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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디 그로세타 미국 축산육우협회 회장(이명박 대통령 뒤편 카우보이 모자 쓴 이)이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앤디 그로세타 미국 축산육우협회 회장(이명박 대통령 뒤편 카우보이 모자 쓴 이)이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지난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장.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등 세계 정상급 경축 사절단을 포함한 200여 명이 국회 앞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이들 가운데 특이하게 카우보이모자를 쓴 사람이 있었다. 바로 미국 축산육우협회(National Cattlemen’s Beef Association) 회장 앤디 그로세타였다. 그는 취임식 후 한 인터뷰에서 "취임식에 초청된 것은 큰 영광"이라며 "인생에 한 번이라도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이었다"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의 일개 이익단체 회장이 세계 정상들과 함께 자리했으니 그의 기쁨은 유별난 것이 아니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최고 동맹인 미국에도 7개의 초대장밖에 보내지 않았다. 그 초대장 중 한 개를 과감하게 미국 축산육우협회에 줬다는 것은 이 단체가 라이스 국무장관과 맞먹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단체는 4월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월령에 상관없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 등 한국 새 정부의 통상 정책을 취임식 직후부터 꿰뚫고 있었다. 미국 고위 정책 입안자들과 커넥션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광우병 우려에도 불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연계해 처리해 버리려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유혹해야 할 대상이다. 애가 타는 이명박 정부만큼이나 미국 축산육우협회는 한국에 애정을 품고 있을까? 카길, 타이슨푸드 등 제국주의적 미국 축산기업이나 미국 농무부도 쥐락펴락하는 이 단체에게 이명박은 농락당하고 버려질 '순진한 시골처녀'에 불과해 보인다.

100여 년의 역사, 대내외 축산업 정책 좌지우지

1898년 창립된 미국 축산육우협회는 현재 미국 전역에 23만여 명의 축산업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최대 축산 이익단체다. 창립 당시에는 미국 축산업자들의 친목과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소 느슨한 조직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1985년 '육우 권장과 조사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연 예산 6000만 달러를 집행할 수 있는 막강한 이익단체로 거듭나게 된다. 이 법률에 따르면 소를 사고 팔 때, 판매되는 소와 관련한 조사 비용으로 두당 1 달러를 정부에 내야 한다. 연 8500만 달러에 이르는 이 준조세 중 약 6000만 달러를 미국 축산육우협회가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이 법률의 골자였다.

소를 판매할 때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조사 비용에 대한 저항으로 법적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미국 연방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미국 축산육우협회의 손을 들어 주었다. '실탄'을 장착한 이 단체는 회원들의 농장 경영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농장 운영에 필요한 토지, 물, 기타 자원에 대한 개인의 권한을 보호하고, 외국과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전 방위적인 로비를 벌이고 있다.

미 농무부 고위직에 축산육우협회 출신 대거 포진

CNN은 최근 "광우병 등을 막기 위한 미국의 축산 검역 체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CNN은 동물권익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다우너(downer,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병든 소)가 식용으로 도축되고 있는 실상을 동영상으로 공개한 후 지난 2월 미 캘리포니아 주에서 미국 역사상 최대 쇠고기 리콜 사태가 일어난 일 등을 언급했다. CNN은 광우병 위험도가 일반 소보다 몇 배나 높은 다우너에 대한 검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미국 축산육우협회 출신들이 미 농무부 고위직에 5명이나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축산육우협회 출신 램버트 미국 농무부 차관보.
미국 축산육우협회 출신 램버트 미국 농무부 차관보. ⓒ 미국 농무부
이 중 한 명인 램버트 차관보는 미국 축산육우협회에서 15년이나 일했던 사람이다. 2002년 부시 정부의 새로운 농무부 장관으로 선임된 앤 베네만에 의해 램버트는 마케팅과 검사 서비스를 담당하는 농무부 서열 3위 차관보로 기용된다. 축산업 검역을 직접 담당하는 이 자리에 검역 대상인 미국 축산육우협회 인사가 들어온 것.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꼴'인 이런 인사의 결과는 자명했다. 한 육우가공업체가 광우병을 우려하는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자신들이 도축하는 소에 대해 광우병 전수 조사를 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하지만 이를 미국 농무부가 막고 나섰다. 미국 시민들과 해외 고객들의 신뢰를 위해 광우병 전수 조사를 권장해도 시원찮을 미국 정부가 오히려 민간 기업의 시도를 방해한 것이다.

