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 길을 가로막은 경찰 버스가 시동을 걸어놓고 있자,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외친 구호는 "유가 급등, 시동 꺼라"였다. 고유가시대에만 볼 수 있는 '서민의 고통'을 담은 '시위 풍경'인 셈이다.
미국의 '신(新)풍경' 중 하나는 하이브리드차의 인기 상승이다. "새 차량 구입 희망자들이 유류대 부담을 덜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종을 선호한다"는 것이 23일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 특히 대표적 하이브리드카로 꼽히는 도요타의 프리우스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수소연료 전지차냐, 하이브리드차냐두 가지 기능이나 역할이 하나로 합쳐졌음을 뜻하는 하이브리드(hybrid)란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차는 두 가지 동력이 결합한 차량이다. 일반적으로 화석연료(휘발유)와 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차를 말하며, 대체연료(수소 등)와 전기의 힘을 사용하는 연료전지차와는 구분된다.
하이브리드차는 보통 기존 자동차 내연기관 엔진에 전기 모터가 결합한 형태다. 전기 모터는 차량 내부에 있는 배터리에서 전원을 끌어쓰며, 소모된 배터리 전기는 감속시 발생하는 열에너지 변환을 통해 재충전된다.
결국 하이브리드카의 가장 큰 특징은 효율성이다. 출력 향상과 연료 소모를 줄임으로써, 경제성과 환경 친화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카 개발이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에서 그리 활발하지 않았던 이유는 '과도기적 시장'에 불과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완성차 업체들은 예전부터 수소를 동력으로 하여 물만을 배출하는 수소연료 전지차를 궁극적인 환경차로 지목해왔다. 특히 미국 업체들의 경우는 연료전지차 상용화가 가까운 시일 내에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이에 대한 연구를 집중해왔다. 그러나 기술적인 어려움과 높은 생산원가로 인해 수소연료차 상용화 시기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유럽업체들의 경우 친환경 디젤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는 디젤차량이 전체 수요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는 유럽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현재 유럽업체들은 디젤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하는 '친환경 디젤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상태다.
하이브리드차 세계 1등 도요타, 세계적 브랜드 '프리우스'이 같은 시장 상황으로 인해 현재 하이브리드카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특히 도요타는 이미 21세기 차세대 자동차로 하이브리드차를 점찍고 일찌감치 개발에 착수했다. 1997년에는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양산형 모델인 '프리우스'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변속기부터 엔진까지 동력전달계 전부가 하이브리드형인 프리우스는 업그레이드를 거듭하고 있다. 도요타는 2003년 말에 동력 성능을 더욱 향상시킨 2004년형 모델을 출시했고, 매년 꾸준한 판매 증가를 기록한 프리우스의 현재 판매량은 100만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은 판매 실적은 도요타의 브랜드 이미지에 '환경 친화'를 더했으며, 이는 도요타 전체 차량 판매 증가로 이어져 최근에는 세계 자동차 1위 업체인 GM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와 같은 성공에 고무된 도요타는 현재 자사 모든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를 배치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혼다는 하이브리드 기술 자체보다는 자동차 중량 감소 및 엔진 효율 증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존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함으로써 연비와 동력 성능을 개선하는 전략이다. 이는 개발비나 차량 단가에서 '하드 하이브리드'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소프트 하이브리드' 개발로 이어졌다.
결국 혼다는 하이브리드 차의 약점으로 지적 받고 있는 중량 문제를 크게 개선해 전체 중량이 800kg에 불과할 정도로 '하이브리드 경량화'에 성공했다. 현재 혼다는 하이브리드카 판매 세계 2위로 성장했으며, 특히 혼다가 2001년 말 발표한 시빅 하이브리드 모델은 미국 하이브리드차 시장 점유율이 47%를 차지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기아차가 가장 앞서 있어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환경친화적 차세대 자동차 개발에 먼저 뛰어든 현대·기아차가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1995년 서울모터쇼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하이브리드 전기차인 FGV-1을 선보인 데 이어 1999년에는 FGV-2, 아반떼 하이브리드 전기차, 2000년에는 베르나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을 잇따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005년 말에는 신형 베르나 200대 등 하이브리드 차량 350대를 양산해 환경부에 공급했으며, 2006년 10월에는 총 219억원이 투자된 하이브리드 69대를 또한 경찰청에 납품해 시범운행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범사업을 더욱 확대한 작년에는 3390대를 추가보급하기로 했으며, 내년에는 100% 국산기술의 아반떼 하이브리드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7일 이규용 환경부 차관은 코엑스에서 열린 '미래형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 포럼'을 통해 "현재 공공기관 등에 시범보급중인 하이브리드차를 2009년부터 일반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보완을 검토하고 있으며, 보급 초기 단계에는 세제감면이나 보조금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 부여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관공서에만 납품되고 있는 베르나 하이브리드 배기량은 1399cc, 공식 연비는 1리터당 19km로 알려져 있다. 납품 가격은 2800만원(정부보조금 1400만원). 아직은 '부담스런' 가격이 고유가 시대, 하이브리드차 상용화의 변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