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하동' 진입로가 나온다. 거기서 섬진강을 낀 19번 국도를 따라 약 10km 들어가면 영호남의 교류현장인 화개장터가 나오고, 더 들어가면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바 있고, 또 드라마 <토지> 촬영장이기도 한 '최참판댁'이 나온다.
그러나 정작 박경리 선생은 하동 최참판댁과 인연이 없다. 다만 주변의 주민들에 따르면 선생이 진주여중을 다닐 때 절친했던 친구가 이 동네 얘기를 많이 들려주었고, 이것을 토대로 소설 <토지>를 쓰게 됐다고 한다. 사실은 실제 소설 속 모델이 된 곳은 최참판댁보다 더 들어간 곳에 있는 '정서리'라는 마을의 '조부자댁'이라고 한다.
소설 <토지>의 시대적 배경은 1897년 한가위로부터 1945년 해방까지 48년 동안으로, 무대는 하동의 평사리 마을로 시작되어 간도, 서울, 부산, 진주, 만주, 일본에 이른다. 책은 모두 5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동학혁명이 실패로 끝난 후인 1897년 한가위로부터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된 이후까지 약 10년 동안 평사리를 중심으로 하여 일어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2부는 1910년 중반, 3부는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부터 1929년까지, 4부는 1930년부터 1938년까지, 5부는 1940년부터 해방을 맞이하는 1945년까지다.
최참판댁이 위치한 곳 아랫마을이 평사리다. 마당에서 내려다보면 멀리 넓은 들판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그 들이 옛날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소설 <토지>를 읽거나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어린 서희가 당당하게 사랑채와 안채를 드나드는 모습과, 안채에서 윤씨부인이 자태를 뽐내며 앉아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또한 지금은 마당에 작은 연못이 있는 별당채가 어린 서희가 지내던 곳이고, 최치수의 이복동생인 김환과 함께 야반도주한 별당아씨의 거주공간이기도 하다. 한국 문학계의 큰 별인 고 박경리 선생, 그녀는 지금 없지만 이곳 최참판댁에는 지금도 길상과 서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