미국 전역에서 도축되는 소 중 광우병 조사를 받는 비율은 1%도 안 된다는 사실 때문에 한국, 일본 등이 미국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농무부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민간 업체의 전수 조사를 막은 것은 미국 축산육우협회 출신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농무부는 "(전수 조사가) 쇠고기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고 조사 비용 증가로 쇠고기 가격만 올릴 수 있다"는 이유를 댔지만 소비자를 설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카길, 타이슨푸드 등 제국주의적 축산 기업과도 '끈끈'

역대 미국 축산육우협회 회장들은 카길, 타이슨푸드 등 세계 축산, 곡물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거대 기업의 임직원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 기업은 10년간 4000만 달러를 도축소에 대한 광우병 검사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로비에 썼다. 광우병 조사가 느슨해 특정위험물질(SRM)인 소장 등의 내장과 이들을 이용한 가공 쇠고기를 수출하면 연간 1억9000만 달러를 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로비를 위해서는 미국 축산육우협회 출신들의 영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런 기업들은 진작 알아챘다.

 1985년 미국 축산육우협회 회장이었던 조앤 스미스 타이슨푸드 이사.
1985년 미국 축산육우협회 회장이었던 조앤 스미스 타이슨푸드 이사. ⓒ Florida-agriculture.com
1985년 미국 축산육우협회 첫 여성 회장이 된 조앤 스미스는 현재 타이슨푸드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1985년 '육우 권장과 조사에 관한 법률' 통과를 이끌어내면서 미국 축산육우협회를 강력한 로비단체로 성장시킨 공로로 그는 1989년부터 1993년까지 미국 농무부 차관보로 기용된다.

이때 처음 한 일이 현재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방침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개량 분리육(Advanced Meat)' 허용 조치였다. 개량 분리육이란 고압 기술을 이용해서 소뼈에서 살코기를 분리한 쇠고기를 말한다.

스미스 이전에는 이런 쇠고기가 식용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개량 분리육 허용 조치로 쇠고기 검사 과정에서 남은 고기 조각과 연골을 햄버거, 소시지 등의 재료로 쓸 수 있게 됐다. 당연히 소 한 마리당 가격이 상승했고 축산업자들은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하지만 광우병 위험이 높은 소뼈 성분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는 점은 간과됐다. 소비자의 안전보다 축산업자와 가공업자의 이익을 대변한 스미스가 차관보 이후 아이오와 주 육우 가공업자 단체의 고위 간부와 식품업체 퓨리나 밀스의 임원 등을 거쳐, 미국 최대 육류업체 타이슨푸드의 이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밖에도 2002년 미국 축산육우협회 회장이던 위드 윌리는 임기도 마치기 전에 부시 대통령에 의해 통상 정책 및 협상 자문위원회(ACTPN) 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이 위원회는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 로버트 졸릭 대표를 도와 미국의 통상 정책에 자문을 하는 단체였다. 32명의 위원 중 농업 부문에서는 윌리 회장만 선임돼 부시 대통령의 미국 축산육우협회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역대 미국 농무부 장관은 매년 여름에 열리는 미국 축산육우협회 전국 대회에 빠짐없이 참석해 미국의 대내외적인 축산 정책을 설명하는 등 미국 축산육우협회의 파워는 미국은 물론, 세계를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위험한 짝사랑 환상에서 벗어나야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축산육우협회를 구슬려 한미FTA를 성사시키고자 하는 듯하다.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 등을 진작시키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동차가 없으면 불편할지라도 살 수는 있지만, 미친 소를 먹고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미국 축산육우협회는 전 세계를 상대로 로비해 온 그 분야의 귀재들이다. 닳고 닳은 '선수' 앞에 혈세를 들여 그들을 위해 언론 광고까지 해 주는 이명박을 보면 1970년대 한국 영화가 생각난다. 시골에서 갓 상경한 처녀가 서울 부잣집 아드님에게 농락당하고 버림받는. 제발 환상을 버려라. 언제까지 1970년대에 머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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