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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슛' 장면
'슛' 장면 ⓒ 이민선

 

'나누미' 축구팀을 소개한다. 나누미 축구팀은 경기도 안양시 석수3동 석수초등학교에 자리 잡고 있는 축구 동호회다. 평범한 축구팀이지만 색다른 점이 한 가지가 있다.

 

축구경기는 대부분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나누미'는 다르다. 나누미 정신은 '승부에 집착해서 형제들 마음 아프게 하지 말자'다. 이기고 지는 것은 그 다음이라는 것.

 

성당 축구팀에 가입한 것은 재작년 여름이다. "같은 신자인데 축구도 함께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비난 섞인 제안을 받고 팀에 합류했다. 그동안 마을에 있는 조기축구팀에서 운동을 했다.

 

처음에는 이런 느슨한 분위기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보편적으로 조기 축구회 경기는 치열하다. 이기기 위해서 젖 먹던 힘까지 내서 뛰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서로 감정이 상할 정도로 말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간혹 조기 축구회 문제로 다투다가 싸움이 났다는 언론 보도가 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승부에 대한 치열함 때문이다.

 

'나누미' 축구팀 멤버들은 대부분 석수2동에 있는 석수성당 신자들이다. 12년 전(96년) 축구를 좋아하는 성당 교우들 25명이 모여 팀을 만들었다. 성당교우들이 주축이 되어 팀을 만들었지만 모든 회원들이 신자는 아니다. 나누미는 축구를 좋아하는 누구에게나 문이 활짝 열려있다.

 

성당 축구팀이지만 축구만 좋아하면 누구나 환영

 

 나누미 축구 창단멤버 임일택(49세) 씨
나누미 축구 창단멤버 임일택(49세) 씨 ⓒ 이민선

 

나누미 축구팀 창단멤버 임일택(49)씨는 '자칭타칭' 축구광이다. 임씨가 축구를 하는 이유는 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그래서 비가 오나 눈이오나 쉬지 않고 12년 동안 축구를 했다.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할 것도 같아요.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이나 한여름 무더위에 운동장을 뛰어다니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저도 축구를 하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 했거든요. 축구를 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죠."

 

주일(일요일) 새벽만 되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고 축구화를 챙겨서 집밖으로 나오게 된다며 임씨는 환하게 웃었다. 잠시 축구를 쉰 적도 있다. 2년 전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고 난 후 한동안 축구를 하지 못했다.

 

"오늘 저 여기서 축구하는 것 집사람이 알면 큰일 납니다. 집사람은 축구하지 않는 줄 알고 있어요. 허리 디스크 도질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거든요. 사실 축구하고 나면 허리 수술 받은 부위가 뜨끔거리긴 해요."

 

임씨를 축구광이라 표현한 것은 이런 이유다. 허리수술을 받고 나서도 축구를 못 잊어서 운동장에 나오기 때문.

 

임씨가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좀 과격한 운동이기는 하지만 땀을 흠뻑 흘리면서 서로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몸과 마음을 단련하기에는 축구만큼 좋은 운동이 없기 때문이다. 축구가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일단, 재미있습니다. 또 몸과 마음을 단련하기에 효과적이죠. 축구는 상대방과 서로 몸을 부딪치면서 심장이 터지도록 달려야 하는 운동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단련이 됩니다. 돈이 적게 든다는 것도 좋은 점입니다. 공 하나만 운동장에 던져 놓은면 힐 수 있는 가장 서민적인 운동이 축구입니다."

 

축구는 가장 서민적인 운동

 

 작년 겨울 시합장면
작년 겨울 시합장면 ⓒ 이민선

 

나누미 팀은 현재 오후에 운동장을 사용한다. 이른 아침에 하다 보니 운동장 사용문제 때문에 가끔 다툼도 일어나고 너무 이른 시간이다 보니 겨울에는 운동장에 나오는 회원이 적다. 고민 끝에 내놓은 결론이 오후에 운동하는 것이다.

 

나누미는 작년까지만 해도 오전 6시 30분부터 오전 8시 30분까지 축구를 했다. 그 다음 시간은 마을에 있는 다른 조기 축구팀이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경기에 열중하다 시간을 지체 할 경우 간혹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나누미 회원들은 이구동성 말했다.

 

나누미 정신은 글자 그대로 서로 나누는 것이다. 승부는 그 다음이다. 나누미 회원들은 몸을 서로 부딪치며 숨이 턱까지 올라올 정도로 뛰면서도 기쁨만을 나눈다. 때문에 거친 몸싸움은 있지만 감정이 상해서 언성을 높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리고 목에 핏대 세우며 심판에게 따지는 일도 드물다. 이것이 '화이팅'만을 외치고 승부에만 집착하는 축구와 다른 점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안양뉴스 , 유포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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