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줌마가 싫어요!"
불현듯 아이가 꽥 소리를 질렀다. 네살배기 사내 아이였다.
해질 무렵, 저녁 찬거리를 사려고 나서던 엘리베이터 안에서였다. 한 층을 내려가자 아이들 셋이 우르르 몰려탔다. 2년 터울로 여덟살, 여섯살되는 여자 아이와 네살배기 사내아이인 바로 아랫층 아이들이었다. 쟤들끼리 시끌벅적하니 떠들다가 화살이 문득 내게로 온 게 아닌가 싶어 사내아이에게 물었다.
"왜 싫어?"
그러자 사내 아이가 큰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
"못 생겨서요."
아니, 이런, 기가 막혔다. 엘리베이터 거울로 얼굴을 들여다봤다. 억울했다. 나는 졸지에 뺨이라도 두들겨맞은 사람처럼 아이를 쳐다보았다.
이 아이들로 말할 것 같으면, 평소 복도건 엘리베이터건 떠들기를 가리지 않는 아이들이었다. 집 안에서조차 밖으로 터져나오는 아이들의 소음에 질렸지만, 한번도 시끄럽다고 말은 해보지도 못한 채 꾹 참고 지내던 터였다. 게다가 진짜로 중요한 것은 정말, 아이들의 외양이, 못 생기고, 안 예쁘게, 생겼다는 사실이다.
"나도 네가 싫어!
그러자 아이가 당돌하게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왜요?"
"못 생겨서!"
툭 쏴주는 동안,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갔다.
아무리 아이들이라지만, 내가 못 생겼다니, 기분이 나빴다. 정말 못 생겼나?
나는 어둑어둑해져가는 거리를 걸어가는 동안, 돌멩이라도 차버릴 듯 눈꼬리를 치켜세웠다. 생각해보니, 내가 저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듯 했다. 그래서 자신을 쳐다보는 내 표정이 안 예쁘다는 뜻이렷다! 흥~
시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이들이 아파트 통로 입구에서 놀고 있었다. 옆에 있는 젊은 남자가 아빠인 양 싶었다. 난 아이들이 또 나를 보고 못 생겨서 싫다고 할까 봐 걸음을 빨리 해 아이들 곁을 지나쳤다. 젊은 남자 앞에서 무슨 망신이겠는가.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 막 들어서려는데, 뒤에서 여자 아이의 새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줌마!"
엘리베이터 문이 막 닫히려던 순간이었다.
"같이 가요!"
아이들이 엘리베이터를 향해 우르르 뛰어오고 있었지만, 나는 정지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아이들과 마주칠까봐 겁이 났다.
기다려주지도 않고 혼자 타고 가버린 윗층의 아줌마. 아이들이 또 쫑알거리고 있겠다. 정말, 못 생겼다고! 어쩐지 뒤통수가 근질근질한 느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