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촛불집회는 광우병 쇠고기 재협상과 장관 고시 발표 중단이었다면 어제(29일) 저녁 촛불 거리시위는 재협상과 장관고시 발표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거리시위였다.
29일 오후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 고시안을 확정한 후 열린 첫 촛불시위는 4만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날 저녁 시청에서 광화문 그리고 청와대로 이어지는 도로 주변에 많은 전경차(닭장차)가 여기저기에서 목격됐다.
특히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자’, ‘평화시위 보장하라’, ‘우리가 바로 민주주의’, ‘고시철회, 협상무효’ 등의 문구가 적힌 촛불 시위 참석자들의 아이디어 피켓들이 눈길을 끌었고, 누군가 구호를 외치면 그를 따라 질서 정연이 움직이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한 손에 촛불을, 한 손에 요구사항을 적은 형형색색 피켓을 들고, 20대에서 노인들까지 함께 움직이고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정겹게 느껴졌다. 아저씨와 아주머니, 임산부, 아이를 실은 유모차 부대, 초중고를 비롯해 대학생, 넥타이부대, 중년 부부, 노인부부까지 함께 어우러진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목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조·중·동을 향한 질타의 목소리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열린 촛불시위는 유난히 보수 수구 언론보도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졌다. 밤 9시경 청계소라광장 앞 <동아일보> 사옥 앞에 도착한 시위자들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동아일보>를 향해 "불꺼라, 동아일보" 등으로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건물 안에서 놀란 일부 직원들이 창문을 열고 내려다 봤다.
왜곡보도 때문에 격분한 시위자들은 “불꺼라 동아일보”를 연신 외쳤다. 특히 “불꺼라 조중동”, “조중동은 찌라시, 전기세가 아깝다”, “조중동 쓰레기” 등의 구호가 난무했다. 광우병 괴담 등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보수언론에 대한 강한 항의의 표시였다.
재협상과 고시철회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거리시위는 을지로, 청계천, 종로, 안국동 등 일대를 순회하며 ‘고시철회, 협상무효’,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자’, ‘평화시위 보장하라’ 등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도부가 따로 없고 누군가 방향을 잡고 구호를 외치면 다수가 공감했고 그를 따르는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청계 소라광장 옆에는 이석행 위원장, 주봉희 부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가 광우병 쇠고기 재협상 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노숙투쟁을 하고 있었고, 이곳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고시철회, 전면재협상 촉구를 요구하면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혁신재창당위원장, 최순영 전의원, 천영세 당대표, 강기갑 의원, 이영순 전의원의 모습이 보였다. 이곳을 지나가려던 촛불거리 시위자들은민주노동당 단식농성장에 잠시 멈춰 이들을 향해 "힘내라"고 위로했다.
특히 광우병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하면서 최근 청와대 삼보일보, 단식 농성을 전개해 광우병 쇠고기 저지 투쟁으로 스타의원이 된 강기갑 의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강기갑 의원에게 너무 관심이 집중되자 한 참석자는 천영세 대표도 고생을 하고 있다고 ‘천영세’를 외치는 모습이 보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40대로 보이는 한 아저씨는 촛불시위에 함께 온 아들에게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즉석 기념사진을 허락 받아 촬영하는 모습도 보였다. 카메라 앞에 앉은 강기갑 의원은 ‘협상무효, 고시철회’ 문구가 새겨진 녹색 피켓을, 천영세 대표는 ‘아이들이 무슨 죄냐, 우리들이 지켜주자’라는 글귀를 새긴 빨간 피켓을 손에 들고, 아울러 살포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단식농성장에서 시간이 지체되자 한 시민이 “이제 떠나야 합니다”라고 외치자, 일제히 시위자들은 광화문 교보문고 앞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광화문 사거리는 경찰차가 막고 있었다. 시위자들이 경찰차 철장에 끼어 넣은 피켓들도 눈길을 끌었다. 철장 안에는 ‘10대가 지핀 촛불 20대가 이어가자’, ‘독재 이명박, 국민 불복종’, ‘이명박 OUT' '협상무효 고시철회’, ‘이명박 퇴장’, ‘국민심판, 이명박‘ , ‘아이들이 무슨 죄냐, 우리들이 지켜주자’ 등의 피켓이 널려 있었다.
특히 광화문 시위장 주변에는 광우병 쇠고기 국민행동 주최 31일(오후 4시 30분 대학로, 7시 시청광장) 열릴 ‘고시 강행, 이명박 정부 규탄, 국민 촛불대행진’ 포스터가 여기저기 부착됐다. 광화문에서 앉은 4만 여명의 시위자들은 '협상무효 고시철회’, ‘이명박 퇴장’ 등을 연신 외쳤다. 여기저기에서는 광우병 쇠고기 재협상과 고시 강행 관련, 자유발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촛불시위가 한창 진행되는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청계광장 인근에 있는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는 언론광장(상임대표 김중배) 주최로 '광우병 여론; 인터넷 괴담, 표현의 자유, e-공론장’ 토론회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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