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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전문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나는 요즘 말 그대로 미칠 지경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논란이 광우병 파동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대한민국 토종 한우까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지 이미 오래다.  

 

한우 전문점을 하는 내가 미칠 지경인데, 한우 농가는 얼마나 더 미치고 환장할 일이겠는가. 산지 가격은 폭락하고, 한우 농사를 짓는 농민 세 분이 자살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이 현실 앞에 더 보태고 자시고 할 말이 무어 있겠는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가짜 한우' 보도들

 

하지만 어느 언론도 '버림받은 한우농가'에 대한 염려나 '무너지고 있는 음식업' 종사자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 났다.

 

일부 종이신문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민국의 국운이 달려있는 듯 국민을 협박하고, 몇몇 한우갈비집에서 수입산을 섞어 쓴 사실이 들통 나자 벌떼처럼 달려들어 모든 한우 전문점이 속이는 것처럼 까발리기에 여념이 없다. 

 

거기에다 방송은 한우와 육우조차 제대로 구별하지도 못한 채, 이른바 절박 도살 장면을 마치 광우병에라도 걸린 소처럼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인터넷신문들도 마찬가지이다. 허접한 의혹과 공방만 난무하고 있다. 비틀거리면 다 광우병인가? 그리고 국내산이면 다 한우인가?

 

쇠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이미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도 유분수다. 아무래도 언론들이 제 정신이 아니다.

 

맹세컨대, 우리 가게에서는 수입산은 물론이고 국내산이라도 육우는 아예 쓰질 않는다. 육우는 국내산이라도 절대 한우가 아니다. 어떤 이는 수입 쇠고기는 아니라도 육우를 섞어 써야 돈을 벌 수 있다고 했지만 쥐꼬리만도 못한 '작가의 양심'이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세상이 나를 다 속여도 나 자신마저 속일 수 없었다.

 

그런데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터지면서부터는 나오느니 한숨뿐이다. '대한민국 명품한우가 우리 농가를 살리고 여러분의 건강을 지켜드립니다'는 호소조차 무색하다. 언론이 워낙 방정을 떠니, 진짜 토종한우도 못 믿겠다는 것이다. 정말 이러다 대한민국 토종한우의 씨까지 말라버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장사 망하게 생겼다고 언론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보도를 하면서 최소한 국내산이라도 한우와 육우가 분명 다르고, 일부 수입산을 섞어 쓰는 비양심적인 업소도 있겠지만 정직을 생명처럼 여기는 업소도 있음도 상기해 주어야 한다. 일부의 문제가 전부인 것처럼 침소봉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수입 사료에 문제가 있다면 냉정하게 짚어라.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은 뻘로 있는 게 아니다. 오래 전부터 사료비를 절감하고 양질의 고기 생산을 위해 볏짚 김치 등을 개발하여 한우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그런 농촌진흥청을 없앤다고 하기에 나는 '농진청은 꼭 살려야 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하였다.

 

우리의 한우를 육성하고,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알게 모르게 노력하고 있는 사실을 국민들도 알아야 한다. 그게 언론이 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임종일 기자는 장편역사소설 <정도전>(전5권) 등을 쓴 소설가이다. 한겨레신문 비평위원 등 오랫동안 언론운동을 겸하다 지금은 순전히 생계를 위해 글쓰기를 잠시 접고,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에서 한우전문점을 운영한 지 5개월이 되었다.    


태그:#한우, #한우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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