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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 노루
▲ 노루 노루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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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오름 속 생태공원

자고 일어나면 기름 값이 고공행진을 하니 자동차 운전대에 앉아 있기가 무섭다. 이때야말로 도보여행은 마음을 느긋하게 만든다. 제주시에서 번영로를 따라 봉개동으로 가는 길은 봄이 절정이다. 제주시 봉개동은 절물휴앙림으로도 소문이 나 있다. 하지만 4·3공원 주변에 봉곳이 솟아 있는 거친오름 주변에 있는 노루생태공원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안내지도 안내지도
▲ 안내지도 안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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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공원은 제주시 봉개동 산66번지 일대에 있는데, 50ha가 생태계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노루공원의 특별함은 표고 618.5m, 비고 154m, 둘레 3321m의 거친오름 속에 노루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거친오름은 일반인들에게 개방돼 있지 않지만, 거친오름 주변 노루공원 트래킹 코스는 도보여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거친오름 거친오름
▲ 거친오름 거친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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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로 따라 걸으니 풀섶향기 그윽

지난 5월 18일, 휴일이라서 그런지 노루공원 정원에는 어린이들이 눈에 띄었다. 노루는 아무래도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관심대상인가 보다. 봄 빛에 무르익은 야생화가 트래킹 코스 주변에 피어 있었다. 푸른잔디가 아직은 듬성듬성한 걸 보니 공원 조성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나 보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갈옷을 입은 안내원 아저씨가 노루공원이 생태공원이라는 것을 주지시킨다. 안내원의 말에 따르면 "노루는 거친오름의 자연 속에 숨어 있으며 요즘은 임신기라서 예민해져 있다"고 말한다. 행여 생태공원에서 서식하는 식물들을 도취해 갈까봐 배낭까지 안내소에 맡겨졌다.

트래킹2 트래킹2
▲ 트래킹2 트래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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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6㎞의 관찰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거친오름에서 새어나오는 풀섶 향기가 그윽하다. 다홍색의 철쭉과 제비꽃이 오손도손 이야기를 한다.

발자국 발자국
▲ 발자국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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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로 입구에서 10분 정도 걸었을까. 노루 사육사에 잠시 머물었다. 하지만 사육사에는 오밀조밀한 노루 발자국만 보일 뿐 노루는 거친오름 등성이로 나들이를 나갔나 보다. 노루가 먹다 남긴 노루밥이 덩그라니 사육사를 지키고 있다. 발자국을 보니 많은 노루를 사육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관찰로를 걷는 것이 오름 등산로를 걷는 것보다 편안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동안 자동차에 너무 의존했나 보다. 갑자기 걸음이 느슨해졌다. 

쥐똥나무꽃 쥐똥나무꽃
▲ 쥐똥나무꽃 쥐똥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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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똥나무 쥐똥나무
▲ 쥐똥나무 쥐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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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똥나무 꽃 흩날리는 순백의 아름다움 

직선으로 나 있는 관찰로 트래킹 코스 주변에 핀 쥐똥나무 꽃이 순백이다.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쥐똥나무 꽃잎이 바람에 흘날리는데 꼭 5월의 눈꽃같다. 하얀 눈꽃은 트래킹 코스를 덮었다.

폐타이어로 만들어 놓은 관찰로 끄트머리에는 제주시 선흘 지역의 오름들이 오밀조밀 누워있다. 크지고 않고 작지도 않은 오름들이 노루 생태공원을 감싸 안고 있으니 트래킹 코스는 아늑할 수밖에.

연두색에서 초록으로 변하는 노루공원 길, 식물도 햇빛을 많이 받으면 자신의 색깔이 변하나 보다. 벌써 식물들은 여름 맞이할 준비를 하는데, 나는 아직 봄 속을 걷고만 있으니 어쩌랴.

트래킹1 트래킹1
▲ 트래킹1 트래킹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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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적 트래킹 코스였더라면

거친오름은 주봉인 동쪽 봉우리를 머리로 남서 낮은 봉우리를 이뤘다. 비록 말굽형의 굼부리를 볼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618m의 봉우리는 그 덩치가 꽤 커 보인다. 해송과 상록활엽수가 드문드문 서 있어 자연림을 이룬 거친오름 아래에 정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정자는 심신을 쉬어가게 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마시는 물맛 또한 늦봄의 갈증을 해소시켰다.

생태계 생태계
▲ 생태계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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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웅덩이에는 새 한 마리가 목을 축이고 있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걷는 이의 마음처럼  목이 마를까? '가시덤불로 이루어져 거칠다'는 거친오름의 몸통 속에서 노루는 얼굴 조차 보이지 않았다.

폐타이어 길을 지나니 시멘트 길이다. 하지만 조금은 아쉬웠다. 모름지기 트래킹 길이라면 땅 속에서 싹을 틔울 식물들이 많을텐데, 시멘트로 덮어버려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들지 않았나 은근히 걱정이 된다. 아니면 시멘트 길보다는 스코리아(scoria, 화산쇄설물) 길이었으면 어떨까?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흙냄새와 풀냄새 꽃향기는 늘 그리울테니까 말이다.

생태계 생태계
▲ 생태계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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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관찰원 노루, 아이들에게 인기

40여분 정도 걸었을까? 이마엔 땀이 송송 맺혔다. 그리고 다시 출발지점에 도착했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어름이들이 상시관찰원 안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따라가 보았더니 노루 서너 마리가 사육사가 주는 밥을 먹고 있는 듯했다.

길을 걸으며 노루를 찾았던 사람들은 피곤함을 잊은 듯했다.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생태공원 트래킹은 노루도 보고 오름 트래킹도 할 수 있는 발품이 아니었나 싶다. 더욱이 도심지에 살며 차만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트래킹 코스가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글 | 노루공원은 제주시 봉개동 산 66번지 거친오름 주변에 있는 생태공원이다.
찾아 가는 길: 제주시 번영로- 4.3공원-노루겅원으로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트래킹은 소요시간은 40분-50분 정도.



#노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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