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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서울경찰청에 근무하고 있는 이제 9년차 현직 경찰관이며 이준기씨를 나름 좋아하는 팬입니다.

먼저 요즘 새롭게 시작한 드라마를 잘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좋은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준기씨!(허락도 없이 제가 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서운하지 않겠죠? 나이도 제가 몇살은 더 많을 테니 이해해 줬으면 합니다.) 오늘 인터넷을 보니 미니홈페이지 게시판에 쓴 글이 기사화된 내용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저도 직접 홈페이지를 찾아가 내용을 읽었습니다. 비록 짧은 글이었지만 많은 내용이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많은 생각을 들게 했고 또 이렇게 글까지 보냅니다.

비보이 공연에 판소리까지... 그 때 촛불은 아름다웠습니다만

 미니홈피에 촛불시위 지지 글을 올려 화제가 된 영화배우 이준기씨
미니홈피에 촛불시위 지지 글을 올려 화제가 된 영화배우 이준기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먼저 '강경진압, 강제연행'이라는 말로 시작했는데, 어디에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불법 행위자에 대한 연행에 있어 경찰관이 정당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강제로 연행했다는 것이었으면 하네요. 어느 위법행위자라 하더라도 경찰의 연행에 순순히 동행하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지난 26일부터 남대문로와 퇴계로 등에서 장시간 도로를 점거하고 대규모 불법 가두시위를 벌인 사람들을 연행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불법 가두시위자들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제15차 촛불문화제를 비롯해 현장에 몇 차례 나갔습니다. 그 당시 문화제는 정말 질서 있게 진행되었고 공연 내용도 참으로 좋았습니다.

10대들의 비보이 공연을 비롯해 랩으로 시작하는 젊은이들의 노래와 어느 예술 고등학교 여학생의 판소리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난 뒤에는 쓰레기봉투를 여러 곳에 배치해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치우고 가는 아름다운 모습까지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지난 며칠동안의 집회 모습을 현장에서 한번이라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시내 곳곳에서 무단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수많은 차량들의 통행을 막고 경찰에 폭력까지 휘둘러 저희 전 의경들을 비롯해 경찰관이 15명 이상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청계광장에서 문화제를 개최할 때 연행을 하거나 진압을 했다면 준기씨의 생각에 저도 어느 정도 납득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평화시위 잊어버리자? 그런 나라를 꿈꾸고 계신가요?

현재 우리나라는 법으로 집회를 개최할 때는 사전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0조에 보면 '옥외집회 및 시위의 금지시간'으로 규정하고 "누구든지 일출시간 전, 일몰 시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14조 '주최자의 준수사항'에는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혹여, 정부의 어떤 정책에는 불법으로 맞서는 것이 또다른 합법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준기씨는 그렇게 말해선 안 됩니다. 도로점거가 합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까? 그럼 전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준기씨가 쓴 중간쯤에는 "평화시위는 잊어버리고 몽둥이라도 하나씩 들고나가 맞서야 정신을 차리실런지…"라고 말했는데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서 그 몽둥이를 가지고 진압하는 경찰관들을 향해 휘둘러야겠다는 생각입니까?

어떤 상황이 돼도 준기씨는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 한 마디에 당신을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이라면 현장에 뛰어 나올 수 있습니다. 위험한 발상 아닙니까?

 27일 새벽 종로 거리를 점거한 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열고 있던 시민들을 경찰들이 강제 연행하고 있다.
27일 새벽 종로 거리를 점거한 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열고 있던 시민들을 경찰들이 강제 연행하고 있다. ⓒ 유성호
집회의 자유는 반드시 평화적이고 합법적일 때 가능한 것입니다. 또한 경찰은 합법적으로 진행중인 시위대의 안전을 최우선시 할 것입니다. 불법적인 집회현장에서 일반 시민의 안전과 질서유지 또한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준기씨!

끝으로 한 가지만 더 말하겠습니다. 미니홈페이지에 쓴 내용이 최근 드라마와는 무관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일지매'에 대한 좋은 생각에도 실망감을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끔은 내가 가진 무언가를 홍보하기 위해 과장된 방법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남에게 큰 아픔과 상처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써서는 절대로 안 될 것입니다.

앞으로 더욱 멋진 배우로 성장해 가시길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폴리스라인 폴리스라인은 시위대와 경찰 모두에게 '신뢰와 믿음'으로 인식돼야 한다.
폴리스라인폴리스라인은 시위대와 경찰 모두에게 '신뢰와 믿음'으로 인식돼야 한다. ⓒ 박승일


#경찰#촛불문화제#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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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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