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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등 3개 단체에서 7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열고 있다.
민언련 등 3개 단체에서 7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열고 있다. ⓒ 송주민

"지지율 하락을 방송 탓으로 돌리며 공영방송을 장악에 목을 매는 이명박 정권을 보면 과거의 '땡전뉴스'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프레스센터에 모인 7명의 언론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정책을 "과거 독재 정권의 방송 통제 방식으로의 회귀"로 규정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연우 상임공동대표는 "최근 정부의 언론장악을 위한 몸부림을 보면 과연 실용정부 답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2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프레스센터 7층 레이첼카슨룸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시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란 주제로 긴급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정연우 민민언련 상임공동대표,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창현 국민대 교수 등 총 7명이 참여했다. 주최는 민언련, 언론정보학회, 전국언론노조 등 3개 단체였다.

"5공 시절과 같은 공영방송의 정당성 위기 부추기고 있다"

'방송죽이기, 그 무모한 도박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이란 주제로 발제에 나선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민언련 정책위원)는 크게 5가지를 들며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흔들기'를 우려했다.

▲대통령 직속위원회를 통한 방송 죽이기(방송통신위원회와 최시중 위원장의 부적절한 행보), ▲시장개편을 통한 공영방송 죽이기(공영방송에 대한 민영화론), ▲고립화 혹은 낙하산 통한 KBS죽이기(정연주 퇴진론 중심으로 한 KBS에 대한 상식이하의 행태), ▲소송과 민영화 압박을 통한 MBC죽이기(PD수첩을 비롯한 제목소리 내는 미디어영역에 대한 노골적 압박), ▲직계인사 투입 통한 공공영역 죽이기(YTN 등에 측근인사를 노골적으로 투입) 등이다.

최 교수는 "과거 공영방송 위기의 핵심은 정치권력의 지배와 통제에 따른 정당성의 위기가 주축을 이뤘으나 방송의 자율성이 확대된 이후에는 시장의 위기, 경영의 위기에 따른 정체성의 위기로 집약됐었다"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공영방송에 대한 민영화 압박과 동시에 내용 통제 의도를 노골화함으로써 5공 시절과 같은 정당성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교수는 "최시중씨를 비롯한 정권의 언론 정책을 보면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인 괴벨스가 주장했던 '여론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며 "이명박 정권이 그 입장하고 다른 게 뭔지, 또 나치를 욕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방송 뿐 아니라 민주주의 전체를 훼손하는 행위"

 발제 중인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발제 중인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송주민

국민대 이창현 교수는 "현재 논의되는 공영방송 구조개편은 방송 한 분야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며 "87년 이후 힘겹게 쌓아온 민주화된 한국사회 구조 체제를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돌리려는 음모로 연결되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지난 10년간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는 나름대로 매스미디어의 소통의 질서가 있었다"며 "보수신문인 조중동이 한나라당과 기업의 이익을 반영하는 미디어였다면 한겨레와 경향을 비롯하여 KBS, MBC, 오마이뉴스, 다음, 네이버 등이 좀 더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미디어였으나 이 균형이 이명박 정권 들어 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를 비판하던 보수신문의 비판적 기능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사라졌으며 진보언론들은 광고주의 압력으로 인해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며 "게다가 네이버, 다음 등에는 방통위를 통해 댓글까지 통제하려는 발상을 보이고 있는데 KBS, MBC 등의 공영방송마저 장악하려는 것은 균형을 깨고 보수의 목소리만을 전달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교수는 "현재 이명박 정부 대통령과 국회, 지자체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다가 공영방송까지 통제하려 한다면 우리 사회의 소통구조에 엄청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보수 50년 집권 속에서 견제 능력을 상실한 일본식 미디어 체제를 현 정권이 추구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도 "현재의 모습을 보면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공론에 기반을 둔 민주적인 통치방식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친정부적인 언론을 통해 국민들의 의식 통제할 수 있다는 구시대적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매체비평우리스스로' 노영란 사무국장도 "최시중 위원장이 내정된 후 우려했던 점들이 너무도 무식하게 진행되는 활동양태를 보면서 저 사람들 뇌는 진화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대의 변화에 맞게 세련된 방법도 있을 텐데 너무도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갈 날이 너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정연주 축출' 움직임은 공영방송 무시하는 처사"

현재 논쟁이 되고 있는 '정연주 축출 음모', 'KBS 특별감사' 등 KBS를 둘러싼 사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최영묵 교수는 "정연주 사장을 적자경영 문제 하나만으로 압박한다는 것은 단세포적인 발상"이라며 "공영방송은 단순히 적자와 흑자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조직의 미래를 걱정할 정도로 적자가 심각하다면 모르겠으나 이후 커버할 수 있는 경우라면 퇴진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총체적인 평가를 통해 낙제점을 받았다면 물러나라는 요구를 할 수 있으나 적자 책임 이외에는 합리적인 논거를 제시한 것을 못 봤다"고 밝혔다. 

노영란 사무국장도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정연주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을 보면 정 사장 정말 대단하고 역량 있는 인물인가 보다"며 공영방송은 단순히 흑자를 내기 위한 방송 아니라 경제적 수익과 무관하더라도 국민 삶에 꼭 필요하다면 보도해야 하는 것이 주 임무"라고 지적했다.

PD연합회 박건식 정책위원(MBC)은 "사실 정연주 사장이 물러나면 경쟁사 입장에서 우리는 편하다"며 "그 동안 KBS가 시청률 톱10을 5~6개 정도 장악한 것 보면 정 사장이 프로그램 측면에서는 잘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정책위원은 "정 사장이 물러난 후에는 정치적인 사람이 들어올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경쟁사 측면에서는 기분 좋을 수 있다"고 말한 뒤, "하지만 KBS와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순망치한의 관계이기 때문에 KBS가 무너지면 MBC도 급속하게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신삼수 정책실장은 21일 확정된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 추진과 관련하여 "매번 감사 때마다 나오는 감사원 결론은 'KBS는 정부 출자기관이므로 정부투자기관 예산 편성 관리 지침에 따라라'는 것이다"라며 "이 지침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돈으로 공영방송을 조이는 수순을 들어가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 정책실장은 또 "감사원이 극히 당파적인 뉴라이트단체 회원들의 요청을 곧이곧대로 받아주기 시작하면 다음부터는 공영방송으로서 무슨 프로그램 만들 수 있겠나"라며 "이는 KBS를 공영방송으로 간주하지 않고 관영방송으로 단정하고 올가미를 채우려는 작태"라고 꼬집었다. 

"KBS노조, 헛발질 그만해야"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연주 사퇴'에 열을 올리고 있는 KBS 노동조합의 태도에 대해서도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노영란 사무국장은 "그 동안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라서 KBS노조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노조가 공영방송의 일원으로서 시청자의 이익을 수렴하려는 사람이라면 회사의 경영과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려는 환경이 배치되는 경우 후자를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사무국장은 이어 "내부의 제작진 얘기를 들어보면 정연주 사장 재임시기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는 굉장히 좋은 시절이었다고 한다"며 "노조가 이해집단적인 판단이 아니고 공영방송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려면 이런 식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최영묵 교수도 "공영방송의 역할을 고려한 총체적 평가 틀을 가지고 사퇴 문제를 요구해야 하는데 노조는 적자경영 하나만으로 물러나라고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낙하산은 저지한다고 말하면서 정연주 몰아내는 투쟁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며 "낙하산을 저지하려면 임기 보장 투쟁을 해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헛발질이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공영방송#KBS#MBC#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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