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이 소식이 전해지면 해당 학교에서 오해할 수도 있으니 학생과 학교 이름은 익명으로 해주세요."
울산 최초의 공립특수학교로 지난 3월 3일 개교한 울산혜인학교 정은정 교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타 지역 A 특수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 금빛(가명)이 혜인학교로 교환학습을 온 것은 지난 4월초. 금빛은 5월말까지 2개월간 이곳에서 교환학습을 하러왔다.
그런데, 최근 금빛의 부모가 "다시 1개월을 더 울산혜인학교에서 공부할 수는 없겠느냐"고 간곡히 사정하더란다.
부모님은 "아이가 이 곳에 온 후 너무 명랑해졌고 학교생활이 즐겁고 신이 난다고 한다. 학교에 오고 싶어한다"며 "학교생활 적응이 잘돼 울산혜인학교를 떠나지 않고 교육을 더 연장하자고 한다"고 한 것. 그러면서 금빛 부모님은 "전학도 고려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정은정 교사는 전했다.
정 교사는 이런 이유에 대해 "철저히 아이들 중심으로 공부하고 생활하는 것이 주효한 것 같다"며 "행사를 치를 경우도 보여주기식이 아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학교행사 등에는 반드시 부모님과 함께 한다는 것. 그래서 그런지 이 학교 교훈은 '신나고 즐거운 학교'다.
수년간 논쟁과 장애학생 학부모, 사회적 여론을 수렴해 개교한 혜인학교의 반응은 일단 합격점을 받고 있다는 평이다. 개교한 지 세 달이 채 안 됐지만 전국에서 견학희망, 교환학습 , 전학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정 교사는 귀띰한다.
울산혜인학교는 시각장애·정신지체장애 학생들을 교육하는 곳으로 시각장애 4학급, 정신지체 24학급 등 모두 28학급에 유치원 초등 중등 고교 전공과 165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58명의 교원을 비롯해 보조원, 운전기사, 공익요원, 행정직원 등 103명의 다양한 지원인력들로 구성됐다.
울산에는 2곳의 사립 특수학교를 포함해 일부 초·중학교 특수학급이 운영되고 있지만 전체 2%로 추정되는 장애학생의 교육욕구를 풀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혜인학교 개교는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갖게 한다.
정은정 교사는 "특히 울산지역네에서 통합교육 또는 역통합 교육(비장애 학생 교육을 위해장애학생과 어울려 공부하는 것)을 위해 자매결연을 맺기를 희망하는 학교도 많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조만간 동구 꽂바위유치원, 남구 월평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을 예정"이라며 "앞으로 중 고등학교, 대학, 기업체와도 자매결연을 맺어 통합교육은 물론 직업교육이 함께 이뤄 지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