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메이커(maker)
.. 게다가 겉만 화려하게 꾸며 비싸게 팔고 있으며 유명 메이커 제품도 믿을 것이 못 된다 .. 《김용호-신문에 비췬 오늘의 국민의식구조》(일지사,1982) 55쪽
‘화려(華麗)하게’는 ‘곱게’나 ‘아름답게’로 고쳐 주고, ‘유명(有名)’은 ‘이름난’으로 고쳐 줍니다.
┌ 메이커(maker)
│ (1) 상품을 만든 사람. 또는 그 회사. ‘제작자’, ‘제조업체’로 순화
│ - 유명 메이커
│ (2) = 메이커품
│ - 그 애는 청바지를 하나 사도 꼭 메이커만 산다 / 그는 메이커 아닌 옷을 안 입는다
│
├ 유명 메이커 제품
│→ 이름난 회사 제품
│→ 이름난 상표
└ …
국어사전 보기글 “꼭 메이커만 산다”나 “메이커 아닌 옷”에서는 ‘이름난 것-이름난 곳’으로 다듬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유명 메이커 제품”이라면 ‘회사’나 ‘상표’로 다듬어 주고요.
┌ 청바지를 사도 꼭 메이커만 산다
│→ 청바지를 사도 꼭 이름난 것만 산다
├ 메이커 아닌 옷을 안 입는다
│→ 이름난 곳 아닌 옷을 안 입는다
└ …
‘만든이’나 ‘만든곳’을 가리키는 미국말 ‘maker’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 ‘메이커’를 엉뚱하게 받아들여서 쓰고 있습니다. 미국말이기 때문인가요. 미국말이라면 제 뜻이 무엇이건 헤아리지 않고 아무 데나 내키는 대로 써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요. 우리 말로는 모자라다고, 우리 말로는 “이름난 곳”을 가리키거나 나타낼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요.
ㄴ. 그룹(group)
.. 세계보건기구는 1인당 소비하는 알코올량의 통계에서 한국을 선두 그룹에 넣은 바 있다 .. 《에릭 비데/최미경 옮김-한국의 일상 이야기》(눈빛,2003) 67쪽
좀더 손쉽게 쓸 수 있는 말이라면 손쉽게 써야 좋습니다. 어렵게 쓴다고 해서 전문성이 있는 말이 되지 않고, 더 낫거나 깊이 있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 보기글 첫머리는 “한 사람이 마시는 알코올량을 살피니”쯤으로 다듬어 줍니다.
┌ 그룹(group)
│ (1) 함께 행동하거나 공통점이 있어 한데 묶일 수 있는 사람들의 무리
│ - 독서 그룹 / 선두 그룹 / 그룹 지도 / 축구 동호인 그룹
│ (2) 계열을 이루는 기업체의 무리
│ - 재벌 그룹 / 그룹 총수 / 그룹 회장 / 거대한 그룹을 경영하다
│
├ 선두 그룹에 넣은 바 있다
│→ 선두권에 넣은 바 있다
│→ 앞자리에 넣은 바 있다
└ …
예전에는 선두‘권’이라고 썼습니다. 요새도 이 말이 쓰이지만 ‘그룹’이라는 미국말이 훨씬 자주 쓰인다고 느낍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노래패’가 아닌 ‘노래그룹’이라고 자신들을 가리킵니다. ‘모임-동아리-모둠’ 같은 말을 죄 몰아내고 ‘서클’이 쓰이고 있습니다만, ‘그룹’이라는 말까지 한몫 단단히 차지하기도 합니다.
┌ 독서 그룹 → 책읽기 모임
├ 그룹 지도 → 모둠 지도
├ 축구 동호인 그룹 → 축구 즐김이 모임
├ 재벌 그룹 → 재벌 회사
├ 그룹 총수 → 회사 우두머리
└ 거대한 그룹을 경영하다 → 큰 회사를 이끌다
더구나, 회사를 ‘회사’라 하지 않고 ‘그룹’이라는 말로 가리키기까지 합니다. 생각해 보면, ‘삼성’이 아닌 ‘samsung’이요, ‘선경’이 아닌 ‘sk’요, ‘gs’요 ‘lg’요 ‘kb’요 하는 판에다가 ‘농협’조차 ‘nh’가 되는 판이니, 이런 회사들이 우리 말을 알맞춤하게 쓰기를 바라는 일은 꿈 같은 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회사들이니 자기들을 가리키는 말로 ‘그룹’을 써야 알맞다고 느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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