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농림부 장관 고시 발표가 있자 성난 울산시민 300여 명이 거리행진에 나섰다.
29일 오후 7시부터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현대차 지부 조합원 수백 명이 가세하면서 참가자가 1000여명을 넘었다. 이곳에는 27일부터 매일 저녁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었고, 장관 고시가 있던 29일에는 강경한 자유 발언들이 쏟아져 나와 일찌감치 거리행진을 예고했다.
촛불 집회가 3시간 가량 진행된 저녁 9시 40분이 되자 남아 있던 시민 300여 명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롯데백화점 광장 옆 차로로 하나 둘 나왔다. 이후 1개 차선에 자연스럽게 진열한 시민들은 3km 가량 떨어진 울산시청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저녁 7시부터 촛불집회 장소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울산시청 방향 현대백화점 맞은편 도로에는 경찰 5개 중대를 태운 10여 대의 경찰버스가 대기 중이었다.
시민들은 1개 차선에서 자연스런 대오를 형성하며 울산시청을 향해 행진을 계속했다. 밤 10시 20분경 집회장소에서 1km 거리의 달동 현대해상 앞 도로에서 차도를 막고 서 있던 경찰에 가로막혔다.
경찰과 시민의 대치로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10분 50분 경 경찰의 봉쇄에 막혀 인도로 올라온 시민들은 다시 촛불집회 장소 방향으로 행진을 했다.
시민 300여명은 인도 500여미터를 행진하다 현대백화점 앞 인도에서 자진 해산했다.
현대차 노조원 대거 참석 "여중생 투쟁 우리가..."
"여중생들이 하던 투쟁을 이제 우리가 하겠습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윤해모 지부장은 자유발언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근무를 마친 현대자동차 노조원 수백 명이 집회 참가자들 곳곳에 섞여 촛불을 들었다. 현대차지부는 이날 '광우병 미친소 싫어요'라고 적힌 베란다 게시용 현수막을 제작해 와 시민들에게 나눠줬고, 시민들은 현수막을 등에 걸치고 촛불을 들었다.
29일 울산 촛불집회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거의 보이지 않고 대신 민주노총 산하 조합원들이 주를 이뤘다. 가족끼리 온 시민들도 많았다. 참석한 한 교사는 "평일에는 야간 자율학습 때문에 학생들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서울에 비해 울산이 강제 자율학습이 심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하부영 울산본부장은 자유발언대에 나가 "조금 전 '한미FTA저지 울산본부'가 미국산쇠고기 장관 고시 시민불복종을 선언했다"며 "울산민노총은 2일 아침일찍부터 부산 쇠고기 창고로 달려가 봉쇄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미 쇠고기가 들어온다면 대형마트와 요식업에 질의서를 보내 요청하고, 그래도 미 쇠고기를 취급하면 불매운동을 가게가 망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중학교 2학년이라고 밝힌 여학생은 "오늘 고시 발표를 듣고 울었다. 너무 화가 난다"고 말한 후 "국민 여러분 파이팅입니다"라고 울먹이며 외친 후 단상을 내려갔다.
강경 발언이 이어졌다. 한 노조원은 "울산 사람 뭐 합니까. 오늘 어찌될 줄 모릅니다"고 하며 거리행진을 예고했다. 한 인터넷신문 기자는 "서울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는 데, 왜 울산사람은 움직이지 않나. 정말 욕이 나온다"며 개탄했다.
배가 상당히 부른 임산부도 나와 발언을 했다. 그는 "첫째가 4살이고, 곧 태어날 아이에게도 모유를 먹여야 하는데, 미역국에 넣던 쇠고기 대신 이제 멸치를 넣어야 한다"며 "미국은 우리를 마루타로 알고 실험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뒀다는 주부는 "광우병 소식에 잠이 안온다. 아들이 '왜 안자냐'고 한다"며 "오늘 학원에 가려는 아들에게 '지금 학원이 문제냐, 가지마라'고 한 후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광우병 소식을 <경향신문>이 집중보도했고, 인터넷을 뒤져 더 알아보니 수입 쇠고기는 30개월 이상 소며 병든 소 사료까지 먹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알수록 점점 화가나 견딜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대응방침을 묻는 질문에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리행진을 하면 불법이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울산에서는 시민과 경찰의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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