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1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옥션 해킹사건과 업계 2위 하나로텔레콤이 600여 만명의 고객정보 8530여 만 건을 텔레마케팅 업체 등으로 유출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개인정보'에 대해 민감한 이때, 난 의문이 드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20일 오후 2시, 전화가 울리고 통화버튼을 누르자 전화기 너머로 '낭랑한' 텔레마케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텔레마케터는 통화가 시작되자 마자, '고객님 안녕하세요!'라며 친근감을 표해왔고 새로운 신한 신용카드의 혜택을 늘어놓으며 짜여진 광고 멘트를 속사포처럼 쏘아댔다.
한경리치웨이클럽은? |
일정액의 가입비를 내고 가입만 하면 각종 할인 혜택이 제공하는 멤버십 카드가 유행하던 2001, 2002년. 전국에 30여개 멤버쉽 카드 업체가 난립하고 있을 때, 한국경제신문의 자회사인 (주)한경닷컴이 발행하는 한경리치웨이클럽(현 행복클럽, 회원제 서비스 업체)도 등장했다.
한경리치웨이클럽은 한경경제신문이란 자회사의 이름을 앞세워 공격적인 전화마케팅(TM)과 인터넷마케팅을 펼친다.
전국에 80여개 지사를 갖추고 있는 믿을 수 있는 업체임을 강조하면서, 자동차, 전자제품, 보험, 여행상품 등 20여가지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회원들이 3년간 이런 할인 혜택을 받는다면 평균 500여만원의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하며 회원을 모집했다.
하지만 회원모집과 회원탈퇴, 계약철회(위약금 요구 등) 과정상의 문제가 있어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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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마케터의 낭랑한 광고 멘트를 듣고 있자니, 내가 신한카드 고객이 아닌 것이 떠올랐다. 아니 우체국과 LG카드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신한카드 쪽에서 연락이 올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텔레마케터에게 혹시 신한카드(사)에서 전화를 걸어온거냐고 되물어보았다. 그렇게 자주 오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마구잡이식 홍보성 스팸전화를 대처할 때, 우선 자신의 개인정보(휴대전화번호)를 누가 알고 있는지, 누가 전화를 건것인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확인해 개인정보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개 임의, 무작위로 전화를 걸고 있다며 끊어버리기 일쑤지만.
갑작스런 질문에 텔레마케터는 신한카드사가 아닌 한국경제신문을 언급했다. '한국경제신문'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행복클럽(구 한경리치웨이클럽)이란 멤버십 서비스 업체가 생각났다. 6년 전 홍보메일과 텔레마케터의 전화를 받고 얼떨결에 회원가입을 했다가 전화내용과 다른 계약내용에 '화들짝' 놀라 회원탈퇴(접수취소)를 어렵게 한 적이 있었기 때문.
텔레마케터는 2002년 당시 평생회원 탈퇴(접수취소)를 했지만, 이름,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가 남아있어 자사(행복클럽)와 제휴를 맺게된 신한카드의 새상품를 소개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놀라웠다. 아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원탈퇴한 지 6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탈퇴회원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이용해 텔레마케팅을 일삼고 있는 업체가 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6년간 회원이 아닌 자의 개인정보를 이들이 어떻게 이용해 왔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암튼, 호흡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텔레마케터에게 개인정보(휴대폰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를 하게 되었는지 확인한 후 마케팅 담당자의 연락처를 받아냈다. 담당자는 한경리치웨이클럽 시절부터 있었던 사람이라고 했다.
마케팅 담당자에게는 바로 전화를 하지 않고,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인터넷에서 '한경리치웨이클럽'을 찾아냈고, 현재는 업체명이 '행복클럽'으로 변경되어 영업중임을 확인했다. 또 한국경제신문과 행복클럽(구 한경리치웨이클럽)'과의 제휴관계와 개인정보관리지침을 확인했고, 한국소비자원의 인터넷상담목록을 통해 한경리치웨이클럽(현 행복클럽)에 대한 소비자 피해사례도 여러 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탈퇴회원 개인정보 이용하는 행복클럽에 따져묻다!
행복클럽(구 한경리치웨이클럽) 텔레마케터로부터 신한카드 발급에 대한 광고성 전화를 받은 지 20분 정도 후에, 마케팅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무엇보다 행복클럽 측의 개인정보관리가 어떤지, 탈퇴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관·관리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텔레마케터와 마찬가지로 차분하고 친절한 목소리의 담당자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였던 한경리치웨이클럽(한경닷컴과 제휴)이 3년 전에 종료되었다"며 텔레마케터가 잘 모르고 답을 한 것이라는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자사가 신한카드와 제휴를 맺어 서비스관리 차원에서 공동마케팅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주민번호는 생년월일 앞자리만 가지고 있고, 탈퇴회원이지만 이름, 주소, 휴대폰번호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답에, 행복클럽의 서비스 이용약관에 명기된 사항을 지적하며 탈퇴회원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을 문제삼았다. 이에 담당자는 텔레마케터의 말실수를 언급하면서 금융결제정보가 아닌 휴대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을 대수롭지 않는 듯이 답해왔다. 행복클럽의 회원도 아님에도, 원치 않는 이들의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이 개인정보침해(수집 또는 제공받은 목적달성 후 개인정보 미파기 및 당해이용자의 동의없이 개인정보 이용)에 해당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전화상으로 마케팅 담당자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행복클럽(구 한경리치웨이클럽)은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회원모집과 회원정보관리란 측면에서 참 몹쓸 짓을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가뜩이나 스팸전화와 불안한 개인정보유출사고에 시달리고 있는 이때, 업체와 무관한 한 개인의 소중한 개인정보까지 이용해 '마케팅' '서비스관리'란 이름으로 돈벌이에 나선 행복클럽(구 한경리치웨이클럽)을 '나쁜기업'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6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고객도 회원도 아닌데, '고~객~님'이라 부르며 슬며시 접근해오는 그들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행복클럽 서비스 이용약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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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조 (정보 수집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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