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장미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또 장미꽃을 들어 5월의 여왕이라고도 합니다. 모양도 빛깔도 화려하여 꽃 중의 꽃이라는 찬사가 정말 잘 어울리는 꽃이 바로 장미꽃이지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대개 장미꽃을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꽃을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 여성들이 제일 좋아하는 꽃이 장미꽃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꽃가게에서도 선물용으로 제일 잘 팔리는 꽃이 단연 장미꽃이라고 합니다.
그 화려한 장미꽃이 요즘 한창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온통 장미꽃 천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아파트 담장에도, 공원길에도, 화단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꽃이 장미꽃입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장미꽃 예찬만 하게 됐을까요? 사실 장미꽃이 아닌 다른 꽃 얘기를 하려던 참이었는데요. 오늘 오후 우리 마을 뒷동산 오동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골짜기에 흐드러진 한 무리의 꽃을 발견했습니다. 하얀 꽃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마침 산책 나온 듯한 50대 남성 셋이 꽃 이름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한사람은 이 꽃이 덜꿩나무 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꽃모양도 그렇고 잎 모양도 틀림없이 덜꿩나무 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인가목조팝나무 꽃이라고 우겼습니다. 꽃이 둥글게 피어 있는 모습이 인가목조팝나무가 확실하다는 주장이었지요. 그런데 또 다른 한 사람은 가막살나무 꽃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주장을 들으며 나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꽃이 그저 화사하고 예쁘다는 생각 외에 이름은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꽃나무 이름을 가지고 서로 자기주장을 하던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 이번에는 요즘 피는 꽃 중에 어느 꽃이 제일 예쁘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이 제일 예쁘다고 한 것은 장미꽃이 아니라 바로 눈앞에 피어 있는 하얀 꽃이었습니다. 이름에 대한 서로의 주장을 달랐지만 이 꽃이 제일 예쁜 꽃이라는 데는 다른 의견이 없었습니다. '덜꿩나무', '인가목조팝나무' 또는 '가막살나무'라고 서로 주장한 이 나무의 꽃이 하얗고 깨끗하며 탐스러워 다른 어떤 꽃보다 예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한 마디 거들었지요, '5월의 여왕'으로 불리는 장미가 더 예쁜 것 아니냐고요. 그런데 이 남성들의 주장은 전혀 달랐습니다. 장미꽃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꽃이고 자기네들 눈에는 아무래도 이 꽃이 제일 예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 세 사람 모두 이 꽃이 더 예쁘다고 우기니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동의를 하고 말았지요. 그들에게가 아니고 꽃에게 말했습니다.
"네 이름이 덜꿩나무인지 인가목조팝나무인지. 아니면 가막살나무인지 모르지만 너의 그 화사한 하얀 미소가 제일 아름답다"고요. 그러자 이 꽃나무가 정말 자신이 더 예쁘지 않느냐고 내게 보라는 듯 더 아름답게 생긋 미소를 짓는 것 같았습니다.
설마 꽃나무가 내 말을 알아들은 건 아니겠지요. 그래도 일단 그에게 제일 예쁜 꽃이라고 인정했으니 암튼 이번 5월은 장미꽃이 아닌 이 꽃을 제일 예쁜 꽃으로 불러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꽃나무야! 네 진짜 이름이 뭐니?"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