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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필자의 예견이 들어맞는 방향으로 정세가 움직이는 것 같다.

 

필자는 <오마이뉴스>에 쓴 5월 13일자 기사에서 18대 국회의 의석 분포가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인식을 공유하는 세력의 의석수가 개헌 가능선을 넘어서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뉴라이트의 “대안교과서”가 개헌의 전초전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예견을 뒷받침이나 하는 듯, 개헌 논의가 벌써부터 표면화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19일 “18대 국회 임기 초에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헌법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 5월 20일자)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면 “강 대표는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해 “다양한 각도에서 개헌이 논의돼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강 대표는 개헌의 방향과 관련해 “이원집정부제와 내각제 문제, 남북관계와 인권문제를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력구조 개편 문제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헌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여권이 18대 국회 개원 이후 본격적인 개헌 작업을 시도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헌법 개정의 전초전은 역사교과서 개편

 

일본에서도 보수세력들은 헌법 개정운동에 앞서 종전의 중고교 교과서를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하며, 일본의 과거 침략행위를 미화하고 정당화 하는 수구적 내용의 교과서를 제작하여 문교당국의 검정을 받았다. 일본 우파신문 <산께이신문> 계열의 후소샤의 역사교과서가 그것이다. 일본의 이러한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는 한국에서 격렬한 항의의 물결을 일게 했고, 이 문제는 아직도 미해결의 과제로 남아있다.

 

이와 비슷하게 한국에서도 우파의 역사관으로 국민의식을 바꾸기 위해 뉴라이트의 <대안교과서>가 나왔고, 5월 17일에는 교육과학부 장관이 종전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되었다고 하면서 교과서 개편작업에 착수했음을 내비쳤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 우파의 움직임은 일본 우파의 움직임과 사실상 짝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정치의 최대의 쟁점은 침략전쟁과 군대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의 개정 여부라고 할 수 있고, 역사교과서 개편 문제는 헌법 개정의 전초전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도 뉴라이트의 이른바 <대안교과서>가 나오고 문교정책의 최고 책임자인 장관이 교과서 개편작업을 내비친 것, 그리고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개현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 등 일련의 움직임은 결코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없다.

 

민족 민주 민중의 가치관에 입각한 60항쟁의 결과물인 현행 헌법

 

한국의 현행 헌법은 잘 알다시피 1987년에 개정 공포된 것으로 60항쟁의 결과 민족 민주 민중 세력이 피와 땀으로 쟁취한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의 3대에 걸친 형식적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 속에서 나름대로 민족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복지와 환경이라는 민중지향적 가치관을 소중히 간직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학생들은 이들 가치관에 입각한 역사교과서에 의해 교육받아 왔다. 그리고 그 역사교과서들은 현행 헌법의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한 엄격한 편수 기준에 맞게 서술되고 문교부 당국의 공식 검인정을 받았다. 따라서 이를 좌편향 교과서라고 본다면 당연히 헌법 개정을 필한 연후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일개 장관이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함부로 개편을 운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탄핵 대상의 소지가 있는 문교장관의 언행

 

문교과학부 장관이 현행 교과서에 불만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좌편향인가를 구체적으로 적시해야할 터이다. 그렇지 않고 자기 전공분야도 아닌 사안에 관해 '좌편향' 운운한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행위로서 지탄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현행 역사교과서들은 현행 헌법의 기본정신에 따라 편수되고 발간되었다는 점에서 문교과학부장관의 좌편향 운운의 언동은 헌법위반 행위라고 지탄받을 소지마저 없지 않다. 심하게 말한다면 헌법 전문의 정신에 위배된 것으로 탄핵의 대상일 소지마저 있다.

 

이런 현행 헌법을 무시한 몰상식한 장관의 언동에 대해서는 국회는 해당 상임위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해서라도 그 진의가 무엇인지 따져 물어야만 소임을 다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묵과한 국회의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민족 민주 민중의 가치에 역행할 위험성

 

문제는 6월 개원을 앞둔 18대 국회의원들의 세력분포로 볼 때, 뉴라이트의 역사관을 공유한다고 보여지는 세력의 국회의원 숫자가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를 넘어 개헌 선을 확보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공통된 역사인식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한국 강점이 당시의 국제정세 아래서 불가피했다고 보는 '타율사관'을 내세우고 있다. 즉 일제가 한반도에서 시행한 근대화 정책(?) 덕택으로 한국이 오늘날 잘 살게 되는 기초가 닦여졌다고 하는 이른바 '식민지근대화론'을 암묵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이다.

 

둘째로 이들은 6.15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협약을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집권기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정하면서 헌법 전문에 규정된 평화통일의 원칙을 거부한다.

 

셋째, 북한을 대화의 상대가 아닌 타도의 대상으로만 보는 대북 적대정책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또, 대북적대시 정책에 동조하지 않는 세력이나 사람을 '빨갱이'로 매도한다.

 

넷째, 한-미-일 공조를 우선시 하면서 남북간의 민족공조를 반대한다. 그리고 일본과의 연대를 강조하면서 '실용주의 외교'를 내세운다. 일본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문제나 독도 영유권 문제에서 일본의 반성을 촉구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괜한 일로 시비를 거는 '건달'이라고 비판하는 것이 그 한 예다.

 

다섯째, 친일청산을 방해하고 끝내는 4·19 혁명으로 강제 퇴출된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민주주의를 수십 년간 후퇴시킨 박정희 전 대통령, 12·12 쿠데타로 군사정권을 이어받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공로자로 인정한다. 즉 한국의 높은 경제성장이 근로 대중을 비롯한 광범한 시민들의 피땀으로 이룩한 노력의 결과라는 점을 경시하는 입장이다.

 

헌법 개정 시도의 내용을 예의 감시해야 한다

 

역사의 진전을 억지로 멈추게 하려는 위와 같은 수구적 역사관은 우리나라의 체제를 1980년대 이전의 그것으로 되돌릴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이런 역사의 반동을 앞에 두고 양심적 민족 민주 민중 복지 환경 등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세력들은 사분오열되어 힘을 결집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이들 가치를 추구하며 신명을 다 바쳐 산화해 간 선열들의 유지를 받들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선열들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는 그분들이 추구했던 민족 민주 민중 복지 환경 등 공동체적 가치를 폄하하는 역사인식을 물리치고 잠재워야 한다. 우선 당면해서는 이들 가치들을 '좌편향'으로 몰아 부정한 교육과학부 장관의 역사인식을 현행 헌법정신을 부정한 언동으로 철저하게 규명하고 규탄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뀌면 모든 것이 비틀어질 위험성이 있다. 사태의 진전을 예의 주시한다.

덧붙이는 글 | 주종환 기자는 동국대 명예교수, 참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 민족화합운동연합 대표이다.

이 기사는 '평화만들기' '한림온라인'에도 송고합니다.


#한나라당#뉴라이트#강재섭#교육과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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