왔느냐"고 묻자 질문을 받은 여성 관객 박순옥(28)씨는 "모르고 왔다, 그런데 설명한 대로 성매매 여성을 찾아내는 퍼포먼스라면,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기분 나빴을 것 같다"고 답했다.
김홍석 작가의 작품을 잘 알아서 전시장을 찾았다는 심재헌(28·사진가)씨는 "이런 모습이 작가가 원했던 걸 수도 있다, 작업하다 보면 더 심한 작품들도 있다, 교황을 죽여놓은 작품도 있고"라며 "일단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오프닝 퍼포먼스는 지나친 면이 있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어 " 김홍석 작가가 교수이기 때문에, 여기보다는 대학에 찾아가 시위하는 게 더 좋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을 굳게 닫고 있던 갤러리 측은 30여분이 지나자 입구를 개방했다. 이름을 밝히길 원하지 않은 한 갤러리 측 관계자는 "며칠 전 교수님이 전화를 걸어오셨다, 논란이 된 퍼포먼스의 여성은 실제 성매매업소 여성이 아니라 배우를 기용한 것이었다고 밝히셨다. 동티모르 노동자나 북한 출신 노동자의 다른 전시처럼 1층 전시 모두가 '가짜'를 의도한 퍼포먼스였다"고 해명했다.
시위 참가자 한 명은 "진짜가 아닌 가짜 배우를 썼다는 증거가 있기는 하냐. 교수가 그렇다고 하면 검증할 방법이 있느냐"며 "또 배우였다고 해도 '창녀 찾아보라'는 주문으로 당시 여성들은 전시장에서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에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시위에 참가한 민주성노동자연대의 한 활동가는 "담당자가 미안한 기색조차 없다, 여러 언론을 통해 '실제 성노동 여성을 썼다'고 말하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건 모든 언론을 농락하는 발언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